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일으킨 옥시 투자는 국민 기만

"국민연금 ESG 투자 준수하고 국회 국민연금법 개정하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016년부터 꾸준히 국민연금에 옥시 사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촉구해 왔다. 제공 : 참여연대

[데일리임팩트 이승균 기자]  국민연금이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기업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시민단체가 국민연금에 ESG 투자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6개 단체는 8일 "국민연금이 보유한 옥시 본사의 주식은 약 3,600억 원으로, 0.5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수많은 국민들이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을 잃었음에도, 참사 이후 국민의 돈으로 살인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을 늘린 국민연금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JTBC 보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옥시 본사 지분율은 2016년 1546억원으로 0.21%에 불과했으나 2021년 하반기 지분율은 0.53% 약 3639억 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단체 측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국민연금의 이같은 행태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국민연금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국내 관련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을 줄이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으나, 유독 옥시 영국 본사에 대해서만 투자금액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옥시 투자 지분 증가와 관련해 국민연금은 "옥시 투자금은 전체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증가에 따라 2016년 대비 증가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단체 측은 전체 해외주식 투자 규모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옥시에 대한 투자 규모도 늘어났다고 성토하고 있다.

단체는 나아가 "전체 투자 규모와 옥시 자체에 대한 투자금액이 증가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이 국민연금법 102조 제4항에 따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에서 ‘책임투자’를 고려할 것을 권고하는 국민연금법 조항을 바탕으로 대한항공 등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 왔다. 단체 측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바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옥시에 대해 투자 철회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명서를 발표한 단체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재산이며 ESG 투자 요구는 국민의 당연한 요구다"며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ESG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하였지만,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연기금들은 환경,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를 ESG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벨기에, 노르웨이 등 국가 연기금은 정부 산하 혹은 자체 결성된 윤리위원회를 통해 각 투자처의 ESG 점수를 산정하고 있으며 이를 포트폴리오 편입 편출은 물론 투자 배제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F)가 집속탄 생산 기업, 열대우림 환경 파괴 기업 등을 투자 배제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단체 측은 국민연금이 ESG 투자를 바탕으로 문제 기업을 투자 배제하지 않으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국민의 뜻에 따르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31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768명, 사망자는 1784명이다. 이 중 절반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옥시가 판매한 제품을 사용했다.

이번 공동 성명서 발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위원회, 민변 환경보건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환경운동연합이 함께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