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이승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의 총구가 이재용 부회장을 겨누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면서 제일모직의 자회사로 있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이용되었다는 의혹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경율 소장은 25일 "이재용이라는 이름, 삼성 내부문건에서도 보면 가장 중요한 게 `합병의 적정성을 위해`, `합병을 뒷받침하기 위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일련의 분식회계 과정을 합병, 나아가서는 이재용과 연관 짓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김경율 소장은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의 가치평가 적정성, 합병회계처리에서 염가매수차익 은폐 의혹, 콜옵션 부채의 누락 가능성 등 구체적인 분식 혐의 규명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삼성물산 특별감리요청서를 발송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 경영 승계에 유리한 제일모직 합병 비율을 산정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사업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는 혐의로 특별감리를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자신의 SNS에 "이재용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거대한 의혹, 모두가 알았지만 모른 척했던 문제"라며 "불편한 진실에 눈감지 않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용기를 내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지난 15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 TF가 처리 방안을 삼성바이오 재경팀과 논의한 문건을 공개한 바 있으나 스모킹 건에 해당하는 이 문건을 주요 언론사에서 다루지 않아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총구가 돌아갔으나 사태는 단순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넘어 복잡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미디어SR에 "증선위 고의 분식 결론이 나 검찰 수사가 진행될 텐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이냐 아니냐로 밝혀지느냐에 따라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현재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 패소했으나 증선위 고의분식 결론으로 일선신약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어 있는 상태다. 이런저런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재용 부회장이 당장 할 수 있는 마땅한 선택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이재용 부회장 경영 승계 의혹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목적으로 분식 회계를 했다는 의혹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60억 8천만원을 증여한다. 이 부회장은 16억원의 증여세를 낸다. 남은 돈 44억으로 삼성에스원 주식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산다. 이후 두 회사는 상장해 이 부회장은 563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는다.

이렇게 마련된 종잣돈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제일기획, 에버랜드 주식을 산다. 당시 에버랜드는 전환사채(BW)를 발행하는데 우선배정권이 있는 제일모직, 삼성물산, 중앙일보는 권리를 포기하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모두 넘긴다. 이 부회장은 이렇게 에버랜드 주식 62만 7천주를 확보해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한다. 이후 저가 BW 배정으로 검찰 수사를 받지만, 최종적으로 모두 무죄 선고된다.

에버랜드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 다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완성해 이 부회장은 16억원이라는 상속세로 수백 조 원의 자산가치를 가진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후 금산분리 정책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게 되자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해 삼성물산이 직접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015년 9월 1일 합병한다.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은 합병이 삼성물산이 명분으로 말하는 시너지 제고 효과보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이라고 분석하고 반대했으나 합병안은 통과한다. 제일모직 주식 23%를 가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금산분리 원칙을 어기지 않고 다시 한 번 삼성그룹을 지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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