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인터배터리 2024' 현장은 지난해보다 더 뜨거웠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불어닥친 ‘EV 한파’에도 불구하고 인터배터리 현장은 여전히 뜨겁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인터베터리 2024'에는 18개국 579개 기업이 참가해 총 1896개의 부스를 꾸렸으며, 총 7만5000명이 몰릴 것으로 주최측은 기대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가 워낙 뜨거워 관계자들은 EV한파가 곧 끝나고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6일 오전. 이른 시간부터 업계 관계자는 물론 외국 바이어, 관련 학부 소속 대학생 등이 많았다. 일반 관람객도 적지 않아 보였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역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 부스였지만, 포스코그룹·에코프로·LS일렉트릭·고려아연·엘앤에프(L&F) 등 소재 및 제조 업체들에도 관람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업체들은 각기 배터리 관련 핵심 제품이나 밸류체인, 향후 비전과 로드맵을 선보였다.

LG엔솔, 세계 최초 파우치형 ‘셀 투 팩’ 첫 선

LG에너지솔루션은 무대 중앙에 ‘셀 투 팩(Cell To Pack)’ 배터리 시스템이 적용된 전기차 목업(Mock-up, 전시용 제품)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당 기술은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을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배터리 무게와 비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파우치형 셀투팩은 기존의 각형 모델 대비 무게가 한 층 가볍고 열 전이 방지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딱딱한 소재로 셀을 보호할 수 각형 모델 과 비교하면 가볍고 약한 소재로 감싼 점이 눈에 띄었다. 파우치 겉껍질 강도를 높여 내구성에 대한 우려를 상쇄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팩 자체의 강성을 높였다. 셀투팩은 과자를 예로 들면 박스 안에 봉지과자가 들어있는데 모듈에 해당하는 봉지를 뺀 것이다. 대신 팩에 해당하는 과자박스 자체를 좀 더 튼튼하게 만든 것이라 보면 된다”라며 “상용화는 공급사와 협의되고 어느 정도 기술 기반이 갖춰지면 그 때 할 것 같다. 지금은 시제품이 생산된 만큼 공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기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를 더욱 고도화한 ‘배터리 관리 토탈 솔루션(BMTS, Battery Management Total Solution)’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팩 및 BMS 기술이 모두 적용된 일본 ‘이스즈(ISUZU)’의 첫 전기 상용차인 ‘엘프 미오(ELF mio) EV 트럭△리튬인산철(LFP) 표준화 전력망 ESS 첫번째 제품인 ‘JF1 DC-링크(Link)’ △주택용 ESS 신제품 ‘엔블록(enblock) S’ △전고체 전지와 리튬황 전지 및 리튬메탈전지 등도 전시됐다.

삼성SDI “전고체 로드맵, 더 자세히 공개합니다”

삼성SDI 전시장 입구에서는 볼보트럭이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출시한 첫 대형 전기트럭 ‘FM 일렉트릭’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이목을 끈 것은 이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시스템. 삼성SDI의 프리미엄 하이니켈 제품인 21700(지름 21mm·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를 묶은 모듈이 차량 측면에 전시됐는데, 4680개의 배터리가 탑재된 팩이 총 6개가 들어가 무려 2만8000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다고.

여기에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46파이와 미드니켈 NMX, LFP 등 다양한 완성차용 배터리 포트폴리오는 물론 △전동공구·정원공구용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 △갤럭시S24 등 IT기기용 파우치 배터리 △웨어러블 기기용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제품들이 전시장을 채웠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관련 로드맵을 보다 상세하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전지의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이온을 전달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화재나 폭발 위험을 크게 낮추고 주행거리도 확대해 업계에서 ‘꿈의 배터리’라 불리고 있다. 삼성SDI는 기존에도 지난해 말 신설된 전고체 배터리(ASB) 사업화 추진팀을 중심으로 2027년 양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수 차례 발표한 바 있으나 구체적인 로드맵 공개는 이번이 최초다.

또한 삼성SDI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업계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보유한 ‘900Wh/L ASB’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12월 첫 프로토타입 샘플이 만들어졌으며, 올해부터 3년간 A·B·C단계 샘플 제작을 진행한 뒤 SCM(공급망 관리 솔루션)부터 대량생산까지 전 과정을 준비해 오는 2027년 예정대로 양산될 예정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존에도 전고체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했지만 이 정도로 로드맵을 상세화해 들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성능격차는 거의 비등비등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더 끌어올리는 한 편 안정성도 사고가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 시장성을 만드는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충전속도는 우리가 갑” SK온, 급속충전 제품 공개

SK온은 급속충전기술을 강화한 배터리가 주인공이었다. 특히 ‘어드밴스드 SF(Advanced Super Fast) 배터리’의 경우 기존의 SF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는 9% 높이면서 급속충전 시간은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21년 출시된 SF 배터리는 18분 만에 셀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하이니켈(배터리 함량 83%) 배터리로, 어드밴스드 SF의 경우 같은 에너지 밀도에서 급속충전 성능이 약 18% 개선됐다. 해당 배터리를 탑재한 기아 대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EV9’도 함께 전시돼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SK온은 특수 코팅공법을 통해 음극 저항을 크게 낮추고, 음극 정렬 공법을 적용해 리튬이온 이동 경로를 단축했다. 배터리 충전 속도는 리튬이온 이동 거리와 이동 속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 충전 시 음극저항이 높아 리튬이온 이동속도가 느려져 충전 시간이 길어진다. 여기에 충전 속도를 최대화할 수 있는 분석 기술로 최적화된 급속충전 프로토콜을 더해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도 급속충전 속도를 잡았다고.

SK온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SK온이 개발한 특수 코팅 기술로 양구 구조가 잘 안정화돼 이온이 빨리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 급속충전의 비결 중 하나”라며 “여기서 코팅과 도핑(첨가재) 등을 통해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작업으로 성능 저하를 막았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존 SF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와 급속충전 시간을 끌어올린 ‘SF+’ △NCM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LFP 배터리 대비 저온 성능과 에너지 밀도를 10% 이상 개선한 ‘윈터 프로(Winter Pro) LFP’ △최초로 공개된 ESS 제품 등 다양한 배터리 라인업 역시 눈에 띄었다.

첫 ‘인터배터리 어워즈’ 개최

이외에도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인터배터리 어워즈’를 통해 9개 제품을 선정, 시상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처음 제정된 것으로,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 가운데 뛰어난 기술성과 혁신, 상품성 등을 지닌 제품을 선정하고 산업 관계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함이다. 총 50개 기업의 78개 제품이 출품됐으며, 배터리 분야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총 9점이 최종 선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종합 1등’인 최고 혁신상과 자동화 솔루션 혁신 최고상 2개 부문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특히 ‘최고 혁신상’에 빛나는 미드니켈(니켈 함량 40~60%) 퓨어 NCM 배터리는 고전압에서도 구동이 가능한 미드니켈(NCM 613) 100% 양극재를 적용한 최초의 노트북 배터리다. 비교적 고가 소재인 니켈 함량을 줄여 가격을 낮추면서도 기존의 다결정 양극재 대비 수명과 밀도가 높아진 단결정 양극재를 사용해 고전압에서도 내구성을 유지한다. ‘자동화 솔루션 최고 혁신상’을 받은 LG에너지솔루션의 음극 레이저 식각 기술의 경우 소형 파우치 배터리 셀 상단부가 부푸는 ‘스웰링’ 현상을 원천 차단해 안정성을 높였다.

‘ESS 최고 혁신상’을 받은 삼성SDI의 ‘삼성 배터리 박스(SBB)’는 제품 모듈 탑재 일체형 배터리 솔루션으로 △475.2kWh/L의 높은 에너지 밀도 △배터리 화재 특화 장치(소화·폭발 방지) △정전 대비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SK온의 경우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로 ‘급속 충전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포스코홀딩스는 ‘친환경 포스코형 광석리튬 공정’을 통해 ‘정제련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전해질 최고 혁신상: 동화일렉트로라이트 - 리튬이차전지용 전해액 첨가제 PA800 △사용 후 배터리 최고 혁신상: (주)포엔 -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제조/재사용 △공정 장비 최고 혁신상: 원준 - 연속식 이차전지 양극재 및 음극재 제조(소성) 장치 △스타트업 혁신상: 주식회사 지에프아이 - AEGIS 자동소화 시트, 패드, 테이프 등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