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생산한 모델 Y RWD…브랜드 네임 밸류에 걸맞은 품질
범고래 닮은 외관은 그대로…미래차다운 깔끔한 내부 디자인
디스플레이‧운전대 버튼으로 거의 모든 조작 가능하도록 설계
하이브리드에 가까운 안정적 주행감…낮은 배터리 효율 아쉬워

테슬라 중형 전기 SUV '모델 Y RWD'. 돌고래를 닮은 매끄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진=김현일 기자
테슬라 중형 전기 SUV '모델 Y RWD'. 돌고래를 닮은 매끄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진=김현일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테슬라의 중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모델 Y RWD(후륜구동)’에는 두 가지의 상반된 모습이 공존한다. ‘세계 제일의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중국에서 생산해 중국의 배터리를 탑재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이기 때문이다.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지난해 이 차가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궁금증, 혹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델 Y RWD가 테슬라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 보여줬던 ‘센세이셔널’한, 테슬라 특유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갖춘 전기차였다. 중국에서 만들어졌다기에는 품질이 상당해 테슬라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 Y RWD를 110km가량 타며 일반·고속도로 상황을 두루 경험하는 내내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의 인기 이유를 실감하는 한편,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테슬라 모델 Y RWD 전면부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테슬라 모델 Y RWD 전면부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무난한 외관…미래차다운 내부 디자인

외관은 다소 무난했다. 돌고래, 혹은 범고래를 닮은 인상의 매끈한 차체는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모델 Y의 디자인 그대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전면 안개등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플라스틱으로 메워 디자인이나 기능성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가격을 생각했을 때 큰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테슬라 모델 Y RWD 운전석 전경. 물리버튼이 최소화되고 디스플레이에 통합돼 대부분의 조작을 화면에서 실행할 수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테슬라 모델 Y RWD 운전석 전경. 물리버튼이 최소화되고 디스플레이에 통합돼 대부분의 조작을 화면에서 실행할 수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내부 역시 다소 평범한 듯 하나 ‘미래 모빌리티’스러운 깔끔한 디자인이 이뤄졌다. 물리버튼이 극단적으로 최소화돼다. 처음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거의 모든 조작을 디스플레이와 운전대 버튼을 조합해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이 또한 큰 불만 없이 받아들여진다.

테슬라 모델 Y RWD 좌측 운전선 도어부 확대 사진. 창문을 여는 스위치나 손잡이, 그 옆의 스웨이드 재질이 잘 어우러지며 저렴한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 사진=김현일 기자
테슬라 모델 Y RWD 좌측 운전선 도어부 확대 사진. 창문을 여는 스위치나 손잡이, 그 옆의 스웨이드 재질이 잘 어우러지며 저렴한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 사진=김현일 기자

특히 원가절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크게 저렴해 보이지는 않다는 점이 포인트. 미래차 다운 깔끔한 구성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소재들로 잘 조합이 돼 타면서 딱히 불만을 가질 만한 여지를 주지는 않았다. 운전석이나 2열 실내 공간도 넓고, 트렁크나 프렁크(‘프론트 트렁크’를 축약한 단어로, 전기차 보닛 아래에 엔진이 없는 대신 주어지는 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다.

테슬라 '모델 Y RWD' 우측 앞바퀴. 기본 사양인 19인치 제미니 휠이 탑재돼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테슬라 '모델 Y RWD' 우측 앞바퀴. 기본 사양인 19인치 제미니 휠이 탑재돼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모든 EV의 기준점’ 같은 안정적 주행감

전기차라기에는 몹시 안정적인 주행감은 테슬라가 전기차 기준이 된 이유를 납득하게 만든다. 

출발은 여느 전기차들보다 조용한 편이다. 고요히 앞으로 가는데, 속도를 올리면 묵직한 하체를 기반으로 안정감 있는 주행이 시작된다. LFP 배터리가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무겁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견고한 하부를 중심으로 직선이나 코너 주행 모두에서 흔들림을 잘 잡고 있는 느낌이다. 전기차 특유의 급출발과 급제동도 적은 편이라 하이브리드에 가까운 부드러움과 안정성도 느껴지는데,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 차에 대한 신뢰도가 절로 높아지는 요인이 된다. 다만 바닥에 붙어 가는 느낌이다 보니 방지턱 등을 크게 넘을 경우 덜컹거림은 다소 존재하는 편이었다.

테슬라 '모델 Y RWD' 좌측 운전석 창문. 둥글게 깎은 두꺼운 유리에 얇은 유리가 덧대어져 있는 형태의 이중접합유리가 탑재됐다. 사진=김현일 기자
테슬라 '모델 Y RWD' 좌측 운전석 창문. 둥글게 깎은 두꺼운 유리에 얇은 유리가 덧대어져 있는 형태의 이중접합유리가 탑재됐다. 사진=김현일 기자

차음성도 굉장히 좋아 정숙하고 편안한 운전 환경이 조성된다. 모델 Y RWD의 경우 기존 모델 Y와 달리 앞뒤 좌석에 모두 이중접합유리가 사용됐다는데, 확실히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통틀어서 이 정도로 높은 정숙성을 갖고 있는 차량이 몇 없다는 것이 체감된다.

출력의 경우 후륜에 탑재된 싱글 모터 하나로 주행이 이뤄지다 보니 듀얼 모터를 탑재한 모델 Y 롱레인지나 퍼포먼스 모델 대비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전기차답게 기본적으로 토크가 강력해 도심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최고 출력 220kW, 최고 토크 340Nm, 제로백(0km/h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에 이르는 속도)은 6.9초다.

테슬라 '모델 Y RWD' 디스플레이.  충전 이후 106km 주행을 한 상태에서 64%의 배터리가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테슬라 '모델 Y RWD' 디스플레이. 충전 이후 106km 주행을 한 상태에서 64%의 배터리가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연비는 취약…온도 따라 주행거리 손실 발생

그렇다면 중국산 LFP 배터리(CATL)를 탑재한 이 차량의 연비는 어땠을까. LFP 배터리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하는 겨울에 시승을 한 덕분에 어느 정도까지 주행 거리 저하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분명히 체감할 수 있었다.

배터리를 100%까지 충전해 놓은 상태에서 영하 5도~영상 5도 사이를 오가는 날씨 속에서 106km 가량 연비에 신경쓰지 않고 주행했을 시 배터리가 64% 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 310km~320km 가량을 주행할 수 있는 것이다. 명시된 1회 충전 거리가 350km(복합) 정도임을 고려했을 때 30~40km 정도, 최대 10% 가량의 연비손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 이상으로 추워지는 한겨울의 경우 20~30%, 즉 80~90km 가량의 주행거리 손실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차량을 주행해본 유저들 사이에서는 저온에서 주행 시 270km대의 연비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테슬라 '모델 Y RWD'는 스마트키 없이 좌측 A필러에 카드를 갖다 대는 방식으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이후 운전석에 앉아서 콘솔 위에 카드를 얹으면 운전을 시작할 수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테슬라 '모델 Y RWD'는 스마트키 없이 좌측 A필러에 카드를 갖다 대는 방식으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이후 운전석에 앉아서 콘솔 위에 카드를 얹으면 운전을 시작할 수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테슬라 특유의 ‘스마트함’ 고스란히

하지만 다소 아쉬운 연비에도 테슬라가 인기 있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이 정도로 미래 모빌리티다운 스마트함을 갖춘 차량은 분명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탑승할 때는 벌어져 있다가 자리에 앉으면 사전에 세팅한 대로 좌석이 스스로 조정되며 운전자에게 적합한 형태로 변하거나, 또 호불호는 다소 갈리겠으나 스마트키 대신 제공되는 카드를 ‘A필러’(1·2열 창문 사이의 기둥)에 대고 문을 여는 방식 등 이전에 느껴볼 수 없었던 경험을 제공한다. 주행감이나 연비와는 또 다른 만족감, 즉 우리가 미래의 이동 수단에 기대하고 있는 그 무언가를 너무나도 잘 충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이 시작되면 디스플레이에서 차량 주변이 무지개색으로 변한다. 다만 종종 핸들을 가볍게 움직여보라는 안내문구가 나오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안전상의 이유로 24시간 가량 자율주행을 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김현일 기자
자율주행이 시작되면 디스플레이에서 차량 주변이 무지개색으로 변한다. 다만 종종 핸들을 가볍게 움직여보라는 안내문구가 나오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안전상의 이유로 24시간 가량 자율주행을 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김현일 기자

일각에서 ‘2.5단계 자율주행’이라고도 불리는 ‘오토 파일럿’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기존의 차들과 비교했을 때 직진 상황에서는 물론, 다소 과격한 코너 주행 시에도 알아서 핸들 조정을 잘해준다. 물론 전방에 주차된 차로 도로가 막히면 알아서 피해 간다든지 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그 외의 조정을 자율주행에 흡사한 수준으로 잘하는 점은 놀라웠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그토록 원하는, 운전자 개입 없이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3단계’ 수준의 기술에 가장 근접해 있는 느낌이다.

테슬라 '모델 Y RWD'에 달려있는 카메라들. (왼쪽부터) 양쪽 앞바퀴 위쪽, 양쪽 A필러, 뒷번호판 위에 각각 카메라가 부착돼 있다.
테슬라 '모델 Y RWD'에 달려있는 카메라들. (왼쪽부터) 양쪽 앞바퀴 위쪽, 양쪽 A필러, 뒷번호판 위에 각각 카메라가 부착돼 있다.

기존 모델 Y 대비 초음파센서가 삭제되며 소비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는데, 차량 앞 바퀴 양측 상단과 A필러, 뒷번호판에 부착된 카메라 센서들을 통해 충분히 주변의 사물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좋은 자율주행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과연 이러한 방향이 자율주행 3단계에 진입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테슬라 '모델 Y RWD' 운전대 확대 사진. 테슬라(Tesla)의 앞글자인 'T' 모양을 본딴 로고가 새겨져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테슬라 '모델 Y RWD' 운전대 확대 사진. 테슬라(Tesla)의 앞글자인 'T' 모양을 본딴 로고가 새겨져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

5000만원대 EV 중 가장 만족스러운 차

모델 Y RWD는 현재 국내에서 5000만원 초중반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만족스런 차 중 하나다. 연비를 생각하면 지방 출장이나 장거리 출퇴근용으로 타기엔 아쉬움은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테슬라의 본질을 모두 갖춘 만큼 도심에서 이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최근 환경부에서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개선안에 의해 보조금 지급 폭이 크게 줄었다. 다만 모델 Y RWD는 전년 동기 대비 200만원 낮은 5490만원에 살 수 있게 된 만큼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예년과 같은 판매량을 유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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