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2052시간입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2위에 해당하죠. 정부는 장시간 노동이 높은 자살률이나 최하위권인 국민행복지수, 낮은 노동생산성과 산업재해의 주요요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과 특례업종 축소가 적용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우리 사회 전반(특례 업종 5개 제외)에 적용됩니다.

7월 1일, 근로시간의 축소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게 될까요. 미디어SR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일과 가정, 임금과 휴식의 균형과 함께 우리 사회에 연착륙 될 수 있을 것인지 현장의 현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제도 시행을 사흘 앞두고 여의도 직장인들이 오전 7시 50분 무렵부터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이승균 기자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될 예정인 가운데 IT 업계가 앞다퉈 유연근로제를 도입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IT 업계는 그동안 서비스 출시 직전 일이 몰리는 경우가 많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산업 특성상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업무 계획을 설계하다 보면 현실적으로 준수가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과는 별도로 IT 업계는 유연근무제 종류 중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병행하거나 택일해 근무 형태를 조정해 52시간 준수에 대비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이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52시간을 준수하는 제도다. 주 최대 64시간, 일 12시간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 계절적 영향을 받거나 시기별 업무량 편차가 많은 업종에 적합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회사는 직원의 월 단위 총 근로시간만 관리하고 출퇴근 시간은 근로자가 직접 정하는 제도다. 근로일에 따라 업무량의 편차가 커 업무조율이 가능한 iT, 연구, 디자인 등 업종에 적합하다.

 

네이버, 선택적 근로시간제 추가 도입 

네이버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최근 사원협의회를 열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했다. 근로자들은 이미 시행 중인 책임근무제를 그대로 이어가거나 새로 도입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로 변경할 수 있다.

책임근무제는 네이버가 2014년 도입한 제도로 출퇴근 시간과 일일 근로 시간을 정하지 않고 일하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재량 근로시간제와 유사하다. 

또, 네이버는 일괄 적용됐던 포괄임금제는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근로자 임금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주 40시간 초과 근무분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설문 결과 직원 절반 이상이 책임근무제를 선호한다고 밝혔으나 노조 측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환영하는 눈치다. 책임근무제가 업무 자유도도 높고 업무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맞지만,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고 그에 따른 수당을 지급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부터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하는 시차출근제를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주 최대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근무제도 개선책 마련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게임 업계, 선택적 근로시간제 중심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등 대다수 게임사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앞서 도입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고 있다. 업무 협의가 필수적인 게임사 특성상 대부분 코어타임을 두고 있다. 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한 게임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2017년 8월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해 왔으나 7월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일 근무시간을 최소 5시간에서 최대 10시간까지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며 "연장근로는 평일에 해당 시간만큼 대체해서 쉴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부 게임사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병행해서 사용한다.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특정 기간에 비공개 테스트, 신작 출시 등에 대비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저녁이 있는 삶의 문화적 정착을 위해 조금은 특별한 제도를 도입한 게임사도 있다. 카카오게임즈다. 카카오게임즈는 월 1회 마지막 주 금요일 전 직원이 쉬고 월요일은 30분 늦게 점심시간은 30분 연장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카카오게임 관계자는 "무엇보다 저녁이 있는 삶이 문화적으로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직원들과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SW산업협회, 큰 무리 없이 자리 잡을 것

한편, KT, LG CNS, 삼성SDS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SW산업협회는 52시간 제도가 큰 무리 없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는 물론 이번 근무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대다수 대기업은 시행에 앞서 준비를 해와서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와는 무관하게 회원사들이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보완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정산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1년 이내로 늘려달라고 요청해 의견을 수합해 지난달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도급이 많은 IT업계 특성상 52시간제 도입으로 하도급 업체에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계약상대자(수주자)와 합의 없이 발주자가 직·간접적으로 법정근무시간을 준수하기 어렵게 하는 일체의 행위가 없도록 당국에 관리감독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계 측 관계자는 "IT업계 특성상 해킹, 전산망 오류가 발생하면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밖에 없어 산업 특성을 반영해 달라는 업계 요구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유연근로시간에 대한 법적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6일 경제현안간담회에서 ICT 업종을 언급하며 "서버 다운, 해킹 등 긴급 장애대응 업무도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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