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유엔기업과인권이행원칙(UNGP) 10주년 '인권경영포럼' 개최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 인권실사 의무화 확대.......무역장벽으로 대두

인권경영 가이드라인 필요, ISO26000등 국제표준 내 '인권' 들여다봐야

[미디어SR 박민석 기자] '유엔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UNGP) 도입 10주년을 맞아 국내 인권경영 확산을 위한 제도·정책 모색을 위한 포럼이 열려 눈길을 끈다.

최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중심으로 '인권실사(Due Diligence)' 법제화가 이루어지면서, 인권경영이 기업에또 다른 무역 규제로 다가오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인권경영성과를 반영하고 있고, 민간기업들은 ISO26000, UNGC 등 국제기준에 따른 인권활동내용을 지속경영가능성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인권경영의 명확한 개념과 범위, 평가기준 등이 확립되지 않아 기업 · 공공기관들이 여전히 혼선을 겪고 있다. 

지난 16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주최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이하 UNGC)한국협회 주관으로 2021 상반기 인권경영포럼은 그런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포럼은 비대면으로 실시됐으며, 민간·공공기관 및 인권경영 관계자 250여명이 온라인으로 참가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포럼이 그간 기업과 인권영역에서의 환경 변화와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춘택 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인권경영을 통해 기업은 인권침해 리스크를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 할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인권친화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권경영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내 '핵폭탄'....자율적인 인권경영평가 중요

'인권 환경변화와 기업 인권경영 확산을 위한 제언' 주제로 기조발제 중인 이상철 부산대학교 공공정책학부 교수 사진. 2021년 인권경영포럼 갈무리
'인권 환경변화와 기업 인권경영 확산을 위한 제언' 주제로 기조발제 중인 이상철 부산대학교 공공정책학부 교수 사진. 2021년 인권경영포럼 갈무리

이상철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인권 환경변화와 기업 인권경영 확산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이 교수는 이미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인권경영'이 반영되고 있고, 영향력 또한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무적 지표가 '소총'이라면 인권경영 평가 지표를 '핵폭탄'에 비유해 이목을 끌었다.

이 교수는 "재무성과가 우수한 공공기관이라도, 인권경영사례로 물의를 일으키면 경영평가를 망치게 된다"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故김용균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인권경영 확산을 위해 ▲ 인권평가 민간확산 ▲자율적 인권경영평가 중요 ▲ 인권경영평가 고도화 ▲인권경영평가 개념 및 범위 명확화 ▲ 인권경영 중요성에 따른 전략적 접근 등 5가지를 제안했다. 

이상철 교수는 "공공기관 종사자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약 2%이고, 민간기업 종사자는 90%이상"이라며 "인권경영 확산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에서 민간기업까지 평가가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자율적인 인권경영평가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인권위에서 인권경영을 민간기업에 확사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민간기업 인권경영 가이드라인'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평가지침 내 인권경영체계 비중 높아.. '실제 운영과정과 이해관계자 공개'필요

이상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경영보고서와 경영평가를 통한 인권실사 제도화' 주제로 현 공공기관 인권경영평가의 한계와 개선책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 공공기관 인권경영평가의 문제점으로 인권경영체계에 과도한 점수를 부여하고, 실제 운영성과에 대한 배점이 낮다는 점을 꼽았다.  

이상수 교수는 "현 평가지침에서 인권경영 체계구축에만 배점이 높다보니, 실제로 인권경영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운영에 대한 평가는 미흡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인권경영의 실제 운영과정과 공개의 중요성 강조한 인권경영평가 및 보고서 작성지침을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평가지침에서는 기관이 선정한 주요 인권이슈와 이에 대한 대응계획, 이슈발생시 대응 및 해소에 대한 설명을 기입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 교수는 "인권경영 안착을 위해서는 인권경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동일한 평가 및 보고서 작성 지침이 필요하다"며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인권경영성과와 보고서 및 작성지침 공개여부도 이해관계자 소통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등 유럽국가 인권실사 법제화 가속화...'명확한 인권경영 가이드라인 필요'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실장은 글로벌 인권경영동향과 국내 기업 인권경영에 대해 공유했다.

이 실장은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는 인권, 노동 등 내용을 담은 UNGC 10대 원칙을 ESG ETF 및 채권 평가 요소 가운데 하나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인권실사 법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 2015년 영국 현대판 노예방지법 ▲2017년 프랑스 기업인권 모니터링의무법 ▲ 2021년 독일 기업실사 의무화법 등을 언급하며, 인권경영은 기업의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실정에 맞는 인권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강조했다. 

발언 중인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실장. 사진. 2021년 인권경영포럼 갈무리
발언 중인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실장. 사진. 2021년 인권경영포럼 갈무리

이 실장은 국내 20여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경영 이행현황과 평가지침' 설문조사를 통해,  설문담당자 절반이상이 인권보고 의무화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업무과중  ▲ 인력부족 ▲ 타 보고서와 중복된 내용작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은경 실장은 "인권경영 범위가 넓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인권영향평가보고서 등  타 보고서와 중복되어 업무 과중이 심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제시하는 명확한 인권경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권실사 대응, ISO26000, UNGC등 기존 인권관련 국제표준부터 참고해야

'ISO26000(사회적책임국제표준)에 따른 기업의 인권경영 실사' 주제발표 중인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사진. 2021년 인권경영포럼 갈무리
'ISO26000(사회적책임국제표준)에 따른 기업의 인권경영 실사' 주제발표 중인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사진. 2021년 인권경영포럼 갈무리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은 'ISO26000(사회적책임국제표준)에 따른 기업의 인권경영 실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 소장은 기업들이 실사와 관련된 새 기준을 찾을게 아니라, 2010년 발표된 ISO26000를 상세히 살펴볼 것을 제안했다.  

김민석 소장은 "ISO26000 7대 핵심주제 가운데 인권(Human Rights) 부분에 실사 관련 내용이 나와 있다"라며 "실사와 관련된 체크리스트 질문만 살펴봐도 인권경영 내용과 실사 방법과 범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ISO26000과 함께 UNGC의 '기업과 인권 지침서: 실사(Due Diligence)' 가이드라인 또한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민석 소장은 "이 가이드라인에는 실사를 위한 단계별 실행 방안 및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글로벌 기업 사례 등 잘 정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제는 기업에서 인권경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로 보일 수 있다"라며 "다만 정부나 국제기구에서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는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은 개발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포럼 좌장을 맡은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디어SR에 "국내 인권경영 발전을 위해서는 이번 포럼과 같이 다양한 견해를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견해를 나누며 활발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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