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플랫폼‧역차별 논란…1년 내내 갈등 상황 지속

‘중재자’ 고승범 위원장, 첫 상견례서 갈등 봉합 가능성 타진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그동안 ‘역차별’과 ‘금융 혁신’ 사이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전통 금융업계와 빅테크 업계 CEO들이 이번 주 만난다. 특히 양측 사이를 조율해온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동석하는 사실상 첫 공식 만남이라는 점에서 갈등 조율에 필요한 최소한의 합의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근 고승범 위원장이 최근 대형 빅테크와 중소 핀테크에 각기 다른 지원‧규제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주요 빅테크 CEO들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주요 금융지주, 은행, 카드, 증권사 등 금융사 및 빅테크 관계자들과 만난다. 고 위원장이 금융업계와 빅테크 업계 관계자들과 한자리에서 만나는 건, 지난 8월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각 사의 디지털 금융 담당자들, 빅테크 업계에서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각 사의 CEO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내년 금융업계 및 빅테크 지원 계획에 일부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금융사와 빅테크 간 첫 공식 만남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올 한해, 금융업계와 빅테크 양 측은 ‘규제 역차별’, ‘대환대출 플랫폼’ 논란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금융시장의 혁신을 위한 양측의 협력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번 만남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사 덩치 넘어선 빅테크

기존 금융업계와 빅테크 간 갈등의 근본적 이유는 규제 적용의 차별 논란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기존 금융사들은 현재 금융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해왔다. 디지털 및 금융혁신 지원이라는 당국의 기조가 이어지면서 빅테크에게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상장 이후, 금융 대장주에 등극한 카카오뱅크. 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 8월 상장 이후, 금융 대장주에 등극한 카카오뱅크. 사진. 구혜정 기자.

특히, 최근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금융계열사들의 시장가치가 기존 금융사를 넘어서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현실화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오전 기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는 각각 30조5000억원, 25조8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금융시장 대장주인 KB금융(24조2800억원)보다 높은 기업가치다. 심지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기업가치 합계는 약 65조원 수준인데, 이는 카카오의 금융계열사 전체 기업가치(55조원)보다 불과 10여조원 많은 수준이다.

매출, 순이익, 총자본 등 일반적인 경영 지표에서 4대 금융지주가 월등히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빅테크보다는 가치를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기존 금융업계는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동일 업종 동일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피부에 와닿는 수준의 정책은 펼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기존 금융사가 빅테크에 종속되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내 한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빅테크는 금융시장에서 기대했던 ‘혁신 금융’이 아닌 사실상의 ‘금융플랫폼 대기업’으로 성장의 방향성을 정한 듯하다”며 “기존 금융사 수준의 규제를 빅테크에 적용하거나, 금융사에 대한 빅테크 수준의 규제 완화를 검토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가운데)와 시중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가운데)와 시중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저마다 ‘역차별’ 주장, 갈등 풀릴까?

한편 빅테크 역시 기존 금융사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데일리임팩트가 만난 주요 빅테크 업체 관계자들은 자신들 역시 중소 핀테크, 기존 거대 금융사 사이에서 역차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 빅테크가 규제 측면에서 기존 금융사보다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핀테크 기업이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의 적용만 받는 반면, 기존 금융사는 전자금융거래법뿐 아니라 은행‧보험‧카드‧증권 등 각 업권별 규제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빅테크의 글로벌 진출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정작 국내 규제가 이를 발목 잡아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는 게 국내 빅테크 업계의 주장이다.

빅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내 빅테크의 시장가치는 여전히 글로벌 플랫폼사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며 “단지 국내 금융지주사의 기업가치를 뛰어넘는다고 해서 이것이 역차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은 빅테크와 중소 핀테크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이에 따른 규제 차등 적용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빅테크와 중소 핀테크는 엄연히 다른 시장이라며 규제 역시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승범 위원장 역시 최근 핀테크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빅테크와 중소규모 핀테크를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매우 일리가 있다”며 “규제 차등 적용을 포함해 (양 측이) 다르게 가야 할 부분은 그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핀테크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핀테크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이처럼 금융업계와 빅테크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의 시선은 이번 간담회에서 나올 고승범 위원장의 입으로 쏠리고 있다. 결국 양측의 상생하기 위해선 원만한 이해관계 조성에 따른 협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입장을 반영한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당장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 논란으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현실에서 금융당국 역시 이를 해결할만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간담회가 새해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메시지를 시장에 보낼 적절한 기회로 보고 있다. 당장 논란이 된 ‘대환대출 플랫폼’의 내년 정상화 여부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존 방안대로 은행과 핀테크가 함께 하나의 플랫폼에 참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고승범 위원장과 빅테크‧금융사의 합동 상견례가 뒤늦게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양측의 갈등이 생각보다 깊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적어도 연말 내에 일정 부분 갈등을 털어내자는 의지가 담긴 상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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