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코퍼레이션과 수십억원 규모 내부거래...재단 이사회 구성원 약력 공개치 않아
공익사업에도 정량·정성적 성과 뚜렷...LG상록재단, 기부금 없어도 지출내역 공개

LG트윈타워.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김사민 기자] LG 공익법인의 2019년 목적사업비 비중이 직전 연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G공익법인이 2019년 한해 공익사업에 지출한 비용은 일반관리비 등 간접비를 제외하고 179억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100억원가량 줄었다. 2018년 LG 공익법인의 목적사업비 비중은 8.00%로 공익사업에 286억원을 사용했다. 공익법인의 수익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사업비가 107억원이나 감소한 것이다.  

법인별로 보면 LG연암문화재단은 LG아트센터 사업비(99억원)를 28억원가량 줄였다. 

LG연암문화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 신축 중인 마곡지구 공연장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역삼동 소재(임대 공연장) LG아트센터는 오는 2022년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면서 "신규 공연장 개관 준비를 위해 자체 기획하는 기획공연과 공연제작사 대관공연의 비율 등을 조율하고 있어 사업비가 다소 축소된 것 처럼 보여질 수는 있으나, 이는 신규 공연장 개관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LG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LG아트센터에서 계획해놓은 공연들이 대부분 취소돼 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탓에 실내 공연장 방문 자체를 꺼리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정상화를 올해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LG상록재단의 화담숲 운영비 축소 폭은 더욱 크다. LG상록재단은 2018년 화담숲 운영에 74억원을 사용했는데, 2019년에는 사용금액이 불과 2억원에 그쳤다. 

이는 2013년 6월 화담숲을 개장한 이래 2018년까지 5년간 수목원 조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완료하고, 지난해부터 운영관리 중심의 경영방향을 수립해 내실화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재단측은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재단의 재정 자립을 위해 화담숲에서 발생한 수익 범위 내에서 화담숲 유지보수 투자와 무궁화 연구 및 보급, 새집 달아주기 등 종 보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줄어든 사업비만큼 새로운 사업을 별도로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2019 사업 연도 LG그룹 소속 공익법인의 총자산 대비 목적사업비 비중은 5.01%로, 대부분 5%가 넘지 않는 다른 재단들에 비해 공익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사업비 규모가 줄었더라도, 공익 사업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LG그룹의 공익법인 운영 기본 정책이나 방향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익사업에도 정량·정성적 성과 목표 뚜렷 

LG 공익법인은 법인별로 사업의 정량·정성적 성과 목표를 비교적 명확하게 수립하고 이에 따라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LG연암문화재단은 개별 사업 특성을 고려해 사업별로 다르게 설정한 항목의 점수를 제고시키는 것을 성과 목표로 정하고 있다. LG아트센터의 경우 KS-SQI 한국서비스품질지수와 공연실적에 따라 성과를 평가하고, LG상남도서관은 서비스 만족도와 콘텐츠 이용량을 지표로 삼는다.

연암국제공동연구지원사업은 SCI급 논문 등의 연구 결과물과 연구자 만족도를 평가하고 ,다문화학교는 선발학생과 멘토의 만족도, 학업성취도, 진로진학결과 등의 정성적 목표에 따라 사업을 추진한다.

LG복지재단은 △수혜자 만족도 △사회적 편익 △내·외부 자원 활용도 △이슈 해결 기여도 등 자체적으로 정한 사회공헌사업 평가 지표를 활용해 성과 목표를 수립하고 평가한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일부 사업의 경우 사업 특성을 고려해 정성적인 성과 목표를 수립하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LG상록재단은 수목원 운영 사업의 경우 고객만족도 제고와 고객 안전관리 강화라는 정성적 목표를 수립하고 있으며, 종 보호 및 도감 발간 사업은 LG 그룹 사회공헌 평가지표를 활용해 성과를 평가한다.

S&I코퍼레이션과 수십억원 규모 내부거래

지난해 LG연암문화재단과 LG상록재단은 LG계열사와 수십억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했다. 두 재단이 공통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곳은 LG의 건물·토목 서비스 계열사 S&I코퍼레이션이다.

LG상록재단의 경우 S&I코퍼레이션에 63억원, LG유플러스에 7535만원, HS애드에 1억원을 지불했다. LG연암문화재단은 LG전자, LG화학 등 9개 계열사로부터 124억원을 받았고, S&I코퍼레이션에 21억원, LG유플러스에 2847만원, LG CNS에1억 5799만원을 지급했다. 

LG연암문화재단은 "서울역 인근 건물의 일부 층을 보유하고 있다"며 "S&I코퍼레이션에 지급한 21억원은 기타 사업을 위탁운영함으로써 발생한 관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LG상록재단은 "S&I코퍼레이션에 수목원 운영과 공사를 위탁하고 있다"며 "유기적으로 화담숲을 운영·관리해 운영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페이지에 지출명세 공개...이사회 약력은 없어

LG 공익법인은 홈페이지에 기부금 지출명세서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었다.

LG연암문화재단, LG상록재단, LG복지재단, LG상남언론재단은 홈페이지에 2019년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서를 공개했다. 사업 내용,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와 지급 건수 등을 타 재단에 비해 비교적 상세하게 기입했다. 

특히 LG상록재단의 경우 2019년 받은 기부금이 없음에도, 기부금 지출 내역을 공개했다. 일부 재단이 '당해 받은 기부금이 없기 때문에 지출 명세서를 기입할 의무가 없다'며 공란으로 두는 것과는 다른 자신감이 묻어나는 행보였다. 

하지만 LG연암문화재단,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의 이사회 약력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사회는 공익법인을 이끌어가는 경영진이다. 어떤 인물이 이사회에 소속돼 업무를 추진하고 검증하는지에 따라 공익법인의 운영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밀주의는 자칫 투명성 문제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기부금을 공익사업에 충실하게 쓸 수 있도록 운영할 수 있는 인물인지, 공익사업·법인 전문가인지 확인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이사회 구성원들의 약력을 살펴보고 검증하는 일이다. 하지만 LG상남언론재단을 제외한 LG공익법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사회 약력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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