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이자경감’ 직접적 요구
횡재세 논란 감안, '2조원+α' 규모 예상..이자캐시백 등 거론
일각선 업계 경쟁력 약화 우려도

지난 20일 진행된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지난 20일 진행된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금융권을 향한 상생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한 가운데, 은행권에서 어떤 방안을 내놓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주요 금융지주사 및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연말까지 관련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겠다며 당국의 주문에 화답하는 모습이다. 특히 당국의 주문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가 언급됐다는 점에서 이전 대비보다 파격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국의 지나친 상생압박이 외국인 자본 이탈 등 업계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와 지방 금융지주 3사(BNK‧DGB‧JB금융)는 올해 연말까지 은행 자회사와의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상생금융 시즌2’의 주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진행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수장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공식화됐다. 이날 당국 수장들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주문한 만큼, 이전에 공개됐던 상생금융 ‘시즌1’ 방안보다 더욱 구체적이면서 규모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감원장(왼쪽) / 사진=금융위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감원장(왼쪽) / 사진=금융위

상생 가이드라인 제시한 금융당국

이번 상생금융 시즌2 방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일종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간 금리 인하, 상환 유예 등 큰 틀에서 ‘취약계층 지원’을 아우르는 방안 시행에 집중돼 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이자 감면’이라는 명확한 키워드가 제시됐다.

우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특정한 점에 대해서는 현재 이들이 처한 금융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주요 지표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신용위험 지수는 43.1로 전분기(42.2) 대비 0.9p(포인트) 상승했다. 신용위험지수는 기보유한 채무 규모 등 금융상황을 고려해 연체 등 부실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수다. 통상적으로 100에 가까워질수록 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은행권 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시중은행 및 2금융권을 중심으로 0.5% 수준까지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예측한 오는 4분기 자영업자들의 신용위험 지수는 3분기 대비 0.3p 악화된 46.1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코로나19 사태 당시 영업정지, 고물가‧고금리 등의 여파로 국내 자영업자들이 오랜 기간 피해를 봤다”며 “물론 어려운 분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우리 사회가 제일 먼저 신경 써야 할 계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역시 ‘이자 감면’과 관련한 내용이다. 이미 많은 은행들이 금리 인하 등의 방식으로 이자 부담 경감에 나서고 있는데, 이번에 당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상환해야 할 이자 자체를 감면 또는 아예 소각해 주는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간담회를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낮춰주는 등,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금융당국의 이자감면 요청이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시행됐던 인위적 금리 인하 이후, 오히려 이러한 조치가 신규 대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가계부채 폭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은 전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 각 사.

‘이자캐시백’ 등 검토될 듯

은행권도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들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의 상생압박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지원 규모 및 지원 대상, 지원 방식 등을 사실상 특정할 것으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히 이날 이자감면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횡재세’를 굳이 언급한 건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라며 “횡재세 도입을 통해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세입이 약 2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사실상 그 정도 수준의 상생금융을 지원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이자 캐시백 조치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향후 부과되는 이자를 납입할 시, 일정 시점에 이를 다시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미 하나은행이 약 665억원 규모의 이자를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겠다는 조치 시행을 발표한 바 있어 타 은행도 무리 없이 이를 시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시점에서 은행 건전성 관리와 상생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이자 캐시백 등이 언급되는 건 맞다”라면서도 “다만, 캐시백 규모뿐 아니라 과거에 납부한 이자 금액에도 해당 조치를 소급 적용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최근 당국 수장과 지주사 회장단 간 만남이 진행된 만큼, 아직 상생방안을 발표하지 않은 지주사들도 금명간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기존에 방안을 발표한 지주사들 또한 일부 수정 및 자금 지원 분야의 재조정이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 /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 / 사진=금융위원회

한편, 일각에서는 이같은 금융당국의 무리한 상생 압박이 국내 금융권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사의 경쟁력을 유추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의 경우, 금융당국의 관치(官治) 압박 등의 여파로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 비중은 올해 초 대비 2%p~4%p 가량 감소했다.

기존 외국인 투자자 이탈은 결국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한 IR(기업설명회)과정에서도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 지주사들은 국내 주주들 못지 않게 외인(外人) 투자심리를 잡기 위한 노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사실상 책임을 금융사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주환원 및 외국인 투자 확대는 사실상 은행이 해결할 몫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상생금융 지원이 오히려 지속가능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상생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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