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 각각 지난해 최대-최다 사고건수 및 금액 기록
진옥동 회장, 행장 시절 발생 사건에 책임론 가능성 대두
‘내부통제 이슈 촉발’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역할에 ‘주목’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오른쪽). / 사진=각 사 제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오른쪽). / 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소위 ‘내부통제 리스크’에 대한 금융당국의 칼끝이 주요 금융사들을 정조준한 가운데, 올해 나란히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역할론과 책임론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최다 건수, 최대 규모의 내부통제 리스크를 기록한 양 지주사의 입장에선 올해 내부통제 리스크 극복을 위한 전략 마련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진옥동 회장의 입장에선, 은행장 시절 내부통제 이슈와 관련해 징계를 포함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종룡 회장 또한 지난해 700억원이 넘는 내부통제 리스크에 휘말린 바 있는 우리금융의 신뢰도 회복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미 양 사 모두 연초부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행보가 실제 신뢰도 회복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나란히 수장을 교체한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의 당면 과제 중 하나로 내부통제 리스크 극복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금융권 내 횡령‧배임‧이상 거래 등 내부통제 미비로 불거진 금융사고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별개로 이미 지난해 관련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주요 금융사들은 발 빠르게 신뢰도 회복을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사진. 구혜정 기자.
금융감독원. 사진. 구혜정 기자.

당국 감사에 드러나는 ‘금융사고’

내부통제 리스크를 수면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감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결과도 도출하며 금융권에 적잖은 파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최근 16조원에 달하는 은행권 내 이상 외화 송금 사건과 연관된 은행과 직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부당행위가 확인된 일부 은행과 임직원에게는 징계와 관련된 통보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NH선물 및 국내 12개 은행을 포함한 총 13개 금융회사를 검사한 결과, 총 122억6000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거래 및 금융회사의 외국환거래법 등 법규 위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액순으로 살펴보면 NH선물이 50억4000만달러로 가장 컸다. 이어 신한은행(23억6000만달러), 우리은행(16억2000만달러), 하나은행(10억8000만달러), KB국민은행(7억5000만달러), NH농협은행(6억4000만달러)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부산, 경남, SC제일, 기업 등 지방‧외국계‧국책은행 또한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통제 미비에 따른 금융사고는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년여간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140건에 이른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40건으로 지난 2020년과 2021년 각각 발생한 사건수(50건)보다는 줄어들었다. 다만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각된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를 포함해 지난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이 800억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국내 5대 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금융사고 리스크 늪 빠진 ‘신한-우리’

이같은 업권 내 금융사고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금융사고 발생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횡령 4건, 사기 3건 등 총 7건인데 이러한 금전 사고에 따른 피해금액은 약 6억2000만원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금전사고가 발생한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윤창현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5건, 피해 규모는 무려 701억3000만원에 달했다. 600억원이 넘는 우리은행 내부직원 발 횡령 사건 여파로 분석되는데, 해당 이슈는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들의 내부통제 강화 움직임을 촉발한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리스크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컸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를 계열사로 둔 지주사 수장들의 행보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경우, 이같은 금융사고를 남의 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불거진 신한은행 내 금융사고가 모두 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발생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진옥동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여간 신한은행장직을 역임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23억6000만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대 시중은행 전체 이상 외화송금 규모(64억5000만 달러)의 37%에 달하는 비중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이상 외화송금 이슈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당시 행장이었던 진옥동 회장에까지 금융당국의 칼날이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상 외화송금 관련 브리핑을 통해 “사안이 중요한 만큼, 필요시 은행 본점이나 임직원까지 제재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아직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 이번 금융사고의 책임을 CEO에게 묻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데일리임팩트가 만난 한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CEO에 대한 직접적 제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분위기”라면서도 “현재 논의 중인 지배구조법 개정안 및 내부통제 개선 TF가 도출할 결과물에 따라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한금융은 진옥동 체제 출범을 전후로 내부통제 개선 및 강화를 목표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진 회장 또한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등에 중점을 두겠다”며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이원덕 우리은행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고객 대표 4명,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영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제공
(왼쪽부터) 이원덕 우리은행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고객 대표 4명,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영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제공

任 “내부통제 강화 광폭 행보‘

지난해 불거진 우리은행 횡령사고 당시 야인(野人)이었던 임종룡 회장은 이와 관련한 금융당국 제재의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다만, 지난해 가장 큰 규모의 횡령 사고로 홍역을 치른 만큼, 신뢰도 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개선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단 임 회장 또한, 취임 이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전 그룹사 준법감시 실무자로 구성된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 운영을 시작한 데 이어, 연세대 법무대학원과 손잡고 ‘우리금융그룹 내부통제 전문가과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IT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위한 ‘IT내부통제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내부통제 리스크 극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도 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실질적인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를 시작으로 전임 회장 재임 시절 당국과의 법정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상처가 다소 깊다는 지적 때문이다.

임종룡 회장이 취임 후, 최우선 당면 과제로 내부통제 강화를 언급하고 있는 점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임 회장 또한 취임사를 통해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한 급선무는 탄탄한 리스크관리 역량을 갖추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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