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운용도
사진.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운용도

[이종재 PSR 대표] 

21대 거여 국회가 출범했다. 규정상으로는 개헌 말고 무슨 법이든 세울 수 있는 여야구조이어서 상임위 구성이나 제출되는 법안 하나하나가 지대한 관심이다. 16명 여당의원 이름으로 개원 첫날, 1호 안건으로 발의된 사회적 가치 관련법이 주목받는 이유다. 
경영평가를 통해 지난 3년간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변화를 그 어느 부문보다 실감하고 있는 공공기관에게 이 법안 발의의 의미는 아주 특별하다. 거여 국회의 여당이 개원 1호 법안으로 상정했다는 상징성과 함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이란 법안 명칭에서 보듯 법안 통과 이후 공공기관에게 미칠 파장이 가늠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의 법안에 대한 공공기관의 1차적인 반응은 사회적 가치와 공공기관이 앞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더욱 깊어가고 있다는 인식이다. 사회적 가치가 경영평가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이후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가’ ‘내게 맞는 사회가치란 무엇인가’ ‘언제까지 사회가치를 말할 것인가’란 질문에 집약된 궁금증 중 하나, 사회적 가치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풀려가고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지가 평가항목에 다양한 형태로 담겨 온 터이어서 현 정부 들어 치고 들어 온 사회적 가치의 생명력 역시 일정 기간에 그칠 것으로 대부분 예상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으로 정해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시행령 등의 형태로 방법에서의 변화는 있을지 몰라도 담고 있는 가치의 방향성만큼은 바뀌기 어렵게 된 것이다. 더구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을 따르도록 해 최종 통과될 법안 내용과 자구 하나하나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공공기관들은 본문 13개조와 부칙 2개조로 구성된 법안을 조목조목 뜯어보면서 중장기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중이다. 아울러 최종 입법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과 명확히 해야 할 조항에 대한 바람을 직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법안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공식화될 의견들이다. 공공부문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조문정리는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는 출발로 받아들여진다.

발의배경: 양극화와 세계적 추세
법안은 발의 배경으로 양극화의 심화와 주요 선진국의 입법사례를 꼽았다. 세계적으로 양극화 및 불균형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EU와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입법화하고 있는 현실을 들었다.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로 불평등이 심화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동체적 가치를 지향하는 법제화의 국제적인 움직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우리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공유가치 창출(CSV) 등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적인 기대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법안은 지적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공공성에 대한 국내외 평가가 낮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미흡하다는 점을 그 예로 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가 불러온 위기도 발의 배경으로 꼽힌다. 우리사회 구조와 제도 전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고, 이윤과 효율이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대전환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 환경, 사회적 약자 배려,  상생협력, 사회통합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대한 기여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추구해야 할 핵심적 사회적 가치로 제시했다. 

법안은 이 법이 공공기관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도 발의 배경을 통해 밝히고 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공공부문의 핵심 운영원리로 삼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도록 함으로써 공공부문부터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고, 나아가 민간부문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기본법을 제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공공기관의 평가에 반영해 우리사회 전반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주요 내용: 13개항 중심의 5년 단위 기본계획, 연도별 시행계획과 평가
제1조는 법안의 목적이다.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해 공공기관이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공동체적 가치가 회복되고 호혜 협력과 상생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용어의 정의를 담은 2조의 정의 대상은 ‘사회적 가치’와 ‘공공기관’이다. 
우선 사회적 가치는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정의하고 인권 노동 상생 등 13개 항목을 제시했다. 인권의 보호와 안전한 근로 및 생활환경의 유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회제공과 사회통합, 보건 복지의 제공 등을 시작으로 상생과 공정거래, 양질의 일자리, 지역사회 활성화, 사회적 책임 이행, 공동체의 이익실현과 공공성의 강화 등이다. ‘돈보다는 사람, 개인보다는 공동체’라는 풀이로 통칭될 수 있는 우리 생활과 사회 전반을 포괄한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의는 6개부문으로 정리하는데 사실상 전 공공조직을 망라하고 있다. △대통령, 국무총리 소속 및 보좌 기관을 포함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광역시도 자치단체 △중앙부처 및 지자체 소속기관 △공기업 등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법에 의한 지방 공기업 및 △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 등이다. 흔히 공기업과 지방 공공기관으로 통칭되던 공공기관의 의미는 법안에서 크게 넓어졌다. 전 공무원과 공무원 조직의 소속기관 보좌기관 등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법 집행을 위한 업무와 관할 기관도 정해놓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실현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기관별 목표와 방향, 개선내용 등을 담은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는 기획재정부로 결국 이 법안의 주무부처다. 

기본계획은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 협의로 작성하고 사회적가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사회적가치위원회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 및 성과평가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신설된다. 위원회는 30명 이내에서 정부의 당연직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돼 기본계획 수립과 성과평가 등 이 법의 최고기구로 활동하며 공공기관에게 자료제출 요구권도 갖는다. 

기재부가 사회적가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 5년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장은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한다. 기재부는 또 공공기관의 해당 연도 시행계획과 전년도 추진실적을 사회적가치위원회에 제출한다. 기관별 5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이 사회적 가치실현의 뼈대인데 기재부는 위원회의 심의로 확정한 5개년 기본계획은 국회에 제출하고, 연도별 시행계획과 전년도 추진실적은 위원회에 제출하는 것이다. 

시도지사는 지자체별로 지역위원회를 두고 지역 추진계획이란 별도의 이름으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해당 지방의회에 제출한다. 지역 추진계획에는 목표와 방향 및 개선 사항 등을 담되 중앙차원의 기본계획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지역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시도지사란 특별시장과 광역시장, 특별 자치시장, 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 등을 말한다. 17개 광역 지자체와 세종시, 제주자치도 등의 경우 중앙정부와는 별도의 트랙으로 지방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실현이 추진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평가는 매년 이루어지며 사회적가치위원회와 지역위원회는 평가 결과를 확인 점검한다. 평가의 기준과 절차 방법 등을 별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평가결과 우수기관에 대해 기재부는 포상금을 지급하고 개별 공공기관은 우수 부서와 기관 또는 공무원에게 포상과 성과급은 물론 인사상 우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통과 가능성: 양극화에 대한 여야 없는 반성과 대안, 의석구조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기본법의 발의는 이번으로 4번째다. 19대 국회에서 당시 문재인 의원이 발의했다가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는 김경수 의원(현 경남도지사)에 이어 박광온 의원이 잇달아 발의했었다. 결국 박광온 의원은 20대에 이어 이번에도 대표 발의자로 나선 것이다.
그동안 이 법이 국회의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은 당연히 야당의 반대 때문이다. 반대이유는 사회적 가치란 용어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회적 가치란 말 자체가 사회주의로 확대 해석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과 크게 다르다. 통과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법안 통과를 위한 의원 정족수가 넘치는데다 사회적 가치란 용어의 거부감도 상당히 완화된 상황을 감안한 예측이다. 사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당 일부의원(유승민 전의원 등)들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었고 사회적 경제조직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가장 활발한 지원조치들이 제도화 됐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야당의 기본소득제도 도입의 거론이다. 전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자는 이 제도는 사회주의 성격을 상당히 반영하고 있는 유럽에서조차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 결국 양극화 해소를 위해  현 여당의 여러 가지 안을 뛰어넘는 파격이다. 법안의 발의 배경으로 꼽은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 해소를 목표로 한다는 취지에 여야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법안은 최종 통과되기까지 적지않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용어의 정의나 기존 평가제도와의 조화 등은 치밀하게 정비돼야 핵심 사안이다. 물론 국회의 정상적인 활동이 대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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