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2052시간입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2위에 해당하죠. 정부는 장시간 노동이 높은 자살률이나 최하위권인 국민행복지수, 낮은 노동생산성과 산업재해의 주요요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과 특례업종 축소가 적용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우리 사회 전반(특례 업종 5개 제외)에 적용됩니다.

7월 1일, 근로시간의 축소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게 될까요. 미디어SR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일과 가정, 임금과 휴식의 균형과 함께 우리 사회에 연착륙 될 수 있을 것인지 현장의 현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가장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느낄 업종은 기존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21개 업종일 것이다. 특례업종의 경우, 노사 서면합의 시 연장근로를 제한 없이 시킬 수 있었지만, 오는 7월 1일부터는 주 최대 68시간 근무만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가능한 범위다. 52시간 근무는 기업 규모에 따라 내년 7월부터 단계별 적용 된다. 또 오는 9월부터는 근로자에게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특례업종의 경우, 사실상 제한이 없었던 근로시간이 파격적으로 단축되는 것이기에 이에 해당하는 업종의 현장들은 지금 분주하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해당 업종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일 평균 노동시간이 19.5시간이었다. 당장 절반 이상의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셈이다"라고 전했다.

'혼술남녀'의 고(故) 이한빛 PD의 사망으로 드라마 제작현장의 열악함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사진. '혼술남녀' 스틸

방송업의 아킬레스건, 드라마 예능 현장 어떻게 바뀔까?

편성시간 조정 및 신(SCENE) 당 촬영 소요 시간 준수 등 교섭 중 

이번에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방송업의 경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4사의 사측과 함께 공동교섭을 연일 진행하고 있다. 시행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방송사의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내려오지는 않은 상태다. 막판까지 조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송사 측과 노조 측 모두 교섭의 단계에 있기에 당장 7월부터 바뀌는 내용에 대해 공식화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논의 되는 주요 의제에는 드라마 및 예능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편성시간 축소 및 인력 충원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제시될 제작 가이드 라인 역시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제작 가이드라인에는 '드라마 한 신을 찍을 때 소요되는 최대의 시간은 0시간으로 할 것'이라는 세부적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제작PD는 "회사 쪽에서 노조 측과 교섭 중인 내용만 알고 있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제작 현장까지는 내려오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일부 혼란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업 특성상 모든 이들의 근로시간을 동일시하는 것이 업무의 생산성에 도움이 될까 하는 부분에 대해 여전히 의문도 생긴다. 그렇지만 노동 환경이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고 본다. 이런 혼란들은 진행해 가면서 차차 자리가 잡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방송업의 경우, 우려되는 부분은 이번 개정안이 300인 이상 규모의 사업장에 한해 적용이 되기에, 방송업 노동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프리랜서 및 파견업체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들이 적용의 대상에서 빗겨간다는 점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탁종렬 소장은 "우려되는 부분은 방송국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간의 근로조건 격차가 더 심화된다는 점이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축소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노조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는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근로시간 축소로 인한 임금 감소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언론노동조합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포괄적으로 이번 근로시간 개정안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 방송사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다. MBC 이성일 정책 담당 관계자는 "MBC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도 이번 근로시간 개정안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사측과 노조 측이 협상하는 내용에 해당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는 답을 들려줬다. 다른 지상파의 관계자들 역시도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법이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방송사가 그것을 인정할 수는 없다"라는 입장이다.

사진. 희망연대노조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 자체적인 노동조합 추진 중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방송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체적인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제작 스태프들과 비정규직 독립PD, 작가 등 방송제작에 종사하는 모든 스태프들이 가입할 수 있는 희망연대노조의 방송스태프지부가 현재 출범 준비 중이다. 해당 지부의 이만재 조직국장은 "현재의 현장 시스템은 당장 법이 적용될 수 있는 제작구조가 아니다. 아직 준비가 안된 상태로 보고 있다"라며 "또 방송국 입장에서 방송국 소속이 아닌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아왔고 계속 그런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조를 출범시키려고 한다"고 전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또 근로시간이 단축이 된다고 하더라도 임금의 삭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출범 이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만재 조직국장은 "지금까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조건이 개별적으로 다 달랐다. 기본적으로는 임금의 불안정성이 높았기에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비용 역시도 줄어들 확률이 높다. 이 역시 많은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언론사들 역시도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공식화 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하루 8시간 근로시간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내부 지침과 함께 단체SNS 채팅방을 통한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도 전면 금지 됐다. 한국경제의 경우에는 주5일 근무 원칙에 연장근로는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사외 공식업무의 경우는 근무시간을 활용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머니투데이는 재량근무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소정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두고, 기존 연봉의 본봉을 삭감해 12시간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에 내부의 반발도 있었다. 머니투데이의 한 관계자는 "내부 반발이 상당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경영진의 바람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사진.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버스 업계, 여전히 인력 충원 중 … 7월 버스 대란은 없지만 ... 해결할 문제 산적

노선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경우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업종이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와 자동차노동조합연맹,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탄력근무제 도입 및 운전자 신규 채용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하고 대책을 준비했다. 당초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측에서는 "노선버스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매일 16시간 이상의 장시간을 운행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운전자 한 명이 버스를 운행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평균 9시간 이내로 대폭 감소 제한됨에 따라 나머지 시간의 버스 운행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운전자를 추가 채용하여야 하며,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운전자 규모는 2만4000여명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에서는 군대의 운전 우수 인력을 버스 업계로 유입시키기 위해 취업 설명회 등을 개최하는 등 인력 충원을 적극 지원했다.

국토교통부의 노선버스 근로시간단축TF 관계자는 "신규 채용은 27일 기준으로 특광역시까지 포함해 총 1350명이 채용이 됐다. 이외에도 탄력근무제 등이 시행이 되면 버스대란의 사태까지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연합회 측에서 제시한 신규채용 인력인 2만여명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치이지만, 국토교통부에서는 각 단체가 제시하는 숫자가 차이가 있어 무조건 연합회 측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당장 7월부터 시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었고 해당 기간 동안 탄력근무제까지 병행하면서 신규 채용 인력이 실제로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전했다.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노사정 간 탄력근로를 도입해서 내년 6월까지는 현행 운행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합의했다. 7월에 운행이 대폭 축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연합회에 따르면, 특광역시의 경우에는 이미 1일 2교대 형태로 근무를 해왔고 이에 근로시간도 주52시간 안으로 들어와 있다. 다만, 도지역의 경우에는 격일제 형태로 근무를 해왔고, 인력난 때문에 월 만근일수인 12일을 훨씬 초과하는 18일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합회 관계자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면 기존 격일제 근무의 형태를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 내년까지 인력충원을 통해 최대한 이용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임금 상황이 열악한 일부 업체에서는 초과 근무를 통해 월 350만원 안팎의 임금을 받다가 초과 근무를 차츰 줄이게 되면 월 70~100만원까지도 임금이 줄어들게 되는 부분에서 반발도 예상된다. 이에 버스업계 노조에서는 임금의 보존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버스 업계 관계자는 "추가 인력 수급을 위해서라도 현재 열악한 임금 조건 등은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부분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재정적인 지원 없이는 민간 사업자가 감당하기 어렵다. 버스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서민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데 요금을 무한정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자체나 중앙 정부가 적극 관여해서 재정부족을 해결하거나, 준공영제 형태로 가는 방법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국민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 특례업종 축소 등의 개정 근로기준법 적용은 우리 산업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7월, 일과 삶, 임금과 휴식의 밸런스는 어떻게 맞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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