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말하기 어려운 시청각장애인, 복지 사각시대에 놓여

밀알복지재단, 국내 최초 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 헬렌켈러센터 운영

선천성 시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예지 씨(왼쪽). 이미지. 밀알복지재단.

[미디어SR 권혁주 기자] 밀알복지재단이 국내 최초로 시각과 청각에 중복장애가 있는 '시청각장애인'의 일상을 다룬 특집방송을 방영한다.

시청각 장애는 단순히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의 중복이 아니라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모두 어려워 복합적인 고충을 겪는 가장 심각한 장애 중 하나다.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동반된 시청각장애인은 국내에 1만 명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나 서비스는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된 적 없어 정확한 숫자와 실태조차 파악이 어렵다.

국내 시청각장애인들은 복지 사각지대 속에 놓여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과 직업 등 삶 전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오파드 증후군(LEOPARD syndrome)의 일환으로 시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김예지(26) 씨도 그중 하나다.

알맞은 소통 방법을 배우지 못한 예지 씨는 뭔가를 말하고 싶어도 표현할 방법을 모른다.

답답한 마음에 자신과 부모님을 때리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 예지 씨의 유일한 소통 방법이다.

언제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르는 딸 곁을 온종일 지키는 부모님은 언제까지 예지 씨를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방송에서는 예지 씨 외에도 청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시각마저 잃은 손창환(50) 씨, 시청각장애를 포함해 여러 장기에 중복장애를 동반하는 희소병인 차지 증후군(CHARGE syndrome)을 앓는 민준(3) 군의 일상이 소개된다.

지금껏 방송에서 다뤄진 적 없던 시청각장애인의 현실을 짚어보며 대안이 될 ‘시청각장애인지원법’과 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인 ‘헬렌켈러센터’에 대해 소개한다.

청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시각마저 잃은 시청각장애인 손창환 씨(왼쪽). 이미지. 밀알복지재단.

국내 최초 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 ‘헬렌켈러센터’는 밀알복지재단이 지난해 4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밀알복지재단은 시청각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19년 9월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시청각장애인지원법 제정’에 동의하는 1만8000여 명의 시민서명을 전달하기도 했다.

시청각장애인지원법은 ‘시청각장애’를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인정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국내 장애인복지법은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신장애, 지체장애 등 장애의 범주를 15가지로 나누고, 장애 유형별로 상이한 장애인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현행법 상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범주에 동시에 속하게 되는데, 장애인단체 측은 시청각장애는 단순히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의 중복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청각장애인은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모두 어려운, 보다 특수하고 심각한 장애라는 것이다.

15가지의 장애만을 인정하는 현행 기준에서는 대부분의 노인성 치매, 뚜렛 증후군 환자들도 장애인 등록이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한국형 헬렌켈러법’은 입법에 실패했다.

이명수 의원실 측은 미디어SR에 “올해도 헬렌켈러법 발의를 계획 및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는 “시청각장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이번 방송이 헬렌켈러법 제정 등 시청각장애인 기본권 보장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되길 희망한다”며 “어둠과 적막 속을 홀로 걷는 시청각장애인에게 손을 내밀어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시청각장애인의 일상을 다룬 이번 영상은 오는 20일 금요일 오후 3시 희망TV SBS ‘손끝으로 세상을 만나는 기적’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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