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 예정 EV9·G80 자율주행 또 연기
현대차그룹 “야간 자율주행속도 높여야”
혼다 벤츠 BMW 레벨3 성공..급한 현대
특별감사 따른 인사, 조직개편이 큰 변수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브랜드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90'.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브랜드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90'. 사진=현대자동차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했던 ‘레벨 3’ 자율주행 상용화를 또 다시 연기했다. 야간 자율주행 성능 향상 및 고속도로 주행 속도 증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혼다와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BMW까지 레벨 3 자율주행 문을 여는 데 성공한 만큼 현대차그룹과 이를 지켜보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위기감이 높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연말 인사·조직 개편 등을 통해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고 더 나은 기술을 출시한다면 자율주행 시장 경쟁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유지한 현대차·기아 자율주행사업부 전무가 키노트 발표를 진행중인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유지한 현대차·기아 자율주행사업부 전무가 키노트 발표를 진행중인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레벨 3’ 탑재 또 연기… “야간 자율주행·속도 증강 필요”

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야간 자율주행 성능과 고속도로 자율주행 속도 등을 이유로 ‘레벨 3’ 자율주행 탑재를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한 현대자동차·기아 자율주행사업부 전무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자율주행 연기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야간 자율주행 기술 쪽에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시속 80km까지 적용 가능한 레벨 3 자율주행차 양산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벨 3’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제시한 6단계(레벨 0~5)의 자율주행 기술 중 중간 단계로 단순 주행 보조를 넘어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이라 불릴 수 있는 수준에 해당한다.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양손을 놓고 전방을 주시하지 않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차량이 스스로 추월하거나 장애물을 피하고 전방 사고·교통혼잡을 우회하는 등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 운전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상용화 단계에 활용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HDP’(Highway Driving Pilot)라 불리는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까지 ‘레벨 3’ 급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제네시스 대형 세단 ‘G90’, 기아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 GT라인’에 탑재하고자 했으나 최근 이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실제 도로 환경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 보니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 잠정 연기했다”라며 “구체적인 탑재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며 말했다. "구체적인 시점은 차후에 말하겠다"고 덧붙여 대략적인 일정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BMW의 자율주행 시스템 '인텔리전트 오토파일럿' 관련 이미지. 해당 시스템은 완전 자율 주행 모드인 이즈 모드(Ease Mode)를 지원해 운전자 대신 자율적으로 자동차를 제어한다. 이동 중에는 현재 목적지까지의 경로, 도로 상황, 차량 상태 등 중요한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이미지=BMW 코리아
BMW의 자율주행 시스템 '인텔리전트 오토파일럿' 관련 이미지. 해당 시스템은 완전 자율 주행 모드인 이즈 모드(Ease Mode)를 지원해 운전자 대신 자율적으로 자동차를 제어한다. 이동 중에는 현재 목적지까지의 경로, 도로 상황, 차량 상태 등 중요한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이미지=BMW 코리아

혼다·벤츠 이어 BMW까지… 현대차그룹은 속이 탄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혼다와 벤츠에 이어 BMW까지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레벨 3 자율주행 인증에 성공하며 현대차그룹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완성차 상용화 분야에서 앞서있는 곳은 혼다와 벤츠다. 혼다는 지난 2021년 고급 세단 ‘레전드’에 레벨 3 자율주행을 탑재하며 판매용 승용차로서는 처음으로 고지를 밟았다. 다만 레전드는 리스 전용차로 100대 한정 판매했으며 값비싼 라이다 센서가 5개나 장착된 탓에 가격이 대당 1100만엔(약 1억원)으로 상당히 비쌌다.

뒤이어 레벨 3 개발에 성공한 벤츠는 지난 2021년 독일연방자동차국(KBA)으로부터 자체 개발 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의 레벨 3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의 허가도 획득했다. 올해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옵션)을 탑재한 S클래스와 EQS를 출시해 내년 초부터 소비자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초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지난해 말로 계획돼 있던 레벨 3 자율주행 탑재를 올해 상반기로 한 차례 미룬 데 이어 이를 다시 올 하반기로 미뤘기 때문이다. 벌써 1년 이상, 3차례 미뤄진 상황이다.

하지만 ‘큰 그림’은 있다. 두 회사의 자율주행 최고 속도가 60km/h에 그치는 만큼 이를 능가하는 80km/h의 속도를 갖춘 시스템을 탑재해 출시하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계획.

신동훈 한국해양대 인공지능공학부 교수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서 진행한 세미나에서 “현대기아 같은 경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시속을 조금 더 상향 업데이트하는 것”이라며 “이름 자체가 HDP인데, 하이웨이(고속도로)에서 정확하게 파일럿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60km/h 가지고는 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 본사 건물. 사진=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 본사 건물. 사진=현대자동차

다가오는 현대차 자율조직 인사·조직개편... 어떤 변화 있을까

이제 업계의 관심은 현대차가 연말로 예정돼 있는 자율조직 부문의 인사 및 조직개편 등을 통해 자율주행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자사 자율주행사업부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현대차 측에서는 자율주행 사업 부진에 대한 특별감사 성격은 아니라는 입장이나, 업계에서는 이번 감사 배경으로 HDP 적용 연기를 꼽고 있다. ‘사내 감사’는 전문 인력을 통해 사업 현황을 진단하고 자구책을 강구하는 과정이다. 또한 소규모 인사·조직 개편 역시 단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연말 인사 때 추가 인사 및 조직 개편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는 타 사업부 대비 조직 유연성이 높아 잦은 인사와 조직 변경이 이뤄지는만큼 파격적인 개편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어떤 성격의 자율주행 기술을 내놓게 될지도 관심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자율주행 센서나 알고리즘은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되어 있는 만큼 각 업체가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마디로 소비자 눈높이가 높다는 것. 

현대차그룹이 앞서는 기술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성격의 기술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소비자 선택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자율주행도) 이제 개인 취향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벤츠를 타다 BMW를 (자율주행을) 타 보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가는 면도 있는 것 같고, 테슬라 같은 경우는 좀 더 저돌적인 느낌이다. 자율주행도 앞으로 탑승 관점으로 바뀌는 만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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