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수살인’, “니 어디있노?”
영화 ‘암수살인’, “니 어디있노?”
  •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 문화평론가
  • 승인 2018.10.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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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나도 들은 얘기다. 한 해에 아무도 모르게 실종되는 사람 숫자만 2000명이 넘는단다. 여기에는 자진 가출도 포함되어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사라져 간 사람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피해자(실종자)는 있지만, 범인은 알 수 없는 이른바 암수살인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가 입소문으로 상당한 흥행성적을 이미 거두었다. 

영화 ‘암수살인’은 흔히 보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와 잔인한 살인을 자행하는 사이코패스의 형사극만은 아니다. 오히려 잔인한 살해 장면은 최소화한다. 이미 잡힌 범인과 끈질긴 협상을 하거나 지능적인 두뇌게임을 벌이면서 팽팽한 밀당을 전개한다. 이야기는 소리 소문 없이 죽어가 이제는 누구도 다시 거들떠보기 싫어하는 장기 미제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존재를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끝내는 위로 해 준다.

형사 김형민(김윤석)은 돌싱이며 부자집 아들답지 않게 강력계 형사다. 아버지는 잘 나가는 건설회사 오너이며 형도 사업을 크게 한다. 그래서 형사가 골프를 치고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상당한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김형사는 마약 사건 관련자를 찾다가 우연히 제보자 강태오(주지훈)를 만나 정보를 주고 받는 순간 현장에 급습한 형사들에게 강태오는 체포된다. 살인용의자라는 것. 괜히 헛 힘만 썼나 싶어 잊고 있다가 며칠 후 갑자기 구치소에 있는 강태오에게 연락이 온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이 7건이나 더 있고 이제 모든 진실을 털어 놓기로 마음 먹었으니 형사님이 알아서 하시라는 황당한 얘기를 늘어놓는다. 김형민은 촉으로 이건 진짜다 싶은 생각이 든다. 

“대체 나에게 살인사건을 왜 털어 놓는 건데?” 

수사에 혼란을 주어 앞선 살인 사건까지도 재판부가 확신을 갖지 못하게 하겠다는 지능적인 작전이었다. 김형사의 끈덕지고 집요한 수사가 시작된다. 먼지 폴폴 날리는 창고에 처박혀있는 미제 살인사건의 수사 자료를 찾고 피해자 가족들을 다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암수살인’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실화를 차용해 왔다. 김태균 감독은 방송을 보고 바로 다음 날 담당 형사를 만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준비 기간과 자료조사에만 1년을 투자했다. 영화는 수사당국의 성과주의와 안일한 수사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수사도 없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를 보여준다. 형사극이지만 변변한 액션극 하나 없이 영화는 진행된다. 영화는 피해자를 위로하는 내용이지만 다소 시행착오가 있었다. 영화 촬영 전에 유가족에게 촬영 허락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해 자칫 했으면 상영이 어려울뻔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제작진의 진정어린 사과와 영화 내용을 충분히 설명 드린 후 쾌히 승낙을 받아 무사히 영화는 촬영되었고 암수살인의 피해자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만든다. 물 오른 김윤석과 새로운 블루칩 주지훈의 연기는 대단하다. 특히 다중적 인격을 표현해야 했던 태오역의 주지훈은 연기에 눈을 활짝 뜬 모습이다.

인적이 드문 산길이나 공터, 혹은 공사가 중단된 건물의 폐허를 지나갈 때 항상 들었던 생각, 이런 곳에 파묻어 버리면 절대 못 찾겠네…. 했던 그런 살인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구천을 헤맬 생각을 하니 허망하고 아찔하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을 애리게 파고든다. 지금도 어딘가에 묻혀있을 암수살인의 피해자들에게 김형사가 묻는다.

‘니 어디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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