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재 PSR 대표]

보완 수정할 문안, 논의 협의과정 필요하다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은 공공기관에 하나의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시키고 있다. 지난 3년여 경영현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회적 가치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주 관심대상이라는 사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평가 방식이 달라 ‘언제까지 입어야 할 옷인가’라는 궁금증을 갖고 부딪쳐 온 사회가치가 법으로 제도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게 다르다. 디자인이 조금 바뀌더라도 오래 입어야 할 옷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공공기관들은 그동안 3차례에 걸쳐  발의됐던 법안을 바탕으로 대비를 해왔다. 제시된 13개 항목의 실천 내용은 평가 항목과 연관해 평가 보고서에 담고, 평가위원들에게 관련법을 염두에 둔 설명도 했다.

하지만 막상 법제화로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공공기관들은 법안을 다시 조목조목 뜯어보면서 문안 하나하나가 공식 법제화 이후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은 자세히 살펴볼수록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조·항·목들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사회적 가치의 정의가 중복되고 명확치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존 평가와의 조화는 최대 관심사다.

대상 공공기관의 범주가 막연하고 기재부와 시도지사의 별도 관리와 평가가 어떻게 구분되는지도 명확치 않다. 앞으로 이어질 공청회와 법안 심의과정 등이 주목되는 이유다.

명확하지 않은 정의: 사회적 가치와 공공기관

법안은 2조에서 용어의 뜻을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사회적 가치는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크게 정의한 뒤 13개 ‘목’으로 부연하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하나같이 분명하게 잡히지 않는 개념들이다.

사회적 가치의 법제화를 위해 지난해 수차례 전문가 미팅을 가진 한국법제연구원의 포럼에서 이에 대한 지적은 다양하게 제기됐다.

김주영 명지대 교수는 ‘명확한 개념설명 없이 당면한 사회문제의 해결방안 가운데 하나로 사회적 가치를 위시한 관련 개념들을 사용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개별 가치들간 중첩 등의 문제가 적지않아 보다 엄밀한 구체화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랩2050의 김진경 연구원은 13개 항목을 7개로 범주화 한 뒤 이를 다시 51개 실천항목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따라서 "사회적 가치를 묶는 입법안은 과도하게 추상적’이라는 의견과 함께 ‘그러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방향을 제시하고 개별 영역을 관통하는 규율을 두는 것이 의미’라고 역설하고 있다.

제시된 어떤 방법이든 100% 공론화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현재 법안에 명시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정의만큼은 명쾌하게 정리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공공기관의 정의는 법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에 보다 간결할 수 있겠지만 관리와 평가로 이어지기에는 '디테일한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은 6개 대분류로 대상 공공기관을 제시하고 있는데, 우선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꼽으면서 ‘대통령 소속기관 및 국무총리 소속기관 보좌기관을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지방자치단체를 명시하면서 ‘지방자치법 121조에 따른 기관’을 포함해 지방의 교육 과학 및 체육에 관한 기관까지 망라하고 있다. 분명히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중앙정부차원의 해당분야 기관들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으로 알고있는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관으로 현재 340개에 이른다. 지방공기업법이 정하는 지방 직영기업과 지방공사, 지방공단과 같은 통칭 지방공기업은 전국에 1143개에 달한다. 현재 정부로부터 공공기관으로 정의돼 경영평가를 받고있는 기관은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법안은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으로 명시해, 대상 기관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 후속 시행령 등을 통해 보다 구체화되고 적시해야 할 대목이다. 계획을 수립해 보고하고 시행결과에 대해 평가를 받도록 돼있기 때문에 해당 기관 입장에서는 매우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정의다.

계획 수립 주체와 관리방식의 혼선: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공공기관 입장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추가되는 업무는 계획의 수립과 평가에 대한 대응이다. 계획은 5개년 기본계획과 연례 시행계획으로, 5개년 계획은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작성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제5조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본계획은 그러나 바로 밑 항목으로 들어가면 계획 수립의 주체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1항에서 중앙행정기관이 5년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한다고 명시해 놓고 2항에서 기본계획의 작성은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의 장’과 협의토록 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은 18개 부처 5처 17청, 2원 4실 6위원회로 구성된 행정기관으로 각 부처마다 산하 공공기관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사실상 지휘를 받는 구조다. 발의된 법안의 기본계획 수립 주체만을 놓고 보면 산업부장관과 한전 사장이 각각 기본계획을 수립해 기재부와 협의토록 돼 있다.

이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장의 혼용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기관의 정의에서 동등한 6개 분류로 명시한 문제점이 이 부분에서도 지적될 수 있다. 따라서 5년단위의 기본계획 수립주체에 대한 디테일이 필요하다. 더구나 5년으로 기한을 정한 배경이 대통령 임기와 관련된다면 기본계획의 수립 주체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명시돼야 한다. 대통령 임기와 무관하게 5년단위가 제시됐다면 그건 공공기관에세 더 큰 혼란을 초래한다. 기획재정부와 중앙행정기관간 협의에 의해 5개년 계획이 수립되고 이를 국회에 제출해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게 맞다.

시도지사가 해당 지자체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의 5개년 계획의 지역간 이원화는 지자체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대상 공공기관이 지방자치단체 소속기관 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지휘 감독 평가하고 있는 지방 공기업까지 포함하고 있어 산하 직영기관, 공사 공단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공공기관의 장으로 정하고 있는 연례 시행계획의 수립 주체도 확실해야 한다. 결국 공공기관이란 정의에 대한 지적이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법 적용 공공기관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등으로 3구분 대분류하고 이들 각 기관이 관리 운영하고 있는 법상 소속기관 등 중층적으로 정의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기본계획은 대분류 기관과, 연도별 시행계획은 대분류 기관과 하위 기관간 협의 작성해 기재부에 제출토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 관련법 및 관리방식과의 조화: 상위법으로의 위상과 평가
발의 법안은 4조에서 사회적 가치실현에 관한 한 다른 법률의 특별한 규정을 제외하고는 이 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의 정의가 생활 전반을 포괄하고 있어 사실상 다른 그 어느 법에도 우선한다고 볼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다. 다른 법과의 조화와 조율이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사회적 가치란 용어가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게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경영평가에서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 100점만점 10점이내에 있던 사회적 가치부문의 배점이 2018년 평가부터 최고 60점에 이르도록 개편됐다. 경영관리는 물론 사업 진행과정에서도 사회적으로 얼마나 의미있는 결과를 염두에 두고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지를 따져 평점을 매기고 있는 것이다.

발의 법안 역시 10조에서 성과평가를 명시하고 있다. 매년 결과를 발표해 표창과 포상금 지급등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두가지 점에서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선 공공기관 분류상 ‘라’와 ‘마’에서 명시한 공공기관의 경우 이미 평가를 받고 있어 새로운 평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이냐 하는 문제다.

기존 공공기관운영법을 바탕으로 평가기관을 정해 매년 시행되고 있는 평가방식에 사회적 가치 관련법의 평가가 이룰 조화가 관건이다. 발의법이 사회적 가치에 관한한 모든 법에 우선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운법의 평가방식이 준용될 수 있으나 실제 실행까지는 적지않은 공론화가 불가피하다.

평가를 위해 보완돼야 할 다른 한가지는 평가대상 공공기관의 구분이다. 현실적으로 현 공공기관중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기획재정부가, 기타 공공기관은 각 관리 부처가, 지방 공기업은 행정안전부가 각각 평가 주체로 활동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부처들과 지자체가 평가대상에 포함될 경우 평가기관이 피평가기관이 되는 상황까지 상정된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대표 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은 해당 기관 및 관계전문가들과의 수차례 협의와 토론을 거쳐 법안 통과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법 통과 이후에는 대통령령 등 후속 법령들로 보완된다.

법률안 통과나 시행령 제정 등 후속과정에서 보완돼야 할 조항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 관련법은 앞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들은 앞으로 이어질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과 맞물려 일정기간 혼란스런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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