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분으로 SM 지배구조 개선·주가 상승 이끌어
JB금융 표결선 패배했지만 주주환원책 고려 계기
해외기관투자자 러브콜..."연내 1조원 확보 목표"

[편집자주] 올해 주주총회에서 단연 돋보인 건 행동주의펀드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 KT&G, 태광산업,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 등 주주가치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의 주총 현장에 등장해 대주주와 경영진을 성토하고 주주의 몫을 요구한 토종 행동주의펀드를 시장에서는 'K 행동주의펀드'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주총장 습격사건'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 '찻잔속 태풍'이 되고 말았지만 시장에 남긴 족적은 적지 않습니다. 우선 K 행동주의펀드의 활약으로 후진적 지배구조로 대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개선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의 불씨를 봤다는 투자자도 있고, 해외로 눈돌리고 있는 국내 2030 투자자의 발길을 국내로 유턴시키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옵니다. 데일리임팩트는 이들 K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을 6차례의 기획기사로 정리했습니다.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 1% 남짓 되는 지분으로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에 많은 변화를 끌어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불합리한 계약을 끊어내는 것만으로도 SM의 주식 가치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며 감사 선임을 시작으로 이수만 전 총괄의 라이크 기획과의 계약 해지 등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SM 주가를 1년 반 만에 30% 끌어올렸다. 

#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이 낮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저평가됐다며 배당확대를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시한 배당금은 900원. 사측이 제안한 배당금보다 약 25%(185원) 높았다. 이 대표는 주총 현장에서 "단기 수익이 목적이었다면 순이익의 100%~200%를 요구했을 것"이라며 장기 투자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디자인 = 김민영 기자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행동주의 펀드다. 특히 SM을 상대로한 주주활동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이 관심을 모았다.

얼라인의 주주활동은 타 운용사들과 달리 다소 공격적이고 저돌적이다. 주주제안 후 서한을 공개하고, 주주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사측 뿐 아니라 타 주주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SM의 폐쇄적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에 따른 투자 수익도 거뒀다. 얼라인의 주주 제안으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최대주주에서 내려왔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지배구조도 개선됐다. 또한 1년 반 만에 SM 투자를 통해 원금의 80%에 달하는 수익을 내기도 했다.

SM 저격수, 주가·지배구조 개선까지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얼라인은 1%의 SM 지분 확보 후 공격적인 주주 활동에 나섰다. SM이 타 엔터사 대비 저평가 되어있고, 원인은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내부거래 등 취약한 지배구조에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SM이 음반 판매 업계 1위를 차지했으나, 하이브와 JYP보다 주가가 저평가 됐다며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감사 선임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자인 = 김민영 기자 
디자인 = 김민영 기자 

첫 행보로 얼라인은 지난해 2월 이사회 감시를 목적으로 SM에 곽준호 감사 후보를 추천했다. 당시 3%룰(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로 이수만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고,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공감한 국내외 투자자문사들과 소액주주들은 곽 감사 선임에 동의했다. 얼라인으로 기울어진 분위기에 사측 감사 후보가 주총 직전 자진 사퇴하면서, 곽 감사는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선임됐다

감사 선임 이후엔 이수만 전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 기획'과 SM 사이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얼라인은 SM이 라이크기획에 10년간 매출액의 최대 6%를 매년 인세로 지급해 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주가 저평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6개월간 두 차례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결국 SM이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SM은 얼라인이 요구한 12가지 지배구조 개선안도 대부분 수용했다. 사외이사와 감사만 참여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해 계열사와 거래를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고, 이수만 총괄 중심 프로듀싱도 멀티체제로 전환했다. SM경영진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한 이창환 대표는 올해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선임되기도 했다.

SM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주가도 상승했다. SM 주가는 얼라인의 곽준호 감사 주주제안부터 올해 주주총회까지 근 1년간 29%가량 상승했다.

JB금융에 배당확대 제안

얼라인은 올해 SM에 이어 국내 은행 지주사를 상대로 새 주주제안에 나섰다. 특히 국내 은행지주들이 충분한 자본비율, 자본이익률을 갖췄음에도 주주환원이 미흡해 시장에서 저평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4대 금융지주(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과 3대 지방금융지주(JB금융, BNK금융, DGB금융 등) 7개사 의결권을 확보, 이를 기반으로 배당정책 수립과 배당확대를 담은 주주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JB금융은 서한을 받은 지주사 중 유일하게 얼라인의 제안을 거부했다. 과도한 배당성향 확대가 장기 기업 가치에 손해가 될 수 있고, 주주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JB금융 2대 주주인 얼라인은 배당금 확대와 사외이사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했다. 얼라인은 사측이 제안한 배당에 185원에 올린 금액을 제시하며, 과도한 배당 요구로 단기 성과 추구가 아닌 장기투자자로서 제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얼라인이 제안한 2가지 안건은 모두 주주총회서 부결됐다. 주요 주주인 삼양그룹, OK저축은행,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설득에 실패했다. 이 대표는 "JB금융이 자본배치 정책을 도입할때까지 주주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행동주의펀드 성공사례 만들어 

얼라인이 올해 실시한 SM과 JB금융의 주주활동은 비록 결과는 상반되지만 각각의 시사점을 주고 있다.

얼라인은 SM 주주활동으로 1% 남짓 적은 지분으로도 지배구조와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로서 보유한 지분량과 상관없이 저평가된 기업에 문제점만 잘 지적한다면 주가상승과 지배구조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기타한 의결권자문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얼라인 주주활동 사례 중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것은 결국 모든 주주들에게 인정 받았다는 의미"라며 "감사와 달리 의사결정에도 참여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결에서 패배한 JB금융 사례서도 배당확대와 같은 동일한 주주제안을 받을 수 있어 사측이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하고 고도화하는 과제를 남겼다는데도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어떤 운용사인가?

얼라인은 2021년 9월 설립된 올해 2년 차 자산운용사다. 지난 20일 기준 운용규모(순자산총액+평가액)는 2913억원, 운용 중인 펀드는 5개이며, 대표 펀드는 설립 후 설정한 '얼라인파트너스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1호'다.

얼라인을 이끌고 있는 이창환 대표는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출신이다. 1986년생인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와 KKR을 거쳐 얼라인파트너스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KKR 재직 당시 오비맥주 매각, 하이마트 인수합병(M&A) 등 주요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얼라인의 행동주의펀드 특징은 '저평가된 우량기업'이 타깃이라는 점이다. 실제 얼라인은 SM과 JB금융도 각각 '이수만 중심 지배구조'와  비효율적 자본배치에 따른 낮은 주주환원으로 저평가 됐다고 주장했다. 

얼라인은 사명과 같이 투자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익을 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장기투자를 지향한다. 

현재 얼라인은 올해 연내 1조원 규모 펀드 모집을 목표로, 미국과 캐나다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펀드레이징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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