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의혹..이사·감사위 회의록 열람요청
한달새 2번째...트러스톤 "기간나눠 자료요청"
매출 50%가 오너 계열사 수수료..의문 제기
주가 26% 상승..."승리 이력 행주펀 기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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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톤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사진.트러스톤자산운용 홈페이지
트러스톤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사진.트러스톤자산운용 홈페이지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국내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난해 주주활동에 나섰던 한국알콜에 '터널링(tunneling)'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전에 돌입했다. 터널링은 계열사간 내부 거래를 통해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한국알콜을 상대로 한차례 주주활동 성공을 맛본 트러스톤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한국알콜의 주가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달성하기도 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장 마감 후 한국알콜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수원지방법원에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트러스톤이 한국알콜에 열람을 요청한 자료는 2012~2014년 케이씨엔에이 주식 매각 승인건을 포함한 별지 목록 기재 이사회 회의록이다.

트러스톤측은 지난달 16일에도 수원지방법원에 사측을 상대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케이씨엔에이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의사록을 열람 및 등사 허가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트러스톤측에 따르면, 사측에 내부거래의 적법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한국알콜 측이 제공한 자료의 공개 범위가 제한돼 있어 소송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장기간 데이터를 한 번에 요청하면 법원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있어 기간을 나눠 2번에 걸쳐 소송을 걸게 된 것"이라며 "경영권 장악이나 분쟁의도는 없으며, 사측이 정당한 내부거래라고 판단하는 근거를 확인하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알콜 매출 50%, '판매 대행 수수료'로 오너 일가 소유 계열사로 흘러 들어가

트러스톤이 한 달 사이 두 번씩이나 자료 공개 소송을 제기한 것은 한국알콜과 계열사인 케이씨엔에이 사이 발생한 내부거래로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남용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국알콜 본사 전경. 사진 제공=한국알콜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국알콜 본사 전경. 사진 제공=한국알콜

한국알콜의 최대주주인 케이씨엔에이는 지용석 한국알콜회장과 그의 친인척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과거부터 한국알콜은 케이씨엔에이와 지배구조에 따른 오너 일감 몰아주기 등 소위 터널링 행위로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한국알콜의 특수관계자와의 매출, 매입 등 거래 내역에 따르면, 매출 가운데 50% 가까이가 케이씨엔에이에 흘러 들어갔다. 지난 2020년 한국알콜 매출 3717억원 중 케이씨엔에이에 지급한 수수료는 1836억원, 2021년엔 5016억 가운데 2802억원, 지난해에는 5127억원 가운데 2399억원이었다.

케이씨엔에이는 지난 1992년 한국알콜이 코스닥시장 상장 직후 한국알콜과 총판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 대행에 따른 수수료를 수취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1년간 자동 연장되는 옵션을 삽입해 그간 계약을 이어왔다.

트러스톤은 한국알콜이 불필요한 판매대행 수수료를 케이씨엔에이에 지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행업체가 필요하더라도 오너일가 지분 100%로 구성된 케이씨엔에이와 지속적인 계약을 이어나갈 이유가 없고, 한국알콜이 자체적으로 유통하거나 다른 유통업체를 통해 계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소송을 통해 이사회 회의록을 확보하면 한국알콜이 판매대행업체 선정에 정당한 절차를 거쳤는지, 꼭 판매대행을 케이엔씨에이가 맡아야만 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첫 번째"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수수료가 케이씨엔에이에 지급될 필요가 없는 돈이라면 중단해야하고, 이를 영업익과 순이익으로 잡는다면 더 큰 주주환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주주활동 승리한 트러스톤에 대한 기대감? 한국알콜 주가 급등

아직까지 구체적인 트러스톤의 주주 활동은 펼쳐지진 않았으나, 지난 6일 한국알콜 주가는 한때 전 거래일 대비 26%까지 뛴 1만47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뒤 오름폭을 줄여 14.62%(1710원) 급등한 1만3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펀드 개입에 대한 주가 상승 기대감과 함께 트러스톤이 이미 주주제안으로 한국알콜 감사위원을 선임한 바 있어, 단순한 회의록 열람 요청 소송에도 투자자들이 반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트러스톤은 지난 3월 한국알콜 정기주주총회에서 차재목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해 선임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 9월에는 한국알콜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해 적극적 주주활동을 선언하고, 지분도 지속적으로 늘려갔다. 

트러스톤의 한국알콜 지분은 첫 대규모 지분 공시를 한 지난해 9월(5.14%)이후 지난달 기준으로 9.37%까지 늘어났다.

행동주의펀드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전부터 한국알콜의 내부거래에 불만이 많았던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반증"이라며 "특히 트러스톤의 경우 한국알콜을 상대로 주총에서 승리한 이력도 있고, 꾸준히 지분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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