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주총서 배당확대·자사주 매입 두고 표대결
캘퍼스 등 해외연기금 행주펀 주주제안에 '찬성표'
삼성물산 우호지분 43%..소액주주·국민연금 표심 관심
3대주주 국민연금, 밸류업 요구에 찬성표 던질까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오는 15일 삼성물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제안한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를 지지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캘퍼스 등 해외 연기금까지 행동주의펀드 연합에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물산 지분 7%를 보유한 3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모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르웨이 국부펀드 노르웨이 중앙은행(NBIM),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삼성물산에 제안한 배당확대와 자사주 취득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명확히 공개되진 않았으나, NBIM의 경우 삼성물산 주식의 0.8%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안다자산운용,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등 삼성물산 지분 1.46%를 가진 국내외 행동주의펀드 5곳은 삼성물산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주주제안 했다. 이들은 삼성물산 이사회안(4173억원)보다 76% 많은 총 7364억원의 현금배당을 요구하며,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 배당과 5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제안했다. 

이같은 주주제안에 삼성물산은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수립한 주주환원정책을 크게 초과하는 내용으로 경영상 부담이 되는 규모"라며 "이러한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펀드 연대에선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 된만큼 추가적인 주주환원이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안다자산운용은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삼성의 가치가 적절한 평가를 받는다면 이는 한국 주식시장 전반에 변화를 촉진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주주제안 뿐 아니라 삼성물산의 이사 선임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먼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삼성물산 사외이사 재선임 의안에 공통으로 반대 의견을 냈으며, 캘퍼스는 이사 후보자 5명 모두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의 선택은 글로벌 자문사 ISS·글래스루이스 등이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권고에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행동주의펀드 연합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한 주주제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삼성물산의 강력한 대차대조표, 실적 개선, 현금흐름 창출을 고려할 때 배당금 인상과 자기주식 취득을 지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보유한 해외 투자 종목이 수만개가 넘기에 자문사 권고를 반영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20%에 달하는 삼성물산 외국인 주주들에게도 영향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밸류업 프로그램 고려해 행주펀 제안에 손 들어줄까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행동주의펀드의 제안을 지지하면서 정기주주총회에서 펼쳐질 표대결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삼성물산 지분 33.63%를 보유 중이다. 삼성의 우군인  KCC(9.17%)까지 합치면 지분율은 42.8%에 달한다.

행동주의펀드 연합 지분은 2% 수준이어서 주주제안 안건은 소액주주들과 국민연금의 표심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39.65%, 7.01%씩  갖고 있다. 

특히 3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에 행사할 의결권과 관련된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팰리서캐피탈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절한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삼성물산 편에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에 반대 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최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등 상장사에 주주환원 등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있어 기금 수익을 고려하는 국민연금이 행동주의펀드의 제안을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원칙과 의결권 기준이 해외연기금과 달라 이번 제안에 대한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과거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 세간의 비난을 받은 점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또한 의결권 행사시 고려하고 있어 복잡한 심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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