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2052시간입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2위에 해당하죠. 정부는 장시간 노동이 높은 자살률이나 최하위권인 국민행복지수, 낮은 노동생산성과 산업재해의 주요요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과 특례업종 축소가 적용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우리 사회 전반(특례 업종 5개 제외)에 적용됩니다.

7월 1일, 근로시간의 축소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게 될까요. 미디어SR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일과 가정, 임금과 휴식의 균형과 함께 우리 사회에 연착륙 될 수 있을 것인지 현장의 현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편집: 권민수 기자

당장 7월 1일부터 법정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바뀐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지만, 앞으로 5년 이내에 모든 사업장이 적용을 받는다. 만약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는 업계는 주 52시간 도입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회계법인, 시즌에 일 몰리면 주 52시간 어려워

블라인드가 지난 5월 실행한 설문조사에서 회계 업계는 주 52시간의 현장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회계법인에 "주 52시간 적용이 어렵다"고 응답한 직원 비율은 딜로이트안진 85%, 삼정 케이피엠지(KPMG) 81%, 삼일회계법인 70%였다.

그 이유는 회계법인의 '시즌'에 있다. 회계법인은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를 시즌이라고 부른다. 기업 결산은 12월 31일에 끝나 1월 1일부터 회계법인이 감사를 시작한다. 감사 보고서의 마감일은 3월 31이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12월 말로 결산을 하고 있어 1~3월에 감사 의견을 받기 때문에 이 3개월에 일이 몰린다.

감사부문 회계사들은 기업 현장에 나가 회사 부속명세서, 세부원장 등을 토대로 재무제표를 검토해 감사 의견을 낸다. 한 명의 회계사가 여러 기업의 감사를 맡아 한 주에 52시간은 훌쩍 넘게 일한다. 현장 감사는 물론, 내부 심리 등 다른 절차도 있다. 시즌의 업무량은 잠을 설쳐가며 일을 해야 마감 기일에 맞출 수 있을 정도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회계사 정진영 씨(가명, 30)는 "회계 감사 업무 시즌인 1~3월에는 일이 엄청 몰린다. 이때는 일주일에 한 번도 집에 못 들어올 때도 있다. 하루에 1~2시간 자고 일을 한다. 그렇다고 마감을 늦출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 도입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회계 업계도 주 52시간 대책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정 씨는 우려의 시각을 갖고 있다. "현재 대책 마련 중이라고는 하지만, 막막한 상황이다. 사람을 더 뽑는다고 해결되는 구조도 아니다. 시즌에 일이 몰려 사람을 더 뽑으면, 나머지 비시즌 기간에 인력이 남아 비효율적이다"라고 전했다. 

ITSA, "IT중견기업, 52시간 준비할 여력 없어"

IT서비스산업협회(ITSA) 관계자는 "IT서비스 업계는 신규 서비스 오픈 시기가 되면, 테스팅에 인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또, 유지관리 업무에서 긴급하게 발생하는 업무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복구할 수 있도록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근로 시간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IT서비스는 크게 운영관리(SM)과 시스템 구축(SI)가 있다. 운영관리는 장애가 발생하거나 보안 패치, 업데이트 등으로 갑작스러운 연장 근무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시스템 구축은 신규 서비스 오픈, 서비스 완성, 테스트 진행 등을 하는 작업인데 신규 서비스를 오픈하는 시기가 되면 밤샘 작업은 허다하다.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센터 등 신산업 분야는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인력 양상이 되지 않고 있어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자원 자체가 적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ITSA 관계자는 특히 IT중견기업이 답답한 현실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IT 중견기업 대부분이 300인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두고 있다. 당장 7월 1일에 시행하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대상이다. 중견기업들은 미리 탄력근로제 등을 도입해 주 52시간에 대응하는 대기업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ITSA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지금까지 노무, 인사관리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대기업은 그룹사 차원에서 대응해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하지만 중견기업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공공사업은 대기업이 참여할 수 없어 중견기업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견기업에게 일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시장 인력 자체가 부족했다. 주 52시간에 대응할 만큼 인사 시스템을 갈아 엎을 여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ITSA는 IT서비스 업계 종사자들의 근로 환경이 열악해 주 52시간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주 52시간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ITSA는 고용노동부에 탄력근무 등 유연근로시간제 기간을 1년까지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는 3개월이 최대다.

그럼에도 당장 7월 1일이 적용인 만큼, IT서비스 업계도 주 52시간 적용이 가능하도록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ITSA 관계자는 "ITSA,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이 인사∙노무 담당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대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인사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각 회사 내부적으로도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업무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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