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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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급속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고통의 다음 피해자가 미국과 유럽의 중소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최근 일어난 은행 혼란으로 인해 신용 여건이 타이트해지면서 경영이 더 힘들어져 투자자들의 요주의 관찰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30일 투자자들도 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양 대륙 중소기업들의 위험 신호가 등장하는지 주시하기 시작했다며 이와 같이 보도했다.

대기업은 통산 고정금리로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단기 금리 변동에 따른 피해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은행의 신용 정책이 바뀌면 곧바로 영향을 받게 돼 상대적으로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브렛 루스웨이트 맥쿼리자산운용 글로벌 채권수석은 “유동성이 마르면서 예전 같았으면 특이한 별일 아닌 일로 치부해버릴 수 있었던 일들이 이제 아주 중요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업 부도율 상승 추세...대출 금리도 올라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9월까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부도율이 각각 3.75%와 3.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 9월 각각 1.6%와 1.4%였던 것에 비해서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중소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유럽연합(EU) 국가들에서 중소기업 종사자 수가 약 1억 명 정도고, 이들이 EU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실시한 ‘은행 대출 조사’ 결과를 보면 3월 초 은행권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22년 4분기에도 이미 은행들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 기준을 훨씬 더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중소기업들에 대한 은행 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5%에서 7.6%로 올랐고, 올해 중순이 되면 대략 9.5% 정도까지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글로벌 투자회사인 제퍼리스는 예상했다.

커지는 부도 위험 

전문가들은 따라서 지금 같은 추세로 신용 여건이 악화될 경우 아무리 탄탄한 중소기업들이라도 대출이 있을 경우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중소기업들의 부도 위험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기등급 회사채 투자 시 보험료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아이트랙스 유럽 크로스오버 지수( iTraxx Europe Crossover index)가 최근 상승하고 있다. 단, 아직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와 비교해서는 낮은 편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하자 2월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형은행들의 대출 승인 건수는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소형은행들의 대출 승인 건수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워진 자금 조달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후 예금자들의 이탈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 몇 주 사이 미국 소형은행들로부터 1,190억 달러(약 155조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다시 말해서 중소기업들이 당분간 소형은행들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비즈2크레딧의 로히트 아로라 최고경영자(CEO)는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자본을 확보하기 더 힘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연내 금리가 내려올 가능성은 낮지만, 기업주들은 이후로 대출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 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고 자금을 빌리기도 힘들어지면서 중소기업들의 부도율이 급등할 위험은 당분간 점점 더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로이터는 밝혔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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