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국민연금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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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내에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가 도입된 이후 기관투자자의 주주총회 안건 반대율이 증가했지만, 주주제안에 반대의견을 제시한 비율이 전체 안건 반대율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위 30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 내역이 공개되는 비율 역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 내역을 의무 공시하는 주체의 기준을 현행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사진.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가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행사 내역을 분석한 보고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4년,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 동향 및 과제’를 24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의 주주총회 안건 반대율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기 직전인 2016년 2.4%에서 2020년 4.9%로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겠다는 발표 이후 주요 기관투자자도 합세하면서 같은 기간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기관의 수도 89곳에서 181곳으로 늘었다.

최근 2년 동안 한진칼, 현대모비스 등 30대 대기업집단(그룹) 소속 상장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이 이어지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기관투자자가 반대의견을 행사하는 비율이 높아졌던 것이 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특히 국내 대형 기관투자자가 30대그룹 소속 상장기업의 주주제안에 반대의견을 제시한 비율은 34.4%를 기록했다. 전체 안건 반대율(5.7%)보다 월등히 높다.

아울러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는 중소형 상장기업에 더 엄격했다. 3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 140개사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평균 안건 반대율은 4.7%로 전체 824개사에 대한 반대율(5.0%)보다 낮았다.

국민연금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체 투자기업에 대한 주총 안건 반대율은 10.7%였지만 3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에 대한 평균 안건 반대율은 8.5%에 그쳤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미디어SR에 “중소 상장기업이 지배구조 등이 건전하지 않을 확률도 있다”면서도 “다만 전반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이 3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에 반대표를 던진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즉 30대 그룹 소속의 상장 기업과 기관투자자 사이의 이해 상충 우려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자산운용사에서는 특정 그룹의 상장사를 묶은 펀드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같은 경우 기관투자자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주주보다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동일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심이 존재할 수 있다.

보고서는 또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상장기업 스스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자정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기관의 의결권 불행사 안건의 비중(11.3%) 역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2020년 30대 그룹의 정기주총에서 그룹별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 내역. 표. 대신지배구조연구소 
2020년 30대 그룹의 정기주총에서 그룹별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 내역. 표.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편 연구소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관의 영향력이 확대된 상황을 고려해 의결권 행사 내역 의무 공시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운용자산(AUM) 기준 상위 30개 기관의 의결권 행사 내역 의무 공시 비율은 기관이 보유한 지분의 25.1%에 그쳐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연구소는 평가했다.

연구소는 최근 주총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관의 영향력이 확대된 상황을 고려해 의결권 행사 내역 의무 공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결권행사 내역 의무공시 주체 기준을 ‘각 집합투자기구’에서 ‘기관투자자’로 확대함으로써 의결권 공시 대상 법인을 늘려야 한다”면서 “주주권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수탁자로서의 충실의무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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