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 시절 디자인 앞세워 세계시장 호령

스마트폰 전환기 '주저'…경쟁사와 격차 심화

특허ㆍ원천기술은 신사업 동력으로 '재활용'

LG전자 온라인 설명회에 등장한 'LG 롤러블'. 사진은 LG전자 프레스 컨퍼런스 영상 갈무리. 
LG전자 온라인 설명회에 등장한 'LG 롤러블'. 사진은 LG전자 프레스 컨퍼런스 영상 갈무리. 

 

[미디어SR 최문정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최종 철수한다. 지난 1995년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지무려 26년만이다.


디자인 앞세운 피처폰 강자

LG전자는 지난 1995년 LG정보통신이라는 사명을 내걸고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화통’, ‘프리웨어’를 거쳐 2000년 모바일 브랜드 ‘싸이언(CYON)’을 론칭했을 때는 삼성전자와 국내 휴대폰 시장을 양분하는 주요 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싸이언 시절 LG전자 휴대폰은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전자사전, 지하철 노선도, 문서 보기 기능 등 당시로선 혁신적이었던 부가기능이 탁월하다는 입소문이 났고, 디자인을 앞세운 제품도 호평을 받았다.

초콜릿폰 제품 이미지. 제공. LG전자
초콜릿폰 제품 이미지. 제공. LG전자

대표적인 제품이 2005년 11월 출시된 ‘초콜릿폰’이다. 초콜릿 모양을 닮은 긴 막대형 디자인은 당시엔 ‘혁신적이다’, ‘고급스럽다’ 등의 호평과 함께  인기를 누렸다. 판매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05년 4분기 당시 LG전자 MC사업본부 영업이익은 2174억원을 돌파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전성기는  2010년이다. LG전자는 2010년 3분기 분기판매량 2800만대를 돌파하며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휴대폰 시장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명운 가른 스마트폰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운명을 가른 것은 스마트폰의 등장이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며 피처폰 일색이던 휴대폰 시장은 대격변을 맞이했다.

LG전자, 삼성전자, 노키아 등 피처폰 업계는 선택의 기로로 내몰렸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열풍이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판단해 피처폰 시장에 남는 결정을 내렸다.

 

MAXX 제품 이미지. 제공. LG전자
MAXX 제품 이미지. 제공. LG전자

하지만 시장은 과거를 용납치 않았다.  스마트폰 체제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2010년 ‘갤럭시S’를 내놓으며 스마트폰 체제로 탈바꿈한 반면, LG전자는 프리미엄 피처폰을 표방한 ‘MAXX’, ‘프라다폰2’ 등을 내놓았다. 양사의 점유율과 경쟁력 격차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LG전자는 2010년 6월 뒤늦게 ‘옵티머스Q’를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들어왔지만, 이미 진영은 애플이 독점하는 ios시장과 일찍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해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로 양분돼 있었다.


‘회장님폰’ 출시하며 반전 노렸지만 더이상 이변은 없었다

회사의 핵심 사업이 위기에 몰리자 고(故) 구본무 LG전자 회장이 직접 나섰다.

옵티머스G 제품 이미지. 제공. LG전자
옵티머스G 제품 이미지. 제공. LG전자

구 회장의 지시 속에 LG그룹 계열사 전체가 매달린 ‘회장님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12년 8월 출시된 옵티머스G는 LG전자를 주축으로 LG디스플레이, 이노텍, 화학 등이 개발에 참여한 그룹 프로젝트였다.

당시로서는 고급 부품이었던 G2 하이브리드 디스플레이, 13MP 카메라 등을 앞세운 옵티머스G는 그해 전 세계에서 100만대가 팔렸다.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올해의 스마트폰에서 아이폰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이러한 반전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프리미엄 라인업은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렸고, 보급형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업체에 치였다. 발열 등의 품질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매분기 실적발표 때마다 MC사업본부 담당자는 “적자 폭을 줄였으며 다음 분기부터는 흑자전환을 기대해도 좋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허언에 그쳤다.

MC사업본부는 사업을 철수하는 올해 4월까지 단 한 번도 흑자 전환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사업철수라는  고배를 마셔야했다. 

결국 24분기 연속으로 이어진 적자에 LG전자는 휴대폰 사업 철수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 4월 5일 LG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7월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누적 적자는 5조원대에 달한다.

LG전자는 이달 말 영업 종료 이후에도 최소 4년간 사후서비스를 지원하고 최소 3년간 OS(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방침이다.


LG전자 핸드폰 사업, 무엇을 남겼나

비록 사업을 철수하지만 LG전자는 다양한 유산을 스마트폰 업계에 남겼다.

먼저, 막대형(bar, 바) 제품 위주인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듀얼 스크린 액세서리를 내놓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폴더블폰 경험을 제공했다. 영상 감상, 동영상 촬영 등에 특화된 ‘스위블폰’ LG윙 역시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CES2021에 등장한 LG롤러블 시연 모습. 이미지. LG전자
CES2021에 등장한 LG롤러블 시연 모습. 이미지. LG전자

디스플레이가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렸다가 펼쳐지는 ‘롤러블폰’을 공개하며 올해 세계가전전시(CES2021)에선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제품은 LG전자가 사업철수를 선언하며 실제 출시로는 이어지지 못하게 됐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다양한 특허와 기술을 신사업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LG전자는 29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특허를 비롯해 MC사업본부 자산은 새로운 사업 모델과 연관이 있다”며 “특허 자산 자체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은 현재 검토 중이고, 다양한 수익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현재 2만4000개 정도의 4G, 5G 통신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휴대폰 사업을 통해 확보한 IP는 스마트가전, IoT(사물인터넷) 기반 신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통신 특허 기술은 회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장사업, 차량용 커넥티비티 핵심기술로 활용할 방침이다.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 속에 MC사업본부를 지켜낸 임직원 역시 새로운 일터를 찾았다.

LG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업 공식 철수를 선언한 지난 4월 이후 인력 재배치를 진행해 이달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약 3300명의 인력 중 2700여명은 LG전자에 남았고, 나머지 600명은 그룹 계열사로 옮겼다”며 “임직원의 개별 의사를 최대한 반영했고, 계열사들의 협조로 대부분 재배치에 만족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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