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책임 선 그은 산은…“대한항공이 자금 투입해야”

수요 회복에도 고유가·고환율 리스크에 재무구조 악화

경쟁당국 심사 통과돼도 문제…완전합병 2~3년 걸려

지난 20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MBCNEWS 유튜브 채널 동영상 갈무리
지난 20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MBCNEWS 유튜브 채널 동영상 갈무리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M&A)를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이 안팎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악화된 재정구조에 고유가·고환율 등 외부 악재가 겹치면서 대한항공에의 인수합병에도 험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필요한 경우 대한항공에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산은 현재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이지만 사실상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강달러 현상으로 3분기 3500억원 이상의 환손실을 입어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합병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산은이 끼어드는 것이 오히려 합병 전체 진행에 혹시 장애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관련 해외당국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외부 자금 투입·지분율 변동 등의 변화가 생길 경우 심사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산업자본의 조속한 정리를 원하고 있는 산은은 현재 M&A를 무조건 성공시키기 위해 조그마한 악재라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김포공항 부지 내 아시아나항공 본사 전경. 사진.아시아나항공
김포공항 부지 내 아시아나항공 본사 전경. 사진.아시아나항공

최근 일본 무비자 개인 여행 재개 등으로 여행수요가 폭증하고 있음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외화환산손실은 416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나는 상반기 28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외화환산손실 탓에 2595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 6500%를 넘기며 일부를 넘어 완전자본잠식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 반등과 고환율도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대여비·유류비·이자 대금·영공 통과료 등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외부변수에 굉장히 민감하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속적으로 달러 가치를 올리며 이런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 예측되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은 4분기 실적 부진은 물론 대한항공의 합병 철회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상황과 무관하게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나, 환차손이 지속적으로 불어날 경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대한항공에 주도권이 넘어온 만큼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인수를 하지 않더라도 아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당장 경쟁당국 심사부터 만만치 않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미국·영국·유럽연합(EU)당국 심사다. EU의 경우 유럽 외 국가에 대한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국과 영국에서는 본심사에 돌입했고 EU는 본심사 전 사전심사가 이뤄지는 중이다. 한 곳이라도 허가를 해주지 않을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는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경쟁당국 심사 통과 이후에도 문제다.

합병으로 인한 이득이 적지 않은 만큼 대한항공 경영진들은 현재 유럽과 미국 등지로의 출장을 진행 및 계획하며 관련 작업에 여념이 없다.

지난 2021년 3월 31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통합하기까지 약 2년이 소요되며 연간 3000~4000억원가량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통합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처럼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려면 2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게다가 아직 유·무급 휴직 직원들의 비중이 높고 기본 급여가 적고 일한 만큼 수당이 붙는 항공업계의 급여 구조 특성상 부담을 직원들이 모두 떠안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유·무급 휴직 직원 비중은 약 50%로 국적항공사(FSC)는 물론 저비용항공사(LCC)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업계 내부에서는 미국과 영국에서의 심사만 넘으면 합병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하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미국이 올해 안에만 (심사를) 하게 되면 승인이 연쇄적으로 나는 상황”이라며 “억지로 추진하려 해도 안 되는 상황이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 우선 기다려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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