[자동차로 세상 읽기②] 수입차와 욕구이론
[자동차로 세상 읽기②] 수입차와 욕구이론
  • 권용주 자동차 칼럼니스트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겸임교수
  • 승인 2019.07.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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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매슬로우가 5단계로 구분한 인간의 ‘욕구 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따르면 가장 낮은 단계는 생존에 대한 갈망이다. 어떻게든 먹고 사는 것에 집중하는 기본적인 단계로 의식주 해결이 우선이다. 그리고 생존의 욕구가 충족되면 이를 안정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한 심리가 고개를 든다. 이른바 불안을 피하려는 본능이 발휘된다는 의미다. 나아가 안전이 확보되면 여러 집단과 교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하고, 한 단계를 지나면 존경을 받고 싶은 욕망이 드러난다. 이어 최종 단계에선 자아실현을 이루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한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이론. 디자인: 권민수 기자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이론. 디자인: 권민수 기자

흔히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은 자동차 소비를 분석할 때도 많이 활용된다. 생존의 단계는 소득 1만달러, 자아실현의 단계는 소득을 5만달러 이상으로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 1만달러의 소득일 때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저 저렴하되 튼튼하게 잘 굴러가면 그만이다. 그러다 2만달러가 되면 서서히 SUV로 시선을 돌리고, 3만달러 시대에 오면 SUV는 대세가 되고 세단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목받는다. 그러다 4만달러에 도달하면 프리미엄 SUV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를 기준할 때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는 SUV 선호 현상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소득이 3만달러에 육박한 데다 안전의 욕구를 넘어 집단과 어울리고 주변에 자신이 존재감을 알리려는 욕구가 분출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자동차를 판매해 온 기업 또한 매슬로우의 단계별 소비 욕망을 기반으로 제품을 내놓는다. 게다가 국내의 경우 서서히 프리미엄 브랜드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어떻게든 ‘고급’ 이미지를 넣기 위해 제조사마다 안간힘을 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수입차’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다. ‘수입차’는 말 그대로 해외에서 생산된 완제품이 한국으로 수입돼 판매되는 것뿐인데 한국에선 ‘수입차=프리미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배경이 있다. 2000년 이전 수입차 시장이 개방되던 초창기 도입된 제품은 대부분 해외에서도 비싸게 판매되던 프리미엄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가격이 비싸 구입 가능한 사람은 매슬로우 욕구 5단계를 기준할 때 성공을 상징하는 4단계 이상의, 즉 4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구입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후 가격이 저렴한 제품도 투입됐지만 그 당시 고정 관념처럼 형성된 ‘수입차=프리미엄’ 인식은 아직까지 국내 수입차 소비 시장을 관통하는 주요 개념으로 퍼져 있다.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출처: 랜드로버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출처: 랜드로버

그러자 이를 모를 리 없는 수입차들의 작전(?)도 치밀하다. 대표적인 수법이 ‘수입차=프리미엄’ 인식에 기대 애초부터 소비자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행위다. ‘수입차=프리미엄=비싼 차’라는 생각이 연결된 점을 간파해 소비자가격을 일부러 비싸게 결정한다. 그리고 판매 상황을 봐가며 1,000만원 이상의 할인을 내놓을 때도 있다. 이 경우 소비자는 값비싼 프리미엄 수입차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서 흔쾌히 주머니를 열게 된다. 그리고 ‘대폭 할인’에 상당한 만족감까지 표시한다. 이를 기업 시각에서 해석하면 원래 받으려 했던 가격을 받는 것이어서 그리 손해가 아닐 뿐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최근 ‘수입차=프리미엄’의 인식을 깨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런 입김을 내는 곳은 스스로 진정한 ‘프리미엄’이라고 자부하는 브랜드들이다. ‘수입차=프리미엄’이 아니라 국산과 수입을 가리지 않고 ‘프리미엄 vs 서브 프리미엄’의 구도를 형성해야 실제 프리미엄 브랜드가 차별화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수입차(?) 카테고리에 묶이며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이가 부각되지 않는 게 불만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선 대중 브랜드와 인지도 차이가 벌어질수록 소득이 늘어나는 국내 시장에서 4만달러 이상의 확실한 고소득층을 잡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4단계 이상의 욕구를 가진 사람들은 남들에게 존경받고 싶은 욕구도 강해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수입차=프리미엄’은 탐탁지 않은 등가식이다. 수입차라고 모두 프리미엄이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의 대부분이 수입될 뿐이니 말이다. 

권용주 자동차 칼럼니스트(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겸임교수, MBC라디오 표준FM <차카차카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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