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의 롯데면세점(왼쪽)과 신라면세점(오른쪽). / 사진=각 사.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의 롯데면세점(왼쪽)과 신라면세점(오른쪽). / 사진=각 사. 

[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코로나19 이후 국내 면세시장 회복세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실적 회복세가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큰손이던 중국 고객 방문은 예전같지 않은데다 코로나19로 시장은 줄었는데 사업자는 기존 롯데·신라 2강 구도에서 신세계·현대백화점까지 4강 구도로 바뀌어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신라는 글로벌 진출로 돌파구를 잡고 있다. 내수를 기반으로 국내외 시장의 시너지 및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시점까지 롯데와 신라 2강의 매출은 약 3조원대로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부터 2019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2019년 롯데면세점 매출은 6조1030억원, 신라면세점은 5조2011억원 정도였으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롯데면세점 2조2450억원, 신라면세점 2조1617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으로 신라면세점이 2조9337억원 수준으로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영업익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롯데면세점 영업익은 3504억원, 신라면세점은 2671억원 정도였다. 현재는 간신히 적자에서 벗어나 300억~500억원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2023년 3분기 기준 영업익은 롯데면세점은 318억원, 신라면세점은 521억원 정도다. 신라는 지난 4분기엔 영업 손실 183억원으로 2022년 4분기에 비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업계는 "코로나 전에 매출 대부분이 나왔던 시내면세점이 잘 안 되고 있다. 그래도 단체 관광객이 오면 북적일 때도 있고 코로나 때보단 낫다"며 "그땐 정말 기업 간 거래(B2B)로 물건만 떼다 나르는 식으로 운영했다. 소매점으로 기능하는 게 지금이 코로나 이후론 처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면세점업계는 아직 내수가 훨씬 큰 상황"이라며 "국내 면세시장은 중국인 매출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큰손 방한이 회복될 때까지 해외 확대를 모색하는 게 중심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답이 없다"...해외로 나가는 면세점 업계

롯데·신라의 엔데믹 전략은 국내외 시장의 시너지를 찾으며 돌파구를 모색해나가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인 방한을 준비하되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는 모습이다. 

국내 면세 시장은 중국인 매출 비중이 워낙 높았던 상황이지만 2019년 약 25조원대(24조2586억원) 정점을 찍고 2020년 코로나로 반토막 났다. 중국 대리구매상 수수료 조정으로 지난해엔 13조7586억원으로 외형이 더 줄어들었다. 

지난해 코로나 엔데믹도 선언됐고 중국도 그해 8월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했지만 중국 방한 여행객수는 회복이 더디다. 업계는 중국 현지 경기 불황 해소, 항공 등 여행 상품 인프라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게 원인의 전부는 아니라고 보고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태국만 봐도 예전 수준을 많이 회복했지만 유독 한국이 회복이 더딘 데엔 이유가 있단 것이다.  

여기엔 중국인이 한국 이외 일본이나 유럽 등 목적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도 꼽힌다. 또 한국의 고물가 상황으로 방한 메리트가 떨어진 점도 있다. 특히 이런 고물가 상황은 단체 방한과 맞물린 국내 면세 시장의 장기 전망을 흐리고 있다. 

업계는 "기존 단체 상품을 통한 중국인의 한국 관광 메리트는 쇼핑 관광이었다"며 "엄청 저렴하게 와서 쇼핑에 몰아서 소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국내 물가를 보면 항공이면 항공, 호텔이면 호텔, 안 오른 게 없다"며 "예전 생각하고 단체 관광 신청하면 예산이 안 맞는 것이다. 항공·숙박에 20만~30만원만 써도 몇 박을 묵고 이외 전부 쇼핑할 수 있었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환율이나 명품 이탈 등으로 내수 상황도 면세점업계엔 불리하다. 롤렉스 경우 각 면세점 당 하나씩만 두기로 하는 식으로 정리했다. 서울지역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이나 장충동 신라면세점 서울점만큼은 명품 빅 브랜드 이탈을 막았지만 지방점은 이들 브랜드가 거의 다 빠졌다. 

그동안 지적돼왔듯이 여기엔 국내 관광의 한계도 원인으로 꼽힌다. 방한 여행객의 재방문이라는 이슈는 한국 관광의 질이라는 더 본질적인 부분과 맞물려 있다. 

지금으로선 명동뿐 아니라 제주도도 예전만 못하다. 제주 관광은 무사증(무비자) 지역이어서 중국 여행객의 방한이 쉽다는 게 메리트였다. 또 크루즈 여행객이 많았다. 현재도 크루즈 여행객이 오긴 하지만 객단가가 너무 낮아 업계는 큰 의미를 두진 못하고 있다. 

국내 면세 시장 줄었는데 사업자 늘어...'롯데·신라' 내수 기반 해외 출점 가속화 

이처럼 위축된 면세 시장이지만 이젠 롯데·신라 양강뿐 아니라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까지 다투는 4강 구도가 됐다.

실제 명동과 장충동에 본점을 둔 롯데·신라는 코로나 사태 전부터 신세계의 시장 잠식을 체감하고 있었다. 롯데에 물건이 없으면 명동의 시내점 면세 소비자들이 신세계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이젠 신라도 마찬가지가 됐다. 신세계면세점 명동 본점 매출이 장충동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넘어선 것이다. 

면세점업계는 점포를 정비하며 중국 경기가 풀리고 중국인 큰 손들로 국내 면세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이런 저조한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진 못하고 있다.  

이런 여러 이유로 롯데와 신라는 국내에서 아웅다웅 다투며 힘을 빼기보단 해외로 나가는 게 신규 매출이나 수익원 창출 등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포공항 입찰 결과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국내외 점포 수는 롯데면세점 21개점, 신라면세점 7개점(신라아이파크점까지 8개점)이다. 

현재로선 해외 점포는 롯데·신라면세점만 운영하고 있다. 해외 점포를 보면 롯데면세점은 괌공항점, 간사이공항점, 도쿄긴자점, 다낭공항점, 나트랑깜란공항점, 브리즈번공항점, 다윈공항점, 맬버른시내점, 웰링턴공항점, 하노이공항점, 창이공항점, 시드니시내점, 다낭시내점, 맬버른공항점, 14개가 있다.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점,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점, 마카오 국제공항점 3개를 두고 있다. 

롯데와 신라는 엔데믹 점포 정상화와 맞물려 글로벌 점포에 더욱 공을 들인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해 향후 5년 이내 해외 매출 비중을 50%대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신라면세점은 전략적으로 공항점 효과와 모멘텀을 더욱 확대해나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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