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다소 심심…‘무난한 패밀리카’
안정적 주행감 & 높은 연비 "발군"
최저 4000만원 초반 가격도 메리트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사진=김현일 기자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사진=김현일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사실 작년만 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차(SUV) ‘ID.4(아이디포)’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반기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대폭 낮춘 테슬라의 ‘모델 Y RWD(후륜구동)’ 모델이 광풍을 일으키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휩쓸어간 탓이다.

하지만 올 2월 전기차 국고보조금이 확정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테슬라에 지급되던 보조금이 200만원 이하로 급감하며 모델 Y가 경쟁에서 밀려난 영향이 컸지만, ID.4가 올해 수입 승용 전기차 부문 최대 국고보조금(492만원)을 받게 된 덕에 그간 가려져 있던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안정적 주행감과 높은 연비, 훌륭한 가성비 등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소비자 구매 범주에 들어온 것이다. 바야흐로 본격화된 ‘전기차 춘추전국시대’에서 ID.4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좌측면부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좌측면부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디자인 무난하지만... 몇몇 포인트가 품격 살렸다

ID.4의 디자인은 무난한 패밀리카를 지향한다.

독일어로 ‘국민의 차’를 뜻하는 폭스바겐(VolksWagen) 답게 최대한 호불호가 적은 디자인을 추구한 듯한데, 무난하고 밋밋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차를 구매하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전체적으로 체급이 큰 만큼 1·2열과 트렁크 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4인 가족용으로는 차고 넘치는 크기다.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에 적용된 IQ.LIGHT. 동그란 안구 같은 헤드라이트가 돌아가며 특정 범위로 빛을 발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진=김현일 기자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에 적용된 IQ.LIGHT. 동그란 안구 같은 헤드라이트가 돌아가며 특정 범위로 빛을 발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진=김현일 기자

다만 입체감을 더하는 몇몇 포인트 덕에 차의 품격이 한층 살아난다.

특히 필자가 탑승했던 프로(Pro) 트림의 경우, 마치 사람의 눈동자처럼 동그란 라이트가 스스로 움직이며 다른 운전자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넓은 범위를 비춰주는 ‘IQ.라이트’, 입체적인 디자인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파노라마 글래스 선루프 등을 탑재해 디자인이나 편의성을 동시에 챙겼다는 인상을 준다.

흑과 백 두 가지뿐인 하위 트림, 프로 라이트(Pro Lite)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진한 붉은 외장 색상 역시 감칠맛을 더한다.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운전석. /사진=김현일 기자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운전석. /사진=김현일 기자

내부도 클래식하지만 나름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성공했다.

진한 갈색의 가죽과 진회색의 부드러운 스웨이드 재질이 어우러져 기능성과 멋을 모두 챙겼으며, 차량의 색상과 어우러지는 강렬한 붉은 빛 라이트 역시 한층 분위기를 더한다.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디스플레이. 직관적인 점은 좋으나 다소 예스럽고 반응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 '전기 모빌리티'라기에는 아쉽다. /사진=김현일 기자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디스플레이. 직관적인 점은 좋으나 다소 예스럽고 반응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 '전기 모빌리티'라기에는 아쉽다. /사진=김현일 기자

다만 내부 구성 일부와 시스템이 클래식함을 넘어 ‘올드함’의 영역에 들어가 있는 부분은 아쉽다.

특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경우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좋으나 조작할 만한 부분이 많지 않고 그 쓰임새가 국한돼 있다는 단점이 더 크게 다가온다. 반응 속도도 빠른 편이 아닌 데다, 가격 절감 등을 이유로 기본 네비게이션마저 탑재되지 않아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 이용이 필수적인데 그마저 유선으로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마이너스 요인이다.

아무래도 내연기관이 강한 브랜드답게 그를 기반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만든 탓이 아닌가 싶은데, 내부적으로도 온전한 ‘전기 모빌리티’가 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후면부. /사진=김현일 기자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후면부. /사진=김현일 기자

섬세한 듯 투박한, 하지만 안정적인 주행감

하지만 ID.4는 주행을 해봐야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나는 차에 속한다.

첫인상은 다소 투박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특유의 안정적 주행감과 훌륭한 연비가 외관의 아쉬움을 상쇄하고 남기 때문이다.

우선 부드럽고 정숙한 주행감을 이야기하고 싶다.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처럼 묵직하고 안정적이어서 운전석은 물론 동행자에게 편안함을 주기에 차고 넘친다.

전기차 특유의 붕 떠 있는 승차감도, 내연기관차 특유의 잔떨림도 거의 없다. 차음 효과도 1열에만 2중 접합 유리가 적용된 것 치고는 상당한데, 보닛 밑에 흡음처리가 안 돼 있음에도 모터 소음이 유입되는 느낌이 거의 없다.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에 탑재된 드람멘 20인치 휠. /사진=김현일 기자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에 탑재된 드람멘 20인치 휠. /사진=김현일 기자

급출발 걱정이 없다는 것도 상당한 강점인데, 가속페달이 굉장히 섬세하게 세팅돼 다른 전기차들과는 달리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덕분이다.

대신 브레이크가 상당히 힘을 줘 밟아야 작동하게끔 세팅돼 있어 처음에는 당혹스러울 수 있겠다. 한 번 밟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한 차례 더 깊게 들어가야 정차가 이뤄지는 느낌인데, 익숙해지기만 하면 보다 섬세한 조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클러스터. 잔여 배터리 76%, 주행가능 거리 366km를 표시하고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클러스터. 잔여 배터리 76%, 주행가능 거리 366km를 표시하고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전비도 전기차들 가운데서는 돋보이는 편이다.

93%의 배터리 충전 상태에서 약 65km를 주행했을 때 잔여 배터리 75%, 주행가능 거리 360여km를 기록했다.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가 421km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직한 주행거리가 나온 셈인데, 실제로 주행을 해보면 배터리가 다른 전기차들 대비 상당히 오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82kWh(킬로와트시)의 SK온 대용량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덕분이기도 하겠으나 차량 전체적으로 연비주행에 신경을 많이 쓴 덕분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던 섬세한 가속·제동 덕분에 연비 주행이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0.28cd로 상당히 낮은 공력계수를 갖춰 주행거리 면에서는 충분한 플러스 효과를 얻을 수 있을뿐더러 B(브레이크) 모드를 적극 활용할 경우 복합 기준 최대 451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수입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에 해당한다.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후면부에 장착된 폭스바겐 엠블럼과 문구. /사진=김현일 기자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 프로 트림 후면부에 장착된 폭스바겐 엠블럼과 문구. /사진=김현일 기자

상당한 가성비에 구매 가능한 ‘패밀리 EV’

높은 주행 안정성, 긴 주행거리 덕분에 ID.4는 국내에서도 나날이 그 가성비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특히 전기차 국고보조금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5500만원 미만의 프로라이트 트림(5490만원)의 경우 지자체 보조금과 최근 진행 중인 폭스바겐 자체 프로모션까지 겹칠 경우 4000만원 초중반대까지 가격이 떨어진다. 이 정도면 웬만한 국내 전기차들과 견줘도 가격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그러니 저렴한 중형 전기 패밀리카를 찾는 이들이여, 주목할지어다. 다소 밋밋한 생김새와 예스러운 시스템 & 옵션 정도를 눈감을 수만 있다면, 글로벌 2위 판매량에 빛나는 완성차 그룹인 폭스바겐의 준수한 주행 성능과 최상급 연비를 동시에 갖춘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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