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장혜진 시인
[미디어SR 장혜진 시인] 5년 가까이 하던 작은 음식점을 그만 둔 지 두어달이 되었다.
그동안 가게를 하면서 구석구석에 내 손길이 머물지 않은 곳이 없을만큼 정성을 쏟았던 공간이라 그만 둘 때 마음이 좀 그랬다.
이러했다. 저러했다. 뭉뚱그려 그랬다. 서운한 마음 반. 시원한 마음 반.시원 섭섭한 마음으로 가게를 접으면서 한가지가 좀 걸리는 일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가하면 바로 제비였다.
창공을 날으는 제비 때문에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가게를 처음 시작했던 5년 전 그해 봄날에 제비 한쌍이 바깥 출입문 윗쪽 처마에 둥지를 틀었다.
둥지를 틀기 며칠 전 부터 몇마리의 제비들이 출입문 근처를 선회하며 자신들의 귀한 새끼를 낳아 기를만한 곳인지 아닌지를 살피는 듯 했다.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가 제비들과 맞닥뜨리기라도 하면 그들이 놀랄까싶어 다시 문을 닫고 들어왔다.
 
한 이삼일 제비떼들이 그렇게 문 바깥주변을 날아 다니더니 다른 제비들은 어디론가로 가버리고 그 중 한쌍이 둥지를 틀기로 작심했는지 뾰족한 부리로 진흙이 묻은 가는 나뭇가지를 물어다 날랐다.
얼마나 열심히 나르는지 부리에 진흙을 묻혀가며 둥지를 짓는 그 모양을 보는데 가슴이 다 뭉클했다.
 
아침에 가게문을 열려고 가보면 처마밑에 잔가지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아마도 잔가지를 물어 나르다 밑으로 떨어뜨린 듯 싶었다.
보기에 좀 지저분해서 빗자루로 쓸어내려다 그만 두었다. 혹시나 제비의 심기가 불안해서 다른 곳으로 가버릴까봐 내버려 두었다.
둥지도 어쩜 그리 뚝딱 잘 짓는지. 그것도 황토로 말이다.
 
둥지가 다 완성되고 알을 낳기위해 암컷은 둥지에 쏙 들어가 앉았다
들어앉은 암컷을 지키기 위해 수컷이 둥지 근처에 떡 하니 앉아서 보초를 서는 모습이 얼마나 멋있고 듬직해 보이던지 그 순간 감동으로 눈가가 젖기도 했다.
 
그렇게 뚝딱 지은 둥지에 알을 낳고 또 며칠만에 눈 도 안뜬 제비새끼들이 둥지에서 오글박작 거리는 모양을 먹이를 구하러 어미가 없는 틈에 슬쩍슬쩍 보며 참 기특하구나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하며 기도를 하기도했다.
 
그렇게 첫해 가게 처마에 잠시 세들었던 제비부부는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아 무탈하게 잘 키워서 날아갔다.
박씨 한톨 대신에 똥 만 한보따리 남겨놓고.....
그 이후에도 해마다 제비들이 날아왔고 기존의 둥지옆에 둥지를 틀었다. 올해가 가게 시작한지 5년차가 되었으니 둥지가 다섯개가 되었다. 해마다 둥지가 하나씩 는 셈이다.
 
나는 매해 꽃피는 3월이 시작되면 제비똥을 치우며 봄을 맞이했다.
물을 뿌려서 나일론 빗자루로 박박 문질러야 겨우 똥이 씻겨나갔다.
똥을 치우면서 제비의 눈치도 봐야했다.혹시라도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미처 비행을 다 익히지 않은 새끼들을 끌고 이사라도 하다가 낭패를 볼까싶어서 조심조심하며 그것들이 떨어뜨린 똥무더기를 치웠다. 즐거운 마음으로...
 
어떤 해에는 둥지를 튼 제비부부가 둥지밖으로 새끼 한마리를 떨어뜨려서 안타깝게도 한 마리를 잃었었다 새끼 수에 비해서 둥지를 너무 작게 지어서 그런 일을 겪은 것이다.
 
또 어떤 해에 찾아온 제비는 둥지를 새로 틀지않고 기존 처마에 조로록 붙어있는 둥지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그 중 마음에 흡족한 것을 골라 새끼를 낳았다. 참 게으르지만 합리적인 제비부부도 보았다.
 
이래저래 해마다 제비들에게 처마를 내 주고 또 그것들의 똥을 치우며 은근 기대도 사실 조금은 했다.
어디 똥만 치워줬나?
어느해 둥지 밖으로 떨어진 새끼 한마리를 발견하고는 주워서 의자를 놓고 올라가서 둥지 안으로 넣어 주기도 했으니 혹시 그 보답으로 희고 통통한 박씨 한톨을 물어다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좀 했다.
했는데, 가게를 그만 둔 지금까지도 아무런 소식도 없다.
 
어쨌거나 가게를 그만둘 즈음 제비부부가 날아와서 막 둥지를 틀고 새끼를 부화한 직후여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 새로 가게를 인수받은 사람에게 제비와 이 가게의 인연을 들려주며 처마의 조로록 붙어있는 다섯개의 둥지를 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두었다.
그리고 지금 둥지안에 새끼들이 있으니 똥 치울 때도 조심조심 해야 한다고 어미가 예민해 질 수 있다는 말도 덪붙였다.
 
그리고. 얼마 후 가게에 들러야 할 일이 있어 갔는데, 네개의 빈 둥지는 말끔히 떼어져 있었고 새끼가 들어앉아 있는 둥지 밑에는 네모난 나무 판자가 받쳐져 있었다. 일명 제비 똥받이.
사라진 둥지를 보는 순간 기분이 참 묘했다.
지난 5년간 함께했던 제비들과의 추억들이 뚝 떨어져서 어딘가에 버려진 것이니,
 
그리고 해마다 찾아들던 제비들이 이젠 어쩌면 오지 않을 수 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빈 둥지가 그 자리에 붙어있는 것을 보면서 아, 이곳은 새끼를 낳고 기르기에 안전한 곳이구나 하며 그 옆에 둥지를 튼 것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깔끔하게 손질된 처마를 보며 몹시 서운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있어 이렇게 부질없고 쓸데없는 일로도 눈가가 젖을 수 도 있구나.....
 
해마다 찾아오던 제비떼는 이제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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