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t 이상 기업 최소 2개 등 상위권 기업 조강 생산비중 확대

수익성 추구 기여 ‘4000만t’ 전략 진화…‘플러스 알파’ 규모도

중국 등 해외 경쟁사 움직임 예의주시하며 탄력적 운영 나서

포스코 포항 2제선공장(3고로)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 2제선공장(3고로)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미디어SR 채명석 기자] “세계 6위권 철강사 지위를 유지해 중국 기업을 견제한다.”

포스코의 확장 정책의 핵심을 한마디로 압축한 표현이다. 

중국 정부의 자국 철강 산업 대형화 및 재편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 이후 중국 철강업계는 연간 조강 생산량 2억t 규모에 이르는 ‘슈퍼1’ 바오우 그룹을 포함한 8000만t대의 철강사 3~4개사, 현재 포스코와 비슷한 규모인 4000만t대 기업 5~8개를 갖춘 거대 철강군단으로 재편된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최대 12개 철강사의 조강생산량은 7억6000만t으로, 2020년 기준 중국 전체 생산량(10억6480만t)의 71%에 달해 당초 정책 목표인 60%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조강생산량을 ‘6000만t+α’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포스코 앞에서는 막강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세계 1위 강국으로 우뚝선 중국기업들은 차지하더라도 '세계 첫 1억t 철강업체'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이 언제라도 부상할 수 있으며, 2012년 이후 포스코를 다시 제친 일본제철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는 향후 최소 7~8개사와 치열한 순위 싸움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관심은 포스코가 과연  ‘6000만t+α’라는 목표치 가운데 ‘플러스 알파’를 어느 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기술·생산성 우위로 수익성 추구

철강업계에서 ‘플러스알파’ 개념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06년이었다. 당시 세계 철강업계 1위 미탈이 2위 아르셀로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해 성공한 뒤 연간 조강 생산량 1억t의 초대형 기업이 탄생하면서, 철강업계의 대규모 합종연횡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일본제철의 전신) 사장은 아르셀로미탈에 대응하기 위해 신일본제출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덩치를 키워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끝에 "3450만t의 조강 생산량 규모를 ‘4000만t+α’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미무라 사장이 언급한 ‘플러스알파’는 M&A을 통해 계속 몸집을 불려나가는 아르셀로미탈에 대항하기 위해 신일본제철도 규모의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과시하던 신일본제철의 핵심 글로벌 전략은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여기에 미무라 사장은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의 생산과 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양질의 전략을 통해 물량전을 펼치는 아르셀로미탈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포스코는 신일본제철의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신일본제철은 스미토모금속을 합병해 신일철주금으로 사명을 바꾼 2012년 4000만t을 넘어선 반면, 포스코는 2년 뒤 M&A 없이 자체 노력으로 4000만t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포스코는 지금까지 ‘4000만t’ 전략을 고수해 왔는데, 조강생산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업계 순위 4~6위선을 지키면서 최고의 기술력과 원가 절감 능력을 키워 업계에서 가장 높은 이익률을 실현했다. 포스코 아래 순위 기업들은 3000만t 이하로, 자체적으로 규모의 경쟁을 하기는 버거운 기업들이다.

따라서 포스코 생산 규모와 경쟁력은 경쟁사들이 M&A를 통해 생산 규모를 키울지,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제품 품질을 높일지 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키맨’ 역할로, 전 세계 조강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대에 불과하지만,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포스코 광양 제1제선공장(1고로). 사진‧포스코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 본 포스코 광양 제1제선공장(1고로). 사진‧포스코 제공

중국업체 대형화로 4천만t 전략 효과 반감

하지만 최근 들어 철강업계에도 지각변동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을 통해 자국 철강사들의 대형화를 추진한 결과 2019년에 또 다른 ‘1억t 기업’ 바오우그룹이 출현하면서 아르셀로미탈과 양강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이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더욱이 올해 안산강철은 2019년 기준 19위에 머물던 본계강철을 인수, 5500만t을 넘는 규모의 중국 2위, 세계 3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허베이강철그룹, 사강그룹 등이 포스코를 뛰어넘어 5000만t에 가까운 조강 능력을 갖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포스코보다 다소 규모가 작은  지안롱그룹, 서우두강철그룹 등 중국기업들은 언제라도 덩치를 키워 포스코와 맞상대할 저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위 업체들에 비해 생산 비중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포스코의 ‘4000만t’ 전략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이 중국 철강사들은 몸집만 키운 게 아니라 수요산업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제품 개발· 생산 기술도 급속힌 발전시켜왔다. 포스코가 선점해온 시장에 이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포스코는 ‘6000만t+α’를 통해 경쟁사를 적극 견제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플러스알파’에 해당하는 추가 조강생산량이 4000만t 이상에 달해 바오우 그룹, 아르셀로미탈과 같이 ‘1억t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2030년 6000만t 이상의 포스코로 진화한다고 해서 현재 6위인 순위가 상향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대신 2개 이상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1억t 기업의 시장 장악력 확대 의도를 견제하면서 포스코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적정 규모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원료 메이저, 수요산업과 협상력 강화 목적도

외형 확장의 목적이 중국기업 견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연‧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라도 대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2000년대 초반 철광석과 유연탄 등 연‧원료 업체, 자동차와 조선 등 주요 철강 수요산업, 해운업계 등 물류업체들은 소수의 기업들이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화‧대형화를 일궈냄으로써 이같은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군소 철강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 '대형화'는 주요 트렌드이자 키워드이기도 하다.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아르셀로를 인수한 이유의 하나로 "철강업체도 원료 메이저들에 대한 원료 구입비와 수요산업에 대한 철강재 판매가격 협상에 동등하게 맞설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나가야 했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경쟁사에 비해 몹집이 작은 철강사들은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연‧원료 업체로부터 비싸게 구입해 생산원가가 높은 철강재를 생산하고, 더 저렴한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거래선을 전환하겠다는 수요산업의 주장에 응해야 하므로 수익성이 그만큼 낮아진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가 연‧원료 자급률을 늘려 나가고 있지만 메이저 업체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규모의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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