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 꼼수에는 미래가 없다
[김병헌의 直說後談] 꼼수에는 미래가 없다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20.04.0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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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더불어민주당 제1차 선거대책위원회의. 사진. 구혜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제1차 선거대책위원회의. 사진. 구혜정 기자

사무사(思無邪)의 의미

경기도 가평군 하면 대보리에 가면 조종암(朝宗巖)이라는 큰 바위가 있다. 바위 암벽에 글씨들이 새겨져 있고 그 앞에 비석과 제사를 지내는 단이 만들어져 있다. 경기도는 지난 1975년 9월 5일 도 기념물 제28호로 지정한다. 조선시대 선조가 쓴 ‘만절필동 재조번방(萬折必東 再造蕃邦:일만 번 꺾여도 반듯이 동쪽로 흐르거니 명나라 군대가 왜적을 물리치고 우리나라를 다시 찾아 주었네)’ 송시열이 쓴 효종의 글귀 ‘일모도원 지통재심(日暮道遠 至痛在心: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지극한 아픔이 마음속에 있네)’, 선조의 제12남 인흥군(仁興君) 이영(李瑛)의 장남인 낭선군(朗善君) 이우((李俁)가 쓴 ‘조종암(朝宗巖:임금을 뵙는 바위)’이란 글귀 등이 새겨져 있다. 임진왜란때 명의 도움을 받은 선조. 병자호란때 소헌세자와 청에 볼모로 갔다온 봉림대군 효종(孝宗), 선조의 손자 이우 등이 주인공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숭명배청(崇明排淸)의 기념비임을 말해준다. 지금의 입장에서는 좀 낯뜨겁긴 하다.

글귀 가운데 유독 사무사(思無邪)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다른 글들과는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인용한 공자(孔子)의 말이다. 병자호란 당시 대표적 척화파였던 김상헌(金尙憲)이 청(靑)나라 심양(瀋陽)에 잡혀 있을 때 입수한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崇禎帝) 의종(毅宗)의 어필(御筆)이라는 점이 약간의 연관성을 이어준다. 시삼백 일언이폐지 왈사무사(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에서 유래했다. “시경의 300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는 것이다”, 공자는 민간에서 전승됐던 시 300여편을 모은 시경(詩經)을 가리켜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고 칭송한 것이다. 사무사는 공자가 지은게 아니다. 시경 노송(魯頌)경편(駉篇)’에 기록된 구절이다. "생각에 사특함이 없으니 말(馬)이 올바르게 달리는구나(사무사 사마기조/思無邪, 思馬斯徂)”라는 대목이 원문이다. 이 시는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 희공(僖公)이 백성들의 논밭을 피해서 만든 목장에서 말을 길렀음을 찬양한다. 키우던 말이 백성들의 곡식을 밟을까봐 그랬다는 내용은 덕정(德政)과 선정(善政)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힘있는 자나 가진 자들이 지녀야할 덕목(德目)이다.위정자에게는 특히 필요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나라경제가 파탄으로 몰리고 국민들이 힘들어 하는 요즘 없어서는 안된다. 공정하고 공평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다. 4.15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개혁을 위해서라도 더욱 절실해 보인다. 가뜩이나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지금의 시기에 그런 기미조차 찾을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 퇴계(退溪)이황(李滉)은 수양으로 사무사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했다. 율곡(栗谷)이이(李珥)는 “사무사와 무불경(毋不敬·마음과 몸이 공경하지 않음이 없다) 글귀는 벽에 걸어두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육신중 한명인 박팽년((朴彭年)은 어린 단종이 즉위 초기 사무사의 의미를 묻자 “생각에 사사로움이 없는 바른 마음을 일컫는 것”이라고 말한다.

꼼수는 필패(必敗)다

오늘의 정치권은 입으로는 언제나 사회정의나 합리적 절차 등을 내세우고 위민 애국을 강조하나 문법은 사무사를 위장한 꼼수에 가깝다. 사회정의와 합리적 절차를 꼼수로 비튼다.이른바 편법이고 탈법이다. 꼼수라는 듣기 민망한 단어가 이 나라를 뒤덮고 있다.그 정체성은 비굴함과 사특함 혹은 간특함이다. 상대를 꼼수라고 몰아 세우는게 다반사다. 승부에서 불리하거나 손해를 볼까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비굴함 마저 안 보이게 숨긴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상대의 허술함, 얼핏 스치는 약점을 정확하게 공략한다. 공략지점에 멋진 포장지를 두르고 깃발을 꽂는다. 꼼수의 정체성은 비굴함에 있지만 그 비굴함이 기득권 정당의 도덕적 해이에 가려져 비굴함조차 훌륭한 무기로 보이는 게 문제다.

4·15 총선은 내일(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기득권 여야 1.2당의 꼼수 대결은 공직선거법 개정때부터인 지난겨울부터 본격화됐다. 이후 1,2당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공직선거법 정신을 훼손하며 정치사에서 듣도보도 못했던 비례위성정당을 만든다. 다당제 정착을 기대했던 군소 정당은 빈사상태로 총선전에 내던져졌다. 유권자들도 차악(次惡)의 선택지조차 고르기 힘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만을 노리고 나온 ‘반쪽 정당’들의 난립은 정책이나 비전에서 뚜렷한 차별도 없다, 돈을 위해 기호를 위해 ‘의원 꿔주기’ ‘꼼수 제명’은 예사다,조폭 패거리들도 '형님'이라고 머리를 조아릴 막장을 보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비례정당의 등장으로 정당 정치가 파괴됐고 유권자를 투표 동원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진딘한다.

뿐만아니다. 1, 2당의 주장과는 달리 인물의 참신성은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지만 현역 86세대와 친문 인사들은 자리를 지켰다. 통합당은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과 황교안 대표의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우리편 챙기기만 도드라졌다. 와중에 민생당, 우리공화당, 친박신당은 노욕(老慾)으로 대표되는 이들이 비례대표 앞 번호에 배치되면서 1, 2당과 꼼수로 자웅을 겨루려 한다. 일일이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민생당은 한 인사를 2번에서 14번으로 미뤄 그나마 다행이다. 청년 정치인들은 설자리도 없다. 기득권 정당들의 꼼수를 코로나19가 더욱 부추겼다. 대면 선거운동이 힘들어지면서 깜깜이선거가 되고 투표율 제고도 난망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지역의 급속한 코로나 19확산은 재외국민들의 투표 참여마저 막고 있다. 119개국에서 17만여 명이 재외국민 투표를 신청한 상황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 그들에게는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 사진. 구혜정 기자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 사진. 구혜정 기자

투표로 응징하자

정치혐오로 투표율은 최악으로 끌어내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국민을 지킵니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총선 슬로건을 내건다. 통합당은 ‘힘내라 대한민국, 바꿔야 산다’는 슬로건으로 맞선다. 둘다 코로나19의 여러 위기로부터 ‘국민이 아닌 우리 편만 지키고’, ‘국민이 아닌 우리편만 산다’로 들린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영구제명, 복당, 재입당 절대 불허’라는 공갈수준의 각당 고위 관계자의 엄포가 잘 대변하는 것 같다. 일부 정당은 방역과 경제참사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문제도 선거와 연계한 꼼수의 문법으로 접근한다. 1일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8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도 4만명에 육박하는데도 그 모양이다. 정말 문제다. 그래도 국민들은 그렇지 않은 정치인들에게서 미래를 찾으려 애쓴다.

꼼수란 말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1938년 조선어사전이나 1947년 조선말큰사전에는 꼼수란 표제어가 없다.국어대사전(이희승 편)에는 1962년 초판이 아닌 1982년 증보판부터 나온다. 정치권에서 꼼수란 말이 등장한 것은 1991년 7월. 집권 민자당의 당시 대변인이던 박희태 의원이 신민당 총재를 공격하며 “정치 9단의 꼼수정치”라는 논평을 낸 것이 시초다. 이후 꼼수는 ‘얕고 잡스러운 음모’쯤을 뜻하는 정치권의 일상어였다가 이젠 정치권의 일상이 되버렸다. 그래서 꼼수를 “정치적 근대성의 징후”라거나, “근대 정치의 보편적 속성”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정치의 영역이라고 모든 꼼수가 용인되는 건 아니다. 이전투구 정치 문법에서도 허용 가능한 꼼수와 그렇지 않은 꼼수가 있다. 기준은 ‘목적의 공공성’이다. ‘공동체의 안전과 번영’을 목적으로 할 때만 용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익으로 포장한 사익, 공정 공평을 가장한 기득권 추구는 약탈의 전근대성을 정당화하려는 공허한 수사(修辭)다.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투표로 많은 꼼수들을 응징할 것이다. 꼼수에는 미래가 없다.    

김병헌 전문위원 biemms@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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