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본사. 사진. 구혜정 기자
대한항공 본사.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대한항공이 재차 서울특별시를 비판하면서 자구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문화공원 조성의 구체적 계획도 없고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채로 ‘알박기’하고 있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가 서울시와 대한항공 간 입장차를 조율하려 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데 대해 28일 “사유재산인 송현동 부지의 실질적인 매각을 막는, 사실상 위법성 짙은 ‘알박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한한공은 특히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필수적인 송현동 부지의 민간 매각을 방해하는 행위 일체를 중단해달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대한항공이 서울시를 이처럼 공개적으로 거세게 비판한 이유는 국민권익위의 지난 1차 관계자 출석회의 이후에도 서울시의 태도 및 입장 변화가 없어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5일 이러한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의견서를 접수한 국민권익위는 고충민원 제기 및 1차 관계자 출석회의를 열고 양측의 입장 차를 확인하고 이를 조정하려 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난 1차 출석회의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면서 “양측 관계자만 10명 안팎이 참석했지만, 입장 차를 확인하고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다시 논의해보자며 회의가 끝났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다음달 1일 2차 관계자 출석회의를 열고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지정, 절차상 문제 있다”

대한항공 측은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원 개발 계획에 있어 구체적인 계획도, 대금 지급 가능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 추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이처럼 무리한 도시관리계획변경안을 입안하는 것이 국토계획법령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고 주장한다. 해당 계획의 실현가능성이나 집행가능성이 최소한으로라도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사진. 서울시 도시관리계획(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도서
현재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사진. 서울시 도시관리계획(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도서

실제로 지난 6월 18일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성창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장은 “(공원 내 시설 입지에 대한 적부) 논의도 너무 오래 걸릴 수 있어서 먼저 공적으로 소유하고 그 이후에 진짜 필요한 시설에 대해서는 다시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면서 “공원화를 먼저 추진”한다고 밝혔다. 즉 공원 내 어떤 시설을 설치할 것인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서울시는 2021년 말이나 2022년 초에나 감정평가를 통한 대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공공연히 밝혔는데, 결국 부지를 선점하기 위해 입안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도시관리계획의 입안 기준이나 요건은 국토계획법을 따른다. 특히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19조는 “도시·군계획시설은 집행능력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으로 결정”해야 하며, “사업시행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계획을 수립”하도록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현·집행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하게 되면 토지 소유자는 토지를 개발하지도 처분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현재 대한항공이 맞닥뜨린 문제도 이러한 지점이다.

서울시는 대한항공과 최대한 조율해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시설조차 결정되지 않은데다, 해당 부지 수용을 위해서는 재결 절차를 거쳐야 하고 소송 가능성도 있어 보상금 지급이 지연될 우려가 크다.

자구안 실행 속도 높이려는 대한항공, 9000억원에도 안정은 '아직' 

현재 대한항공은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 통과되면 강제 수용이 기정사실화되는 것뿐 아니라 수용 절차로 이어지면서 송현동 부지의 정당한 가치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용 절차에서는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가 이뤄지더라도 송현동 부지와 같은 대규모 필지의 경우 그 가치를 비교하기 위한 거래사례나 적정 단가를 상정하기 어렵다. 때문에 강제 수용 절차상으로는 제값을 받지 못할 심산이 크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경영환경 악화에 따라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은 바 있다. 대한항공은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2조원대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지난 3월말 기준 대한항공의 총 차입금은 18조765억원으로 이 가운데 3조3020억원을 올해 상환해야 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고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해 9900억원대의 자금을 확충했지만 채권단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아직도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대한항공 임직원들까지 임금반납 및 휴업 동참을 통해 회사의 자구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기업의 사유재산인 송현동 부지에 대한 문화공원 지정 강행을 마땅히 철회해야 하며, 연내 다른 민간 매수의향자에게 매각하는 과정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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