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100척 이상 공급...향후 5년간 안정적 수입 확보

LNG선. 사진. 삼성중공업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으로 업황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국내 조선3사가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3개 조선사가 23조원 규모의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최대 5년간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게 됐다.

2일 산업자원통상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atar Petroleum, 이하 QP)은 1일(현지시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와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QP가 2027년까지 이들 조선 3사로부터 LNG선 건조 공간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보통 LNG선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사업에선 정식 발주 전에 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슬롯)을 확보하는 계약을 먼저 맺는다.

사업 규모는 약 23조6000억원(700억 리얄)으로, LNG선 한 척의 선가가 2200억원대임을 고려하면 100척 이상 발주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 업체별로 할당된 구체적 수주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초대형 수주는 한국 조선업계가 높은 LNG선 건조기술과 해당 프로젝트를 소화할 수 있는 건조공간을 두고 있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 측은 "카타르로부터 2003년 이후 총 25척(60억달러 규모)의 LNG선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건조한 바 있다"며 "그동안 총 150여척의 LNG선을 수주하며 축적해 온 우수한 건조 품질 및 납기 준수 능력에 높은 점수를 받은 경험이 이번 대량 수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도 미디어SR에 “세계적인 저시황 기조 속에서도 카타르가 한국 조선3사에 선박 대량 발주를 맡긴 것은 그만큼 한국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약정을 체결하면서 카타르는 우선 국내 3사의 LNG선 건조 공간(슬롯) 상당부분을 확보하게 됐다. 향후 QP가 LNG를 수송할 해운사를 선정하면 각 해운사들이 국내 조선사와 순차적으로 수송 계약을 맺게 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초대형 수주건이 세계적인 저시황 기조 속에서 LNG선 발주를 검토하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선 3사가 수주한 일부 선박은 올해 내에 본계약을 체결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본계약이 성사되면 각 조선사들은 연평균 약 1조5000억원의 매출 효과를 얻게 될 전망이다.

LNG 생산량 세계 1위인 카타르는 지난 2004년 이후 LNG와 관련해 이렇다 할 신규 투자를 하지 않다가, 중국·유럽 등 전 세계에서 환경 기준을 강화하면서 LNG 수요가 늘자 생산 설비 증설에 들어갔다. 카타르는 기존 7700만톤인 연간 생산량을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이를 운반할 LNG선 발주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가 이번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 수주로 한숨을 돌렸지만, 완전한 부활을 선언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2년 이후 LNG선 발주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현재 가시성이 높은 LNG프로젝트의 88%를 점유한 미국이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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