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카카오의 디지털손해보험업 진출 예비허가 심의 통과

국내 최초 순수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올해 내 본허가 진행

은행, 간편결제, 증권 이어 보험업까지… '카카오 금융' 파급력

'이프 카카오' 세션을 진행중인 류영준 대표. 사진. 카카오페이.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 카카오페이.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카카오가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이로써 국내 순수 핀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사실상 첫 디지털 손보사의 출범 가능성도 한층 더 높아졌다.

특히 카카오가 보험업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으면서 은행, 증권, 페이, 보험을 아우르는 이른바 ‘카카오금융’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9일 진행된 정례회의를 통해 ‘카카오손해보험주식회사(가칭)’의 보험업 예비허가 심의안건을 통과시켰다.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12월 보험업 진출과 관련한 예비허가를 신청한 이후, 카카오의 보험업 진출과 관련한 사업계획의 타당성‧법적 적격성 여부 등을 심사해왔다.

그리고 6개월여의 심사 결과 카카오페이의 보험업 진출과 관련한 예비허가 취득에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 허가를 내주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측은 “카카오손해보험(이하 카카오손보)이 향후 카카오의 디지털 기술 및 플랫폼과 연계한 보험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과 보험산업의 경쟁 및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예비허가 통과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말 경으로 예정된 본허가 심사에서도 큰 무리없이 통과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미 서류차원의 검토는 끝난데다, 그동안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손보사 출범을 위한 준비를 오랜 기간 이어온 만큼 큰 변수가 없는 한 결격사유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미 카카오페이는 올 초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며 “물론 외부 주주의 문제로 불거진 이슈였지만, 그 과정을 통해 배운 점이 적지 않은 만큼 디지털 손보사 설립 관련 본허가 심사에는 보다 더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류영준(왼쪽 세 번째) 카카오페이 대표, 권광석(왼쪽 네 번째)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각 사 관계자가 업무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우리은행.
류영준(왼쪽 세 번째) 카카오페이 대표, 권광석(왼쪽 네 번째)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각 사 관계자가 업무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우리은행.

본허가 신청을 위해서는 자본금 출자 및 인력 채용,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의 금융당국이 권고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조건 충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번 카카오손보의 예비허가 취득으로 국내 순수 빅테크 기업으로는 최초로 디지털 손보업에 진출하는 기록을 쓰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은 모두 기존 보험사가 중심이 돼 설립된 디지털 손보사다.

물론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기업들 역시 보험 사업을 영위하고는 있지만 이는 단순히 상품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중개 업무’ 수준에 머물러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카카오손보의 예비허가 취득에 이어 본허가까지 취득할 경우, 국내 보험업계에 적잖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최근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카카오손보가 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카카오손보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방대한 가입자 풀과 카카오페이 결제 서비스 등 막강한 플랫폼을 아군(我軍)으로 두고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빅데이터 역량과 IT기술력도 카카오손보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카카오손보는 ‘디지털 손해보험업’의 특성상 영업업무의 90% 이상을 전화,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진행해야 한다. 전통적인 보험업계 영업 방식인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이 사실상 제한되는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실상 보험설계사 없이 IT기술만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카카오손보가 어떤 혁신안을 들고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며 “아직 예비허가 취득 단계인 만큼, 본허가 심사 이전까지 구체적인 혁신안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카카오.
사진. 카카오.

한편 카카오페이가 보험업 예비허가를 취득하게 되면서 카카오가 금융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력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은행), 카카오페이(간편결제), 카카오페이증권에 이어 보험업까지 진출하며 사실상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현재 누적가입자 수 1600만명,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 1136억원을 기록하 국내 대표 인터넷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페이도 간편결제 시장에서 네이버, 토스등을 제치고 1등 플랫폼(월간 사용자 수 기준)으로 우뚝섰다. 지난해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며 론칭한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카카오 내 금융 플랫폼과 시너지를 내며 비교적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카카오는 현 시점에서 기존 금융업계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빅테크 기업”이라며 “기존 금융사들 역시 카카오 발 금융태풍에 맞서 디지털 혁신 및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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