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사옥. 제공 : 국민연금<br>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으나 자본시장에 큰 파급력을 미치는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6일 오후 늦게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연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조양호 회장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우호 지분 33.35%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국민연금이 보유한 11.5%의 의결권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수탁위는 25일부터 26일 이틀간 이어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 회의 끝에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내역을 사전 공시하기로 했음에도 의사 결정 속도가 지연됐고 수탁위 9명 위원 구성을 통한 의사결정의 불안정성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내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25일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는 위원들 중 4명은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 2명은 찬성, 2명은 기권했다. 위원으로 있는 이상훈 변호사는 대한항공 주식 1주를 보유해 이해상충 우려로 자진해 참석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날 수탁자전문위원회 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이해상충 논란이 없었다면 25일 수탁위는 5명의 재선임 반대 찬성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으나 논란만 가중되고 회의가 종료된 것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는 주주권행사 분과 9명 위원으로 결론낼 수 없어 책임투자 분과 5명 전문위원을 추가적으로 회의에 참여시켜 결론내렸다.

당시 책임투자 분과 전문위원으로 있는 김종대 인하대학교 교수는 이해상충 우려가 있어 참석하지 않고 나머지 다른 위원도 급하게 연락을 받아 일정을 조율하지 못하고 일부 위원만 참석한 상태로 표결을 마무리 지었다. 결론적으로 조양호 회장 재선임에 반대하는 결과가 나왔으나 이 같은 방식으로 위원회를 운영하면 수탁위 운영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결권 자문기관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경영권 박탈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있다. 관치, 연기금 사회주의 논란도 나오고 있다. 수탁위의 지금 운영 방식은 이러한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아마추어적 운영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을 대변하는 수탁위가 국민들에게 의결권 행사 찬반 여부만 밝혔을 뿐이다. 해외 연기금은 반대하면 그 이유를 친절히 설명한다. 설득력을 갖추기 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미디어SR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성과를 보여준 결과를 냈으나 운영 과정을 보면 모자른 점이 상당하다. 처음부터 책임투자 분과도 중요한 의결권 행사 찬반에 포함하는 등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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