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환경 경영 정보 부실... ESG 평가에 부정적 영향 우려

탄소 배출 적은 IT 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은 '아직'

1차 ESG 경영위원회. 사진. 구혜정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4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위원회'를 열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혁주 기자] 국·내외 투자은행(IB)으로부터 시작된 ESG 경영 열풍이 게임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엔씨소프트의 ‘ESG 경영위원회’ 출범이 시작이었다.

6월들어서는 펄어비스가 코스닥 상장 게임사 최초로 사내 ESG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했다. 하반기에는 컴투스-게임빌, 넷마블 등이 사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게임사들은 ESG평가기관으로부터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 기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등급 평가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기업은 종합등급 ‘B+’를 받은 엔씨소프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평가등급은 S, A+, A, B+, B, C, D까지 총 7개 등급으로 나뉘며, B+ 등급은 양호한 수준(S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다)을 의미한다. 특히 ESG중 E(환경) 부문 평가에선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모두 D등급을 받은 점이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 한국지배구조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통상 ESG 평가 기관의 기업 평가는 공개된 외부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며 “대외적으로 공개된 환경 경영 정보가 부실하다면 실제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기업이라도 환경 부문에서 낮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게임업계의 경우, 작년 조사 시점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이 없었다"면서 "대외적으로 환경 경영 비전을 공표한 사례도 극히 적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력' 4대 분야. 자료.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력' 4대 분야. 자료. 엔씨소프트.

탄소배출 적은 게임 산업...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은 '아직'

현재까지 국내 게임사들은 기업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하지 않고 있지만, 게임사들은 기업 규모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편이다. 일례로 게임 기업처럼 온실가스 배출 대부분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IT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타 산업 대비 매우 낮다.

각 기업이 발간한 ESG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네이버의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는 15(tCO2e/10억원), 카카오의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는 19(tCO2e/10억원)이다. 온실가스 배출집약도는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당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출로 나눈 값이다.

이에 비해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지난 12월 발표한 ‘2018~2019년 온실가스 감축 이행실적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탄소 집약도는 2018년과 2019년 평균 390(tCO2e/10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 자료. 네이버 ESG 보고서 갈무리.
네이버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 자료. 네이버 ESG 보고서 갈무리.

일각에서는 기업이 ESG평가 작업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며 보다 높은 등급을 받으며 실적을 부풀리는 일종의 '행위 세탁'이라 할 수 있는 ‘ESG 워싱’ 현상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아울러 ESG 홍보 노하우나 공시 등에 대한 대처가 미숙하거나 효율적이지 못해 실제 경영행보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기업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 게임기업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최초로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한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발간 시점은 미정”이라고 귀띔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이제 막 ESG 경영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출범하고 준비하는 단계"라면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탄소 감축 계획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제 표준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회계 자료 공시 등 ESG보고서를 작성하려면 고도의 전문 업무가 많아 보고서 발간 결정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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