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진의 세상 풍경] 모두가 사랑이에요
[장해진의 세상 풍경] 모두가 사랑이에요
  • 장혜진 시인
  • 승인 2019.07.24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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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제공.
사진. 장해진 시인
얼마 전 꽤 오랜만에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를 알고있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닿아있는 건 아니지만 표면적인 밖으로 드러나있는 그녀의 신상에 대해 조금은 알고있었다.
이웃들이 오며가며 한 마디씩 건네주는 이야기를 들어 조합해서 알게 된 그녀의 신상이었다.
오늘도 예전처럼 그녀 옆에는 그녀의 시어머니가 붙어있었다.
 
어쩌면 내가 오늘처럼 우연히 그녀들을 목격하지 않았던 날들에도 늘 지금처럼 옆에 착 붙어서 다녔을 것이다.
그녀의 수호신처럼.....
그런 이유는 몇년 전 그녀가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혼자 남겨진 며느리와 그녀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나이든 시어머니 몫일 것 같았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딘가 조금 부족한 그녀였지만 꽤나 씩씩해서 오며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식식 잘 웃어주던 그녀였다.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그날을 잊지않고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들 부부사이의 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 까지는 아니더라도 행복한 가족의 모습 그 자체로 보였다.
 
그녀의 행복한 모습을 처음 본 날은 은행나무의 가지마다 노란 은행알이 달려서 바람에 다글다글 구르던 날이었다.
어쩌면 저리 은행이 많이 달렸을까 하면서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그때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젊은 여자가 밀고 지나갔다.유모차 바로 뒤를 큰 우산(딱 봐도 양산은 아니고 우산이었다)을 펼쳐 든 덩치가 좀 큰 남자가 아내 인 듯 한 여자와 아이가 탄 유모차위로 떨어지는 햇빛을 가려주며 뒤를 따르고있었다.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어딘가 좀 어색한 느낌이었다.
 
 
젊은 엄마가 끌고가는 유모차가 많이 낡아보였다.
보통의 젊은엄마라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도저히 밖으로 끌고 나오지 않을만큼 낡은 유모차였다.
 
그녀가 입은 옷의 문양들 또한 현란하기 그지 없었다. 마치 서너살 먹은 어린 아이들이 엄마가 입혀주는 옷을 마다하고 제 입고싶은대로 마구 아무렇게나 입은 듯. 그렇게 보이게 옷을 입었다.
일반인들은 소화하기 힘들어 보이는 색깔의 부조화는 뒤를 따르는 남편의 옷도 비슷했다.
 
높이 쳐든 검은 우산 밑으로 색채의 향연이 움직이며 걸어갔으니 어떻게 눈여겨 보지 않았겠는가,
유모차를 밀고 앞서 걸어가던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남편에게 입을 크게 벌리고 식식 웃었다.
그러자 남편이 우산을 더 높이 쳐들며 한손을 그녀의 어깨에 잠시 얹졌다 내렸다.
 
그 짧은 순간 목격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한 가정의 모습을 건너다 보다가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했다.
'참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지?, 라고. 그러자 이미 그 부부에 대해 알고있던 사람의 대답이 나를 참 슬프게 했다.
'지적장애 부부인데 아이도 유전이라네...,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데....
 
그렇게 처음 그녀와 그 남편에 대해 알게 된 후.그 후로도 종종 그들 가족을 길에서 지나치며 심심찮게 보게 되었다.
굳이 길가는 행인들 중에서 찾아보려 애쓰지 않아도 눈에 띄는 그들이었기에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날은 한여름인데도 아이에게 두꺼운 겨울옷을 입혀서 돌아 다녔다.
어떤 눈 내리던 겨울날은 그녀의 남편이
여름 반바지를 입고 그녀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걸 본적도 있었다.
 
일년에 몇번 그들의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다가 어는 날인가부터 그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나와 특별한 사이가 아니다보니 잊고 있었는데 봄날인지 초여름인지 몇년 전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데 늘 상 함께하던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하도 그들의 가족에게 관심을 보이자 지인이 내게 전해주기를, 그녀의 남편이 무슨 병으로 지난 해 세상을 떠났다며 그 후로는 그녀의 시어머니가 남편을 대신해서 그녀옆에 딱 붙어서 다닌다는 근황을 알려줬다.
 
유모차를 타던 아이는 그새 자라서 걸어다녔다.
그녀를 닮아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몇년만에 본 그녀는 조금 어른스러워진 표정으로 아이옆에 딱 붙어서 걸었고 바로 뒤를 그녀의 시어머니 즉, 아이의 할머니가 걸어갔다.
 
마치 여왕을 보호하듯이 자신의 아내를 늘 곁에서 지키던 그녀의 남편을 보며 그녀는 참 행복한 여자로구나 여기며 오래도록 서로 지켜주며 행복하길 빌었었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이들이지만 부족한 가운데서도 서로 아끼는 마음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와 닿았던 모습었다.
나이 든 시어머니라도 좀 더 오래 그녀곁에 머무르며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지켜주기를 또 빌어본다
그녀가 행복한 표정으로 다시 식식 웃기를 또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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