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사장 “4680, 빠르면 8월 양산”
테슬라도 양산…문제는 속도와 수율
‘테슬라 절친’ 파나소닉 점유율 뺏기?
"문제는 속도 아닌 수율" 의견도

미국 텍사스 소재 기가팩토리 텍사스에서 4680 배터리 셀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텍사스 소재 기가팩토리 텍사스에서 4680 배터리 셀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테슬라가 주도하는 글로벌 전기차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그간 떨어지고 있던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2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우선 한국에서 하반기에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르면 8월부터 4680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mm, 높이 80mm의 용량을 갖춘 원통형 삼원계(NCM) 계열 제품으로 지난 2020년 테슬라에 의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기존의 21700(지름 21mm, 높이 70mm)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개선돼 주행거리가 16% 증가했으며, 배터리 생산 방식을 바꿔 생산 단가 역시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에 전기차 배터리로 자주 쓰여온 각형이나 파우치형과 달리 안정적인 구조 형태로 폭발 가능성이 낮고 공정 난이도 또한 어렵지 않아 제조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특성이 있다.

해당 배터리는 현재 테슬라가 자체 생산해 지난해 11월 출시된 대형 픽업 트럭 ‘사이버트럭’에도 탑재되고 있는 것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향후 생산이 더 확대되면 테슬라는 이를 자사의 타 모델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테슬라 대형 전기 픽업 '사이버트럭'.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테슬라 대형 전기 픽업 '사이버트럭'.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아직 테슬라 자체 수급 느려... ‘배터리 업계 기회’

4680 배터리의 양산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에 의존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커진 셀 크기로 인해 제작 난이도가 올라간 탓에 아직 대량생산이 힘들만큼 정상 수율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4680 배터리가 정상 수율인 90%대에 못미치는 80%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사이즈가 클 경우 에너지 용량이 커지고, 내부 구조가 단순화 됨에 따라 요구되는 부품의 수 역시 줄어들며 추가적인 가격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등 이점이 많다. 하지만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크기가 커진 만큼 열 방출량이 증가하는 약점이 생기는 데다 배터리 팩 내부에 불용공간(빈 틈)이 많이 생겨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정 및 용접 난이도가 올라간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테슬라가 오는 2025년부터 4680 배터리를 탑재한 사이버트럭을 연 25만대 생산하고자 하고 있음에도 목표치만큼의 생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 블룸버그의 예측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7만8000대의 사이버트럭을 인도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이버트럭은 현재 물량 부족 등의 이유로 미국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두꺼운 스테인리스 스틸을 그대로 사용해 날카로워진 차체 구조 때문에 유럽과 중국 등지에는 안전 상의 문제로 판매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등의 문제도 있으나, 실제로는 배터리 조달이 어려운 점이 생산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생산 시점을 공표했다는 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선제 생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 중이며, SK온은 아직 구체화된 계획이 없는 상태다. 해외에서는 테슬라와 평소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파나소닉이 오는 4월부터 9월 사이를 대량생산 시점으로 잡고 개발을 진행중에 있으나 이전에 한 차례 양산을 미룬 전적이 있다.

국내외에서 모두 4680 배터리 생산을 위한 설비 구축을 완료했다는 점 역시 강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충청북도 오창공장에 4680 배터리군 양산 설비 구축을 위해 5800억원을 투입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2170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틀어 4680 배터리 생산을 예고한 바 있다.

2023년 연간 누적 글로벌(중국 포함) 배터리 사용량. 표=SNE리서치
2023년 연간 누적 글로벌(중국 포함) 배터리 사용량. 표=SNE리서치

공급망 확대·점유율 회복 ‘두 마리 토끼’ 노리는 LG엔솔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확대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을 소폭 회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테슬라는 북미 탑재용 배터리는 파나소닉에게, 중국·유럽 롱레인지 모델용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에게 공급을 맡겨온 바 있다. 하지만 4680의 양산을 LG에너지솔루션이 먼저 하게 될 경우 파나소닉이 담당하던 북미용 배터리 공급도 담당하게 되며 공급망을 넓힐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렇게 파나소닉의 점유율을 뺏어올 수만 있다면 LG에너지솔루션이 그간 중국 CATL이나 BYD에 밀려 떨어졌던 글로벌 점유율 역시 소폭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 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면에서 2022년 대비 0.5% 하락한 13.6%를 기록하며 한 단계 내려간 3위를 기록했다. 비록 사용량 면에서는 71.6GWh(기가와트시)에서 95.8GWh로 성장하며 33.8%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같은 기간 57.9%의 성장률로 111.4GWh(점유율 13.6%)까지 사용량을 끌어올린 2위 BYD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CATL은 259.7GWh로 36.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사 최초 양산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아직 이르며, 혹여 가능하다 한들 그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수율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배터리) 업계 최초 생산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삼성SDI도 생산 목표하고 있고 SK온도 아직 생산 계획 밝히지 않았다”라며 “그리고 빨리 생산하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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