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그동안 꺼내놓고 말하기 힘들었던 성폭력 피해에 대해 피해자가 '나도 당했다'라는 뜻의 ME TOO 해시태그를 SNS에 달아 자신의 경험담을 공개화하는 것, 미국의 한 여배우가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번진 캠페인이다) 캠페인이 2018년의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법조계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의료계, 교육계, 종교계 등 사회 각계에서 피해 여성들의 울분이 터져 나오는 현실에 대다수가 공감하고 재발 방지가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국 미투의 시작점인 서지현 검사의 JTBC 인터뷰는 불과 지난 1월 29일의 일입니다. 이제 겨우 한 달을 조금 넘긴 한국의 미투. 한 달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이 변화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여성의 울분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고 삐딱한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들끓는 미투의 열풍 속에 이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의 성폭력이 이토록이나 만연했던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SR은 이번 미투 캠페인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병폐를 척결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라는 타이틀 속에 현장 진단 및 취약한 우리 사회의 구조 개선과 관련된 현장의 목소리를 집중 보도합니다.

문화예술계의 미투(#MeToo)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25일 대학로 #Withyou 집회에 모인 관객들. 권민수 기자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뒤, 성폭력 피해상담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는 8일 “1월 30일부터 3월 6일까지 성폭력 피해 관련 초기상담은 100건으로 늘었다”며 “이번 ‘미투’ 캠페인이 가해자가 소위 유명인인 사례나 언론 보도를 통한 고발에만 국한된 것이 결코 아님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최근 당했든, 아주 오랜 기억 속에 묵혀뒀었든, 미투에 힘입어 이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할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신고 전 알아두면 좋을 만한 사실을 엮었다.

성폭행-성추행-성희롱, 내 사건은 어디에 해당하나?

현행 성폭력 특별법에 따르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성적행위를 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강요, 위압한 행위'는 모두 성폭력이다. 경우에 따라 성추행, 성희롱, 성폭행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죄질과 형량이 달라진다.

성과 관련된 육체적·정신적 폭력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 성폭력이며, 성폭력의 정도에 따라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으로 나뉜다. 성폭행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강제로 성관계를 맺는 이른바 형법상 강간을 의미하고, 성추행은 강간에 이르지는 않지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강제로 신체접촉을 하는 이른바 형법상 강제추행을 의미한다. 이들 행위는 형법상 범죄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성희롱이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여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다.

직장내 성희롱은 직장내에서 성적인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에 성립하지만 이와 관련해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에도 성립된다. 따라서 서지현 검사의 피해사례처럼 승진탈락, 전직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명백한 성희롱의 범주에 포함된다. 

친고죄 폐지 전 성범죄도 처벌 가능하나?

한편, 최근 경찰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도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 있고, 다른 법률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밝힘에 따라 2013년 친고죄 폐지 이전에 발생한 성추행, 성폭행을 처벌할 수 있는 통로는 열렸다. 다만 상습적인 성폭력이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에 발생한 성범죄는 피해자가 직접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현재 드러나는 성추행 사건들은 대부분 오래전에 일어나 공소시효(10년)가 지났거나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 발생한 사건이어서 형사처벌에 어려움이 있어왔다. 

박미혜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 박미혜 경감은 "상습죄 조항이 2010년 4월 15일에 시행이 되었는데 이 날 이후에도 상습적 성폭력이 있었다면 친고죄 폐지 이전 사건이더라도 상습죄 적용이 가능해 수사가 가능해져 처벌 또한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모든 사건들에 대해 상습죄 적용이 가능할 지 사건별로 자세히 들여다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예훼손 역고소... 아직은 논의 중

최근 불붙은 미투 운동과 함께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의 존폐에 관해서도 논란이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란 타인에 대해 허위가 아닌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현행 법이다. 

현재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벌금에 처한다’(307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과연 진실을 폭로할 때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가'를 철저히 자기검열 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고소를 당하는 등의 2차 피해를 겪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폭로에 참여했던 피해자들 가운데 명예훼손으로 피소돼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 싸움을 한 이들이 많았다.

한편,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법으로 다루는 국가는 극히 드물뿐더러 유엔인권위원회도 2015년 이 조항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 이 조항 폐지 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

2차 피해 대응은 어떻게?

마지막으로 2차 피해 대응 방법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범행 신고 과정에서도 2차 피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2017년 한국여성의전화 상담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상담 중 거의 20% 가량이 2차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변 사람이나 가족은 물론, 직장 내 성폭력으로 신고한 피해자의 경우 직장에서의 불이익 등 2차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 검찰, 법원에서의 2차 피해도 심각한 편"이라며 "경찰과 경찰 등에서 '모텔에 간 것 자체가 동의의 표시가 아니냐', '왜 진작 신고하지 않았냐', '신고하면 무고죄로 기소될 수 있다'는 등 도리어 피해자를 위축하는 행위 모두 2차 피해"라고 말했다.

이어 "법률 조언, 피해 상담, 직장 내 성폭력 고충처리 위원회 등을 통해 전문가들과 2차 피해에 대해 의논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혼자 앓지 말고 언제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 방법"이라고 전했다.

기획특집 - '미투 운동'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①] 그들은 알지 못하는 여성들만의 두려움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②] 미투 캠페인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말말말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③] 미투 사각지대, 비정규직 여성들의 눈물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④] 용기 낸 피해자들... 신고 전 알아두면 좋을 것들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⑤] 공포로 점철되는 미투 운동, 기업 현장은?
[미투 그 이후가 중요하다⑥] 가해자 아닌 피해자 목소리 듣게 만든 미투, 법의 판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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