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정 나누기' 순수한 의도라도.. 소비자들은 공감 얻어야 진정성 인정 받아

마케팅 업계 관계자 "사회공헌 캠페인은 의도 못지 않게 소재와 타이밍도 중요"

'배달의민족 '고마워요 키트' 사진. 배달의민족 어플 갈무리 

[미디어SR 박민석 기자]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반드시 선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그만큼 복잡다단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또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선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관점의 다변화' 즉 다양한 시선을 염두에 둔 지혜로운 정책 결정을 내릴수 있어야 한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배달기사를 응원하기 위해 시행한 '고마워요 키트' 캠페인이 논란끝에 불과 6시간여만에 중단된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캠페인 소재와 국민 정서를 고려하는 '겹눈(복합적 시각)'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마케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25일 미디어SR에 "사회공헌 캠페인을 진행할 때는 기업을 둘러싼 이슈나 국민정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의도가 순수하다고 해도 국민들이 생각하는 민감한 이슈와 연관돼 왜곡될 소지가 있다면 안한 것 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배달의 민족 사례는 하나의 반면교사로 삼을만 하다. 지난 19일 배달의민족은 배달기사들에게 간식을 전해주는 '간식 가방'을 앱 이용자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소비자들과 배달기사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소비자들은 "배민에서 해줘야 하는 복지를 왜 소비자에게 떠넘기느냐", "누가 보면 소비자들이 배달비 안내는줄 알겠다"라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비판이 이어지자 배달의 민족은 캠페인 시작 6시간만에 황급히 이벤트를 종료했다.

좋은 의도로 출발했지만 여론의 질타를 받고 조기종료한 캠페인으로는 스타벅스와 KFC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KFC가 2010년 실시한 '버킷 포 더 큐어(Buckets for the Cure)' 캠페인은 대표적 사례로 꼽을 만 하다. 

유방암 예방 단체인 수잔 코멘과 함께한 KFC의 “버킷 포 더 큐어(Buckets for the Cure)” 캠페인. 출처 : kansansforlife.files.wordpress.com
유방암 예방 단체인 수잔 코멘과 함께한 KFC의 “버킷 포 더 큐어(Buckets for the Cure)” 캠페인. 출처 : kansansforlife.files.wordpress.com

판매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코즈마케팅(Cause Marketing)으로도 불리는 이 캠페인은 치킨 한 버킷이 판매될 때마다 50센트(약 556원)씩 유방암 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이었다.

코즈마케팅은 마케팅을 대의명분(Cause)과 연결지음으로써 기업의 경영활동과 공익 등 사회적 이슈를 연계시키는 마케팅을 뜻한다.

하지만 버킷 마케팅은 "기금 모금이 위선적으로 보인다"는 대중들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유방암의 원인 중 하나가 지방(fat)인데, 치킨을 파는 KFC가 유방암 예방을 위한 기금 모금을 한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는 유명 토크쇼에서 조롱거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결국 소비자의 공감을 얻기는 커녕 오히려 반감만 불거지면서 결국 캠페인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감성·굿즈 마케팅으로 '마케팅계 표본'으로 알려진 스타벅스도 과거에 야심차게 추진하던 캠페인을 불과 1주일만에 접은 아픈 사례가 있다.

스타벅스는 2015년 인종차별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해 인종차별을 줄이고자 ‘레이스 투게더(Race Together)’ 캠페인을 시작했다. 

당시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고객들이 커피를 주문할 때 바리스타들이 종이컵에 '레이스 투게더' 문구를 써넣어 주거나, 스티커를 붙여주도록 독려했다. 

사진. 스타벅스 
사진.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는 바리스타와 고객이 인종차별에 관해 토론하기도 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인종차별에 대해 주제를 정해 고객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질 정도로 파장이 컸다. 

하지만 언론과 소셜미디어상 대중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싸늘하기만 했다. 당시 한 외신은 스타벅스 일선 매장 직원의 40%가 소수인종인 반면, 19명의 회사임원 가운데 백인이 아닌 사람은 3명밖에 없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대중을 자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중들은 스타벅스가 커피숍과 어울리지 않는 민감한 문화적 문제를 이용해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사실상 사업영역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내가 원하는 것은 라떼컵에 내 이름이 똑바로 적혀있는 것이지,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다"라고 캠페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회공헌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선의(善意)뿐 아니라 소재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업계와 무관하거나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캠페인은 순수한 의도와 달리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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