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옥. 2016 삼성증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잘못 배당받은 주식을 시장에 판매해 혼란을 야기한 삼성증권 직원들에 대해 법원이 절반의 책임을 인정하고 4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삼성증권이 잘못 배당한 주식을 내다 판 직원 1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직원 13인은 47억 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해 4월 6일 담당 직원의 실수로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해야 하는데 주당 1000주를 배당하는 사고를 저질렀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1억2000만주)를 훌쩍 뛰어넘는 28억 1295만주의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식이 발행됐고, 이를 배당받은 직원 중 13명이 534만주를 시장에 매도했다.

이때 체결된 거래금액만 1900억여원으로, 당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까지 폭락하면서 일대 혼란을 불러왔다.

주식 거래가 체결되고 3거래일이 지난 뒤에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삼성증권은 곧바로 매도된 유령 주식에 대해 시장에서 매수하거나 일부 대차하는 방식으로 전량 확보해 정상화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증권은 매도금과 매수금 사이 차액, 수수료 등으로 91억여원, 급락세에 주식을 팔아 피해를 본 투자자 손해 배상으로 3억여원을 지출해 총 94억여원의 손해를 봤다며 해당 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시스템 오류인지 시험해 보려 매도 주문을 했다는 직원 13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설령 주식을 처분할 고의가 없었다고 해도 회사의 직원으로서 고용계약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상황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회사의 처리 지침을 알아봐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면서 "처분 권한이 없는 권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만연히 처분행위로 나아간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직원들의 배상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50%인 47억여원으로 제한하면서 그 이유로 "당시 삼성증권 시스템의 결함과 담당 직원의 실수 등도 사건의 한 가지 원인이 됐고, 삼성증권이 배당사고 직후 사내방송 등을 통해 매도금지 공지를 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면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전산 입력 실수를 저지른 2명의 담당 직원에 대해서는 "입력 착오와 회사의 손해 사이에 타당한 인과 관계가 없다"면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무차입 공매도가 자본시장법에 금지돼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삼성증권 내부 통제 시스템의 결함을 일부 직원의 도덕성 해이 문제로 몰고 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23일 미디어SR에 "증권사에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취지는 설사 직원들이 도덕적 해이로 업무상 범죄나 실수를 저질러도 이를 걸러낼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라면서 "그런 측면을 감안하면 내부 통제 구축에 실패해 직원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을 운영한 회사의 책임이 더 큰데, 회사와 직원의 반반 책임으로 판결 난 것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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