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 10여년만에 4000만t서 외형 확장 시도

아르셀로 미탈 제친 바오우 그룹, 1.5억t 초대형 기업 등극
중국 업체 대형화에 맞서기 위한 포스코의 대응 전략 눈길

포스코가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철강산업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광양제철소 완공 이후 가장 가장 큰 생산시설 확대 목표를 세운 포스코는 이를 해외에서 구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특히 포스코의 전략은 철강분야 절대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포스코의 전략과 향후 철강시장의 판도를 4회에 걸쳐 입체적으로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이 고로에서 나오는 쇳물을 지켜 보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이 고로에서 나오는 쇳물을 지켜 보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미디어SR 채명석 기자] 포스코가 연간 조강 생산량 규모를 현재의 두 배 가까운 ‘6000만t+α(알파)’로 키우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본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섰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경쟁업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수세적 대응에 나서곤 했던 포스코의 사업전략이 대전환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포스코가 넘어야 할 대상은 바로 중국이다. 국가별 조강 생산량에서 이미 압도적인 규모를 과시하고 있는 중국의 철강 산업은 중앙정부 주도의 구조개혁에 따라 기업 간 통폐합이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바오우그룹이 처음으로 조강생산량 1억t을 넘기며 세계 1위 기업에 등극했다. 중국은 또한 제2의 1억t 기업 탄생 가능성을 예고하며 철강강국의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을 대표해온 세계 최초의 1억t 기업인 룩셈부르크의 아로셀로 미탈이 2006년 출범 당시에 비해 최근 생산량이 절반 가량으로 반토막이 났고, 아시아를 대표했던 일본제철도 과거에 비해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겸비한 포스코 조차 기존의 생산체제로는 중국 기업들의 거센 공세에 맞서기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했을 법 하다.

철강산업 패러다임의 대전환 기류 속에서 포스코가 과연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생존전략을 선보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린 필드·M&A 등 모든 방안 동원, 美 상공정 진출도

포스코는 지난달 22일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2조2000억원대의 영업이익 달성을 포함한 2021년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포스코는 특히 2030년까지 12조3000억 원을 투입해 연간 조강 생산량을 ‘6000만t+α’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앞서 1분기 경영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조강생산량 ‘4000만t+α’를 언급한 뒤 3개월여 만에 내놓은 구체적인 수치다.

2000년대 중반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을 신호탄으로 추진했던 해외 상공정(쇳물과 슬라브 등 반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사업이 인도네시아에 1기 고로 건설 후 주춤했고, 비슷한 시기에 고로 업체인 한보철강 인수에 실패하면서 몸집 키우기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포스코가 10여 년 만에 야심차게 펼치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포스코는 이번에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반드시 성과를 낸다며 벼르고 있다. 해외에 나가 직접 공장을 짓고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그린 필드(Green field)는 물론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브라운필드(Brown field) 등도 프로젝트에 포함됐을 정도다. 각 지역 철강사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철강재 생산기술을 전수하는 이른바 ‘포스코 브랜드 프랜차이즈’ 사업도 추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포스코가 하공정(쇳물로 만든 철강 중간재로 열연, 냉연, 후판 등을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공정)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포스코가 US스틸과 합작으로 설립한 강관 생산업체 UPI의 보유지분 50%를 매각한 뒤 관망세로 돌아섰던 미국 시장에 대해서는 전기로 건설을 통한 상공정 투자를 추진키로 하면서 현지 철강사들과 합작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철강사 중국 바오우그룹 본사 전경 사진·바오우그룹
세계 최대 철강사 중국 바오우그룹 본사 전경 사진·바오우그룹

바오우, 산동강철 합병…메머드 기업 탄생 눈앞

포스코의 이번 신전략은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중국 바오우그룹이 또 다른 자국 철강업체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7월 14일 중국내 7위 철강업체인 산동강철그룹은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가 자사와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우 그룹과 전략적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오우 그룹의 산동강철그룹 인수를 공식화한 셈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바오우그룹의 기존 명칭은 바오산강철이다. 이 회사는 13차 5개년 계획 첫해인 2016년 12월 우한강철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재탄생했고, 생산능력을 기존 2400만 t에서 6100만t으로 확대했다. 이듬해인 2017년 11월에는 충칭강철을, 2019년 6월과 11월에는 마안산강철과 수도강철의 경영권 및 지분 일부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1억t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2020년 세계철강협회(WSA) 통계에 따르면 바오우그룹은 조강생산량 1억1529만t으로 아르셀로 미탈을 제치고 중국기업으로는 최초로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산동강철그룹은 3111만t으로 10위에 랭크됐다. 바오우 그룹은 올해에도 지난 1월 쿤밍강철을 인수한 바 있으며, 이번에 산동강철까지 추가적인 인수를 완료하면 1억5000만t에 달하는 초대형 철강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2006년 당시 세계 1, 2위 철강사가 합병해 출범한 아르셀로 미탈(1억1720만t)을 뛰어넘을뿐 아니라 국가별 순위를 살펴봐도 바오우그룹을 품은 중국이 10억6480만t의 조강능력을 과시하며 1위에 우뚝 올라선 상황이다.  2위 인도(1억300만t)를 능가하는 것은 물론 인접국인 일본(3위, 8320만t)과 한국(6위, 6710만t)의 생산량을 합한 것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中, 8000만t 이상 철강사 최대 5개사 육성

바오우 그룹의 외형 확대는 현 상황에서 멈추지 않을 만큼 거세다.  중국 정부는 자국 철강 산업 대형화 및 재편 계획에 따라 향후 바오우그룹의 조강 생산능력을 2억t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슈퍼1+4+N’이라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바오우 그룹이 ‘슈퍼1’의 지위를 누리면서 나머지 4개사를 포함한 총 5곳이 전체 생산능력의 40%를 담당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 정부의 또 다른 계획도 철강업체의 대형화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부터 시작한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10대 철강사를 중심으로 통합 재편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규모별로 8000만t급 3~4개사, 4000만t급 5~8개사가 전체 조강생산능력의 60%를 맡도록 한다는 것이 중국의 원대한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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