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그동안 꺼내놓고 말하기 힘들었던 성폭력 피해에 대해 피해자가 '나도 당했다'라는 뜻의 ME TOO 해시태그를 SNS에 달아 자신의 경험담을 공개화하는 것, 미국의 한 여배우가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번진 캠페인이다) 캠페인이 2018년의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법조계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의료계, 교육계, 종교계 등 사회 각계에서 피해 여성들의 울분이 터져 나오는 현실에 대다수가 공감하고 재발 방지가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국 미투의 시작점인 서지현 검사의 JTBC 인터뷰는 불과 지난 1월 29일의 일입니다. 이제 겨우 한 달을 조금 넘긴 한국의 미투. 한 달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이 변화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여성의 울분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고 삐딱한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들끓는 미투의 열풍 속에 이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의 성폭력이 이토록이나 만연했던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SR은 이번 미투 캠페인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병폐를 척결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라는 타이틀 속에 현장 진단 및 취약한 우리 사회의 구조 개선과 관련된 현장의 목소리를 집중 보도합니다.
피해자들의 오랜 울분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미투 캠페인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 차는 분명 존재한다. 한 달 째 꺼지지 않는 미투의 불길 속 20~30대 남자들은 미투 캠페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미디어SR은 2030 남성 스무명을 대상으로 미투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설문 조사 결과, 다수의 남성들 역시 미투 캠페인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이들은 미투로 드러난 현상들을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성들의 입장을 심도 깊게 논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 男 “우리 사회 성폭력 이렇게 심각한지 잘 몰랐다” VS 30 男 “터질 게 터졌다”
“미투 운동이 공론화 되기 전까지는 (우리 사회에 성폭력이 이렇게 난무한지) 정말 몰랐다. 성희롱 성폭행은 정신 이상자나 변태들의 이야기인 것으로 생각했었다. 지위의 격차를 이용해 어떤 이득을 취한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성희롱이나 성폭행은 생각도 못 했다. 이런 내용은 내부자나 관계자가 아니라면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그런 것 같다.”
20대 대학생 조석원(가명) 씨의 이야기다. 그뿐 아니라, 이번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 20대 남성들은 우리 사회의 성폭력이 이렇게 심각했는지 잘 몰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30대 직장인들의 경우는 사회 속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었다. 30대 의사 장준혁(가명) 씨는 “별로 놀랍지 않고 진작 드러났어야 한다”고 말했고, 30대 물리치료사 최도영(가명) 씨는 “다들 알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었던 사회의 치부가 드러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공무원은 폐쇄적, 수직적 조직이나 방송, 연예계 같은 업계의 특성 때문에 발생한 사례라고 본다.”(20대 대학생 박진성(가명) 씨)며 이를 사회 일부의 일이라고 인식하거나 “피해가 발생할 당시 왜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거나 주변에 알리지 않았는지가 궁금하다”(30대 직장인 김인호 씨)며 피해자들이 처한 처지에 대해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는 의견도 일부 보였다.
20 男 “미투로 여성만의 두려움 이해하게 돼” VS 30 男 “여성 인권, 별로 중요하지 않아”
이들에게 미투 캠페인으로 인해 여성들만의 두려움을 인식하게 됐느냐는 질문을 해보았더니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20대 직장인 마성웅 씨는 “실제 미투 캠페인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몰카나, 성추행 등의 문제를 겪은 경험이 있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며 “왜 그들이 저항할 수 없는지, 왜 나서서 문제제기 하지 못했는지도 이해하게 됐다”고 답했다. 30세 직장인 배남우 씨 역시 “(여성들의 입장을 생각해) 아무래도 더 생각하고 신중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성들이 이러한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나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20대 대학생 조석원(가명) 씨)거나 “’미투 현상이 심각한 문제이고 이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고 까지는 (생각이) 발전되지 않는다 .여성 인권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 그런 것 같다”(20대 대학생 박진성(가명) 씨)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미투 캠페인으로 인해 스스로나 주변을 돌이켜 보게 됐는지, 펜스룰('아내 외의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는 신조를 가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여성과 함께 있는 것을 거부하며 논란의 여지를 아예 차단하는 행동 방식이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평소에 내가 했던 말들, 어조까지도 전부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생겼다. 성희롱이나 성폭행은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가 중요하기에 이성에 직접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주위의 교수님, 기업 담당자, 선생님들 역시 자신의 말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게 느껴졌다” (20대 대학생 조석원(가명) 씨)는 의견들이 다수 존재했지만, “원래도 펜스룰 수준으로 조심하고 있어 딱히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30대 의사 장준혁(가명) 씨)는 의견도 있었다.
펜스룰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확연하게 갈렸다. “펜스룰이 과한 측면은 있지만, 악용하는 여성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 남자들의 자기방어가 필요하다”(30대 의사 장준혁 씨)거나 “업무의 지장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다”(스네이크, 33, 직장인)는 의견이 있었고, “남자가 여자를 쳐다보기만 해도 여자가 기분 나쁘면 성희롱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아예 쳐다보지 않고 말 안 섞이도록 별도 공간을 만들고 분리하면 서로 좋지 않나 싶다”(히어로, 33, 직장인)는 극단적인 입장도 있었다.
반면, “미투에 대응하는 남자들의 자세가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 건 맞지만 여성과 접촉을 끊겠다는 식의 접근은 1차원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20대 대학생 박정수 씨)거나 “너무 군대식 문제 해결법인 것 같다. 이보다는 성범죄에 대해 목격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를 해주고 이에 대한 포상을 해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 (20대 대학생 김성애 씨), “문제가 되는 일은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와 의지는 잘 알겠지만, 펜스룰은 오히려 여성들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킨다고 생각한다”(30대 직장인 배남우 씨)는 반대 의견들도 많았다.
기획특집 - '미투 운동'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①] 그들은 알지 못하는 여성들만의 두려움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②] 미투 캠페인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말말말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③] 미투 사각지대, 비정규직 여성들의 눈물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④] 용기 낸 피해자들... 신고 전 알아두면 좋을 것들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⑤] 공포로 점철되는 미투 운동, 기업 현장은?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⑥] 가해자 아닌 피해자 목소리 듣게 만든 미투, 법의 판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