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에 방산주 급등
유가 마이너스 하락에 조선주 고전하는 등 변동 커

픽사베이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주식시장이 총체적 난국을 맞은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충격으로 오후 들어 낙폭을 키워가며 장중 1850선까지 후퇴했다. 거의 모든 산업군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방위산업 관련 종목의 급등세가 두드러진다. 반면 유조선 관련 주식은 다른 산업군보다 하락 폭이 커 주가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21일 오후 들어 전반적으로 국내 대다수 종목이 내림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주항공과 국방, 운송 인프라 등과 관련이 있는 방산 업종 테마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방위사업과 민주사업을 영위하는 빅텍은 전일 대비 장중한 때 가격제한 폭까지 뛰어올라 3415원에 거래되다 현재는 약간 후퇴해 3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자계산기기와 기타 관련기기를 생산하는 퍼스텍과 철구조물 제작업체 스페코도 오후 1시 기준 전일 대비 각각 18.16% 오른 2115원, 26.41% 오른 3805원에 거래되다 오후 2시가 넘어가면서 상승폭을 줄여 13.41%, 21.1%에 거래되는 등 전반적으로 방산주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 등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8%대의 상승을 보이다 5.56% 오른 2만4700원, 한국항공우주도 8%대의 상승률을 보이다 5.08% 오른 2만4850원에 거래 중이다.

미 CNN방송이 김정은 위원장이 수술 후 상태가 위중하다고 보도하면서 만일의 경우 북 최고지도자가 사망할 경우 펼쳐질 수 있는 여러 변화와 상황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군수관련 산업인 방산주는 보통 남북 관계가 호전됐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방위산업 관련 서비스나 물품에 대한 수요량 예측이 줄어들기 때문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재개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수요가 늘어 주가가 상승하는 특성을 띠고 있다.

방산주는 단기적 실적 전망과는 관련이 낮은 종목이다.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 급등하고 보통 국제정세가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이슈에 따라 급상승했다 하락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현재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방산주가 지속해서 오르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아직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기폭제가 되기에는 역부족인 듯 싶다.

증권업계에서도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각종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해프닝으로 지나갈 일이나, 신변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후계를 둘러싼 내부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아직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의 확대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으로는 조선주가 마이너스 유가 기록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다른 산업 종목보다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수주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싼 가격에 기름을 저장하려는 기업들이 저장에 쓰는 탱커(원유나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선박)를 많이 발주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세계 경기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비용대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 이마저도 녹록치않은 현실이다. 

탱커선은 보통 저유가 때 원유 재고를 쌓아두려는 수요가 발생해 발주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2014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감산 발표로 국제 유가가 급락했을 당시 탱커 발주량은 평소의 두 배가량 증가했다. 유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꾸준한 원유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성으로 발주처가 원유 저장비용만 늘 것으로 판단해 발주를 내지 않는 상황이다. 업황 악화로 인해 보유하고 있던 폐선을 탱커선으로 대체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조선업의 실적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며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근원물을 팔고 원월물을 매수하는 롤오버 거래에 따른 기술적 요인이 마이너스 가격대까지 하락한 이유 중 하나"라면서 "하지만 근본적 이유는 바로 원유 수요 급감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원유가 싸더라도 저장할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비정상적 유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여지가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미포조선은 오후 1시 35분을 넘은 시점에서 전일 대비 6.06% 하락한 2만8700원, 한국조선해양은 5.31% 하락한 7만6700원, 삼성중공업은 4.4% 떨어진 4130원, 대우조선해양은 3.94% 하락한 1만5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디어SR에 "주식 투자자들이 유가 하락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용기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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