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콜옵션 만기 규모 2조원
SVB·CS 사태로 자본확충 위기
행사 약속에도 연기 가능성 우려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전경. 사진. 위키피디아.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전경. 사진. 위키피디아.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한 가운데 국내 보험업계의 자금경색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올 2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자본성 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하면서 보험사의 자본확충 문제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선 보험사들이 지난해 '흥국생명 사태'를 경험했던 만큼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유동성 확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콜옵션 만기를 앞둔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추정액은 약 2조25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만기 도래 콜옵션 총 규모(약 4조4000억원)의 절반이 2분기에 몰려 있다.

보험사별로는 내달 한화생명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메리츠화재(1000억원)이며 5월에는 DB생명 300억원, DGB생명 500억원, KDB생명 2억달러(약 2600억원) 6월에는 롯데손해보험 600억원, 신한라이프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대비하고자 자본성 증권 발행을 늘려왔다. 2020년 보험업계의 자본성 증권 발행은 9680억원 규모였으나 2021년 2조8685억원, 지난해엔 4조원 넘게 발행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자본성 증권은 영구채 성격을 가져 채권발행으로 자본을 늘릴 수 있다"며 "이러한 이유때문에 많은 보험사가 활발히 자본성 증권 발행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SVB·CS 사태로 보험사 우려 커져

보험사들의 콜옵션 이행을 위해선 자본 조달이 필수적이지만 고금리 상황 속 늘어난 이자와 SVB·CS 사태로 인해 나타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은 보험사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콜옵션 이행을 위해서는 자본 조달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고금리 상황과 맞물려 보험사들의 이자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CS를 인수한 UBS가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AT1)을 상환하지 않기로 하면서 채권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고 신종자본증권 등을 통해 주로 자본확충을 해왔던 국내 보험사들은 유동성 지원이 끊기면서 당분간 차환 발행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험사들은 지난해 발생한 '흥국생명 사태' 이후 상환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은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이사회를 통해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해외 채권시장에서 국내 회사 발행 외화표시 채권의 가격이 급락하는 등 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하자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한화생명은 물론 DB생명, DGB생명, 롯데손보와 신한라이프 모두 이러한 우려에 대해 예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보험사 관계자는 "유동성 문제는 없으며 통상 유지 중인 유동성 자금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흥국생명.
사진. 흥국생명.

중소형보험사, 제2의 흥국생명 사태 가능성도

대부분의 보험사가 콜옵션 행사를 약속했지만 중소형보험사의 경우 콜옵션을 행사가 추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금성 자산이나 이익잉여금 등에서 대체로 안정적인 자본 여력을 갖추고 있는 대형사들보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소형사들은 올해도 자본확충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보험사는 KDB생명이다. 오는 5월 21일 21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예정인 KDB생명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매각을 진행 중이기에 차환 발행 실패 시 별도의 유동성 지원이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KDB생명 관계자는 "예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대주주, 금융당국과 함께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간 보험사들은 영구채,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해 자본확충을 했지만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이자 부담 문제 등으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ABL생명은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으나 700억원 전액 미매각 처리됐다. 이후 ABL생명은 발행 규모를 1300억원 규모로 늘려 한국투자증권에 매각해 예정대로 발행을 마쳤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발행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콜옵션 조기 상환 연기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현재 보험사들의 콜옵션 행사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향후 어떤 경제적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만큼 각 보험사 별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상황을 보고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