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너] 황지영의 ‘사회 속의 기업 이야기’ – 열세 번째 이야기

코즈마케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마케팅을 결합, 공유 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를 하는 방법이다. 사회적 이슈를 해결함과 동시에 기업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의류 브랜드 갭(GAP)은 2006년 부터 RED라인 제품 수익의 일부분을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방지를 위한 the Global Fund에 기부해왔다. 코즈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과 관련된 기업의 활동은 금전적인 기부 뿐 아니라 평등, 정치 등의 여러 가지 무형적 사회적 이슈들의 해소에 기여하는 등의 행동들을 포함한다.

코즈마케팅의 시초는 1984년 미국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사가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에 마케팅 활동을 접목한 것이다. 이후 많은 기업에서 코즈마케팅을 실행해왔다. 일명 ‘착한 소비’를 비즈니스로 연결한 코즈마케팅. 그런데 과연 기업이 실행하는 코즈마케팅이라고 해서, 사회적 명분이 결합된 마케팅 활동이라고 해서 항상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까? 실제로 코즈마케팅이 기업이 예상한 대로 성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번 칼럼에서는 코즈마케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와 실패 원인를 살펴본다.

KFC의 ‘버킷 포 더 큐어(Buckets for the Cure)’

KFC가 2010년에 실행한 코즈마케팅이다. 미국에서의 유방암 퇴치와 예방에 있어 대표적인 단체인 ‘수잔 G. 코멘 포 더 큐어(Susan G. Komen for the Cure)’와 함께 진행했다. 수잔 코멘 단체의 상징은 핑크색과 핑크리본이다. 미국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핑크 리본은 수잔 코멘 단체를 지지하는 표시다.

미국의 대표적 유방암 예방 단체, 수잔 G. 코멘 (Susan G. Komen). 출처: ww5.komen.org

KFC의 ‘버킷 포 더 큐어’ 캠페인은 이 핑크색을 적용, KFC 버킷을 핑크색으로 만들고 치킨 한 버킷이 판매될 때마다 50센트씩 코멘 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이었다. 약 8백5십만 달러를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야심 차게 론칭했다.

유방암 예방 단체인 수잔 코멘과 함께한 KFC의 “버킷 포 더 큐어(Buckets for the Cure)” 캠페인. 출처 : kansansforlife.files.wordpress.com

그런데 이 캠페인은 론칭되자마자 많은 비판을 받았다. 비판의 주요 요지는 유방암의 원인 중 하나가 지방(fat)인데, 프라이드 치킨을 파는 KFC가 유방암 예방을 위한 기금 모금을 한다는 것이 위선적으로 보인다는 것. 유명 토크쇼에서 조롱거리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결국, 소비자의 공감을 얻지 못한 이 캠페인은 실패로 돌아갔다. 기업의 핵심 상품과 코즈의 매치가 잘 되지 않은 이유로 인해서 말이다.

KFC의 캠페인은 유명 토크쇼 The Colbert Report에서도 조롱거리의 소재가 되었다. 출처 : cc.com

도브(Dove)의 바디 워시 패키징

2004년 이후 지난 15년간 ‘리얼 뷰티 캠페인(Real Beauty campaign)’을 실행해 왔다. 정형화된 아름다움, 이상적인 체형을 가져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에 눌린 여성들의 자존감을 향상이라는 대명제 아래, ‘Dove Evolution(미디어가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정형화시키는 과정)’, ‘Choose Beautiful(세계 각국의 여성들이 ‘아름다움’의 가치를 어떻게 자신에게 투영하는지에 대한 내용)’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1백만 뷰 이상을 기록한 도브의 ‘Choose Beautiful’비디오: 리얼 뷰티 캠페인의 일환이다.

오랜 시간동안 긍정적인 효과를 받아왔던 도브의 리얼 뷰티 캠페인. 그런데 2017년 영국에서 론칭된 ‘바디 워시 패키징’은 실패작으로 꼽힌다. “Celebrating Beauty Diversity with Limited Edition Body Washes” 헤드라인 아래 진행된 캠페인의 원래 의도와 메시지는 좋았다. 체형에 상관없이, 키가 작건 크건, 몸집이 있건 말랐건, 여성의 신체에 대한 가치는 동등하며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Real Beauty Bottles”라는 이름의 바디워시 제품은 15국에서 팔릴 예정이었다.

도브의 ““Celebrating Beauty Diversity with Limited Edition Body Washes” 캠페인. 출처 : dove.com

이들은 캠페인에서 다음과 같이 취지를 설명했다.

"곡선미가 있는 체형에서 날씬한 체형까지, 키가 큰 체형에서 아담한 체형까지, 피부색, 신발 사이즈, 머리카락의 종류에 상관없이, 아름다움은 백만가지의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존재합니다. 우리의 독자적인 6가지 디자인은 이런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마치 여성들처럼, 우리는 상징적인 병도 모든 모양과 크기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From curvaceous to slender, tall to petite, and whatever your skin colour, shoe size or hair type, beauty comes in a million different shapes and sizes. Our six exclusive bottle designs represent this diversity: just like women, we wanted to show that our iconic bottle can come in all shapes and sizes, too.)

이 취지는 도브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사람들은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패키징 디자인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오히려 여성의 체형을 대상화(Objectification: 사람을 물건 취급함)시켰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덧붙여 도브의 모 회사인 유니레버가 판매한는 스킨 화이트닝 제품들에 대한 비판도 함께 였다. 결국 의도와 취지는 좋았지만, 그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오해의 여지가 컸고, 그로 인해 소비자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도브 바디 워시 패키징 캠페인에 대해 트위터에 표현된 소비자들의 비판과 질타. 출처 : twitter.com

결론적으로, 코즈마케팅은 캠페인의 목적과 브랜드 이미지, 핵심 상품의 이미지가 잘 어울려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경우 기업에게 짧은 시간안에 손에 잡히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아무리 명분이 좋고 해결하려는 사회적 이슈가 중요해도 진정성이 결여되어 보이므로, 소비자의 공감과 참여를 얻기도 힘들고 기업은 대중의 비판과 함께 기업의 투자를 낭비하게 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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