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지원 힘입어 포스코‧바오우 그룹 탄생

인도‧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주도권 경쟁 격화

높은 생산성‧수익성, 고부가제품 기술로 맞선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이 광양제철소 1제강공장에서 전로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이 광양제철소 1제강공장에서 전로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미디어SR 채명석 기자]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 ’6000만t+α’ 선언은 중국의 바오우 그룹, 일본의 일본제철간 한‧중‧일 ‘철강 삼국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3국은 철강재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이자, 자동차‧조선‧철도 등 철강 수요산업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인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제조기업의 생산기지가 위치해 있는 동남‧서남아시아 지역과도 가까워 철강재 수출도 용이하다.

한·중·일 3국의 간판격인 3개 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포스코와 바오우 그룹의 탄생에는 일본제철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3개 기업의 얽히고 설킨 인연의 고리는 한·중·일 3국의 철강산업 미래를 짚어보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일본제철, 한‧중 대표기업 탄생 산파 역할

일본제철의 전신인 신일본제철은 제2차세계대전후 재건한 야와타제철과 후지제철이 합병해 1970년 설립했다. 신일본제철은 한국 정부가 종합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박태준 포스코 설립자의 의견을 받아 대일청구권자금을 활용하기로 했을 때 제철소 건설과 생산 기술을 지원했다.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1고로에서 첫 쇳물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후에도 포스코는 신일본제철로부터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았고, 후에는 양사간 지분을 교차보유하면서 원자재 공동구매 협상, 공동 연구개발(R&D), 기술을 교류하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발전했다. 포스코는 1990년대에는 신일본제철을 넘어서며 세계 최고 철강사에 올라서기도 했고, 지금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오우 그룹은 포스코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중국 정부가 ‘타도 포스코’를 외치며 세운 기업이다. 중국은 마오쩌뚱 집권 당시부터 철강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었으나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고로 기술이 전혀 없던 한국이 포스코를 설립한 뒤 단기간에 철강 강국으로 발돋움 하는 것을 본 후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덩샤오핑 최고 실력자는 1978년 8월 신일본제철을 방문해 이나야마 요시히로 당시 회장에게 포스코와 같은 철강업체를 건설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가 단박에 거절을 당했다. 이나야마 회장의 거부 이유는 간단했다. “중국에는 박태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돌아온 덩샤오핑은 곧바로 중국판 포스코 건설을 위해 상하이 동북 지역에 위치한 바오산을 중국 철강 산업의 메카로 키우라고 지시한다. 중국 역사상 상하이가 철기 제련기술 수준이 높았던 지역임을 감안, 바오산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자는 중국 철강산업 중흥전략이 본격 가동된 셈이다.

신일본제철은 그해 12월 설립된 바오산강철(바오우 그룹의 전신)의 설립을 지원했고, 신일본제철 덕분에 회사는 1985년 1호 고로를 가동하며 본격적인 조강생산에 들어갔다. 바오산강철은 꾸준히 고로 설비를 증설하는 한편 1998년에는 상하이 야금주식회사와 상하이 메이산강철을 통합하면서 중국내 1위 철강사로 부상했다.

바오우, 설립 30년 만에 포스코 뛰어넘다

설립 후 30년 만에 바오산강철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를 달성했다. 세계철강협회(WSA)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바오산강철은 3540만t의 쇳물을 생산해 3470만t을 생산한 포스코(4위)를 제치고 세계 3위로 뛰어올랐다. 중국 철강기업이 포스코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바오산강철은 이듬해에는 신일본제철도 따돌리고 세계 2위 철강사에 이름을 올렸다.

조강생산량이 철강 기업의 경쟁력을 100%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오산강철이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을 뛰어넘은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철강 산업의 과잉생산이 문제가 되자, 중국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인수‧합병(M&A)을 활용해 소수 기업의 대형화를 추진했다. 이 정책의 핵심 기업은 바로 바오산강철이었다. 바오산강철은 자체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리면서 자국 기업과 차례로 합병해 몸짓을 키웠고, 바오우 그룹으로 이름을 바꾼 뒤 2020년 기존 최대 철강사였던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을 제치고 세계 1위 철강기업으로 등극했다. 중국정부는 대형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바오우 그룹을 조강생산량 2억t에 달하는 초대형기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신일본제철은 2012년 스미토모금속을 합병해 신일철주금으로 사명을 바꾼 뒤 2019년 현재의 사명인 일본제철로 거듭 났다. 일본제철은 자국 내 수요산업이 위축되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아르셀로미탈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중국 철강업체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 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광양 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신성장산업용 고부가 철강재 시장서 경재 우위

포스코의 확대 전략으로 한‧중‧일 3국의 세계 철강 산업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포스코와 바오우 그룹, 일본제철은 인도와 베트남, 중동 등 철강 수요가 늘고 있는 신흥시장과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 아래 자국 내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미국, 미국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중남미 지역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생필품 수준의 저부가가치 철강재 수요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이들 지역은 글로벌 기업이 상품 제조를 위한 공장을 운용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또한 늘고 있다.

경쟁의 관건은 현지에 있는 기존 설비 인프라로 얼마나 더 좋은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노하우를 누가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제철소 건설 등 하드웨어 측면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생산기술과 제철소의 효율적 운용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투자를 어느 기업이 더 잘할 수 있는가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50여 년 동안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 끊임없는 원가절감 노력 등을 바탕으로 전 세계 철강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거두고 있다. 바오우 그룹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제철은 예전과 같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바오우 그룹을 비롯한 중국 철강사들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일본제철은 아르셀로미탈과의 협력을 통해 포스코를 견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포스코에 대한 수요산업 고객들의 신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포스코는 전기자동차 등 미래 신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고기술 철강재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포스코는 생산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경쟁사들과 충분히 맞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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