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화상면접장. 사진. 현대자동차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대기업들이 지연시켰던 채용 절차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대자동차는 화상면접을 도입하고 SK텔레콤은 채용 전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고 31일 밝혔다. 채용 과정에도 ‘언택트(Untact) 기술’이 활용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도 재빠르게 발을 넓히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연구직 및 일반직 신입‧경력 채용에 화상면접을 도입하고 중단됐던 채용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원서 접수 및 서류전형 단계에서 중단된 채용절차는 물론 R&D 부문 신입·경력 등 신규 채용도 재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신규 채용을 재개하면서 현업에서의 인력 확보가 지연되던 문제를 해결하게 됐고 전형이 중단됐던 지원자와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현대차는 채용 면접을 화상으로만 진행하기로 했으나 실기평가와 토론면접, 그룹활동 등과 같이 전형과정에 오프라인 참석이 필요한 직무에 지원한 경우는 화상면접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들 직무는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채용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원자는 노트북이나 PC,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장소에 제한 받지 않고 다수의 면접관과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면접에 참석하게 된다. 면접관 역시 불가피한 상황 발생시 화상면접장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도 면접이 가능하다.

앞서 23일 SK이노베이션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필기에서 면접 전형까지 채용 전 과정에 비대면(언택트)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언택트 채용의 일환으로 ‘온라인 심층역량검사’를 진행했다. 온라인 심층역량검사는 응시자들이 각자 개인 컴퓨터에서 ‘영상통화 시스템’에 접속한 후 감독관의 안내에 따라 검사를 진행하고 감독관들은 영상으로 지원자들이 원만하게 시험을 보고 있는지 지켜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내 기업 대다수가 채용 과정에서 채택하는 필기 전형을 온라인 중계 방식을 통해 ‘언택트’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날 시험에는 응시자 약 300명이 참여했으며 감독관 한 명이 10명의 응시자를 담당했다.

일반적으로 기업 채용 절차는 서류, 필기, 면접 전형 3단계로 이뤄지는 가운데 필기 전형은 응시자들이 한 곳에 모여 시험을 치르는 만큼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어려운 전형에 해당한다. 많은 기업이 채용 과정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연기한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은 필기 전형도 온라인 심층역량검사로 전환하면서 채용 전 단계를 중단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도 언택트 채용 트렌드에 가세했다. 허준 HR2그룹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원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자 홍보, 면접 등 채용 절차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지원자들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SK텔레콤만의 인재 영입 프로세스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 채용 일정과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아직 지난 하반기 신입사원으로 채용된 직원들도 자택에 머무르며 온라인 교육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채용은 4월 중에 원서 접수를 시작하고 5월께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나 GS도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코로나19 진행 상황을 봐가며 결정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을 통해 화상면접 참석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

#‘언택트’도 기술 뒷받침 돼야 가능

다만 이같은 화상면접을 위해서는 면접관의 역량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과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기존에도 해외인재 및 경력사원 채용에 한해 제한적으로 화상면접을 진행해왔으나 신규 채용 정상화를 위해 일반직과 연구직 신입(인턴포함)·경력 채용까지 확대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화상면접 인프라 고도화 작업을 시작했으며, 화상면접 전용 공간과 고화질 카메라, 고성능 마이크, 대형 스크린 등 다대일 및 다대다 면접이 가능한 화상면접 시스템을 최근 완비했다.

‘언택트 채용’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현대차는 이번 채용 이후에도 현업에서 화상면접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지원자의 편의와 함께 면접관의 역량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택트 채용’의 제한적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면접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우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전문성 향상에도 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수년간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면접관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면접관은 이 교육 과정을 수료해야만 면접에 참여할 수 있다.

이같은 추세와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영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 구루미와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화상면접 솔루션’을 공동으로 제공한다. 인크루트 ‘화상면접 솔루션’은 채용에 특화된 솔루션으로, 채용 전문가가 면접 기획부터 운영 등 전 과정을 함께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상면접 솔루션을 바탕으로 화상면접 진행 시 면접자가 첨부파일을 통해 발표자료를 띄우고 직접 판서까지 할 수 있는 ‘PT면접’이 가능하고, 모바일로도 화상면접을 치룰 수 있어 지원자가 별도의 장비를 갖추지 않고 공간의 제약 없이 면접을 볼 수 있게 된다.

기존 채용 방식 대신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나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시스템 구축 비용이 필요하다. 기반 시설인 ‘인프라’를 구축해야함에도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채용 방식 대신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나가겠다는 근본적인 이유는 좋은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다.

거리상 멀리 떨어져 있는 해외 및 지역 우수인재와 시간 제약이 많은 경력사원들은 대면 면접 참석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상면접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적어 채용 가능한 지원자 범위가 확대되고 전형 과정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어 회사와 지원자 모두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ICT기반의 융합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산업환경에서는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가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정해진 장소에 모든 지원자가 모이게 하는 대면면접만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적합한 인재를 적기에 채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화상면접 확대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중장기 미래 전략 실행에 적합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기반 전형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평가에 활용하는 등 채용부문 혁신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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