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K하이닉스 제공
사진. SK하이닉스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사의 낸드 사업 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한다.

SK하이닉스는 낸드(NAND Flash) 사업 부문 전체를 10조3104억원(90억달러)에 인수하는 내용의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공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계약으로 인텔이 보유한 낸드부문 고정자산, 인력, 지적재산권(IP)을 단번에 확보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 목적을 “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로 내세웠다.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가 “고객, 파트너, 구성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혜택을 주며 나아가 메모리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인텔 낸드 사업의 2020년 상반기(2020년 6월27일까지) 매출액은 약 28억달러(한화 약 3조2077억원), 영업이익은 약 6억달러(한화 약 6873억원) 규모이다.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이어 단숨에 2위로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올 2분기 기준 메모리반도체에서 낸드플래시 부문의 시장 점유율은 1위 삼성전자(37.4%), 2위 키옥시아(17.2), 3위 웨스턴디지털(11.5%)에 이어 하이닉스(11.7%), 인텔(11.5%), 마이크론테크놀로지(11.5%) 3개 업체가 대등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석희 CEO는 “낸드플래시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 오던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SK하이닉스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 대응, 낸드 분야에서도 D램 못지 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구조를 최적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인텔 밥 스완(Bob Swan) CEO는 “인텔이 쌓아온 낸드 메모리 사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SK하이닉스와의 결합을 통해 메모리 생태계를 성장시켜 고객, 파트너, 구성원 등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각국 정부의 규제 승인을 완료하고 해외에 자회사를 신설해 중국 다롄(大连, Dalian) 생산시설과 SSD 사업부문을 인수할 계획이다.

양측은 인수 계약 완료 시점을 2025년 3월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주요 국가에서 기업결합심사 등의 규제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게 되면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SSD 관련 IP 및 인력 등)과 중국 다롄팹 자산을 SK하이닉스의 해외 자회사를 통해 이전하게 된다.

이후 계약 완료 시점인 2025년 3월에 SK하이닉스는 잔금 20억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IP, R&D 인력 및 다롄팹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인텔은 계약에 따라 최종 거래 종결 시점까지는 다롄팹 메모리 생산 시설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 및 생산관련 IP를 보유하고 낸드플래시 생산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인력과 IP, 생산시설 등을 통째로 넘겨받아 상당히 규모가 큰 딜(거래)인 만큼 이전 절차에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4년여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인텔이 마이크론과 긴밀하게 협업 해오던 관계가 이번 거래에 영향을 다소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인텔이 (SK하이닉스와 이번 계약을 체결하면서) 협업 관계에 대한 법적 문제가 발생해 그에 대응하는 과정이 필요해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인텔은 지난 1월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한 신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회사의 지분을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사업 부문을 통째로 넘겨받는 과정에서 생산시설이나 지식 재산권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대목이다.

때문에 양도 양수 계약이 완료되기 전에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는 상이하나 최근 항공업계의 ‘빅딜’로 꼽혔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도 체결 후에 무산된 바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으로 CPU(중앙처리장치) 등 시스템메모리(비메모리반도체)의 최강자로 꼽힌다. 전체 반도체 시장 1위를 유지하면서 보유한 생산시설을 통해 낸드플래시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낸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기술력과 QLC(Quadruple Level Cell, 쿼드러플 단계) 낸드플래시 제품도 보유 중이다.

하지만 인텔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시장경쟁 격화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의 철수를 저울질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의 최고재무책임자 조지 데이비스는 지난 3월 “데이터센터에서 플래시메모리 수요가 증대되고 있지만 인텔은 기대했던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이 부문에서의 고전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에 인텔은 중국 다롄 공장과 메모리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향후 시스템메모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이번 거래를 통해 얻게 되는 재원을 제품 경쟁력 강화와 인공지능, 5G 네트워킹, 자율주행 기술 등 장기적 성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분야의 투자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랴오둥반도의 항구도시인 중국 다롄은 인텔의 핵심적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로, 이번 양도 계약을 통해 인텔의 중국 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를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인수 대상에 인텔 NSG(Non-volatile Memory Solutions Group, 비휘발성 메모리 사업부) 부문의 옵테인 사업부는 포함되지 않았다. 옵테인(Intel® OptaneTM)은 일반 D램보다는 느리지만 낸드플래시 보다 데이터 접근 속도가 빠르고 D램보다 값이 저렴하다. 옵테인은 데이터 입출력 성능이 뛰어나 빅데이터 시대에 그 수요가 증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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