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공헌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나누고자 합니다. 사회공헌, CSR, 지속가능경영 등의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활동은 그간 비약적으로 양적인 성장을 이뤄왔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까지 중요한 요소로 인식될 만큼 사회 전반에 자리를 잘 잡아왔습니다. 하지만 사회공헌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대적인 배경(Context)에 따른 질적인 성장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사회공헌의 발전을 위해 기업과 비영리 기관과의 파트너십, 사회공헌의 의사결정 강화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 사회공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이니셔티브에 대해서 격주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기고1) 파트너십 : 사회공헌 파트너십의 수평관계를 회복할 때
(기고2) 위원회 : 사회공헌 활동 강화를 위한 위원회
(기고3) 이니셔티브 : 사회공헌 패러다임의 변화, 이니셔티브를 확장할 때

# 파트너십 : 사회공헌 파트너십의 수평관계를 회복할 때

우리나라의 사회공헌 파트너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본격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파트너십`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영어사전) 1. 파트너십 2. 협력 3. 동반자 4. 제휴 5. 함께하는
(국어사전) 둘 이상의 사람이나 집단이 짝이 되어 함께 일하는 상대라는 사실

위 사전적 정의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는 뜻은 `동반자`, `함께 일하는 상대`입니다. 이 뜻에서 알 수 있는 내용은 적어도 `파트너십`이라 함은 `수평적 관계`를 뜻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회공헌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파트너십`은 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져 왔습니다. 사회공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가 2000년대 초중반인데요. 이때부터 기업에서는 전담팀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사회공헌팀` 이름으로요. 기존에는 기업의 총무팀, 인사팀에서 장학사업, 임직원 봉사활동 등을 진행했다면, `사회공헌팀`이 만들어지고 나서 기업들은 `파트너십`을 통해서 더욱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전담팀이 생기다 보니 KPI(핵심성과지표)도 명확해 지고, 또 파트너십을 통한 전문가의 조언도 필요했으니까요.

이 시기부터 기업들은 NGO/NPO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됩니다. (당시 NGO/NPO에 있는 직원들이 기업에 채용되는 사례도 이때 많이 이뤄지기도 하였고요) 기업이 당시 NGO/NPO에 구애(?)를 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사회공헌`에 대한 이해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파트너십`을 통해서 ‘전문성’을 얻고 차별화된 사회공헌 전략을 펼치려고 했었으니까요!

기업은 당시에 사회공헌은 사회복지다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복지에 전문성이 있는 NGO/NPO와의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때부터 시작이 다소 애매했습니다. 비영리 기관 입장에서는 전에는 없던 기업의 `파트너십` 요청이 많아지다 보니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였고요. 이로 인해 비영리 기관 간의 웃지 못할 경쟁이 시작된 시기도 바로 이때입니다. 당시만 해도 기업에서는 홍보(PR) 요소가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고, 비영리 기관에게는 기업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보니 대상자(Client) 또는 특정 계층(거의 아동이죠!)을 홍보의 수단으로 경쟁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죠. 사실 사회복지 나아가 사회공헌은 `진정성`을 기본으로 갖춰져야 할 요소인데, 이 당시에는 홍보뿐만 아니라 마케팅 요소도 강화되다 보니 `보여주기 식` 활동이 주를 이루던 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홍보와 마케팅적 접근은 초반에는 상당한 효과를 얻습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기업의 나눔`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기도 하였고, 비영리 기관의 `브랜드`도 강화되기도 하였으니까요! (이 당시만 하더라도 광장에 모여 기업∙정부∙NGO의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형식의 국민 참여형 사회공헌 축제가 많이 열리던 시기이기도 하였고요, 또한 정부∙언론사 주도의 1사 1촌, 1사 1 문화재 등의 대국민 대상의 캠페인성 활동이 시작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자본력`과 비영리 기관(NGO/NPO)의 `전문성`이 협력하는 수평적인 관계가 무너진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진정성’의 퇴색, 대상자를 중심으로 한 무의미한 경쟁도 한몫을 하였지만, 무엇보다 기업이 학습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이 기업의 자본력으로 인해 수평적인 관계가 수직적인 관계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학습화?` 무엇이 학습화되었을까요? 초기에 비영리 기관(NGO/NPO)에게 배웠던 `전문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기업은 사회공헌은 사회복지가 아니라고 인지를 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초기의 사회공헌 활동을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소화할 수 있는 `전문성`이 생겼다고 판단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 사회복지의 프레임을 벗어 사회공헌에 접근하려던 기업 입장에서는 비영리 기관(NGO/NPO)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경련 발간의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 백서(2016)의 사회공헌 지출비율을 보면 2010년 전후로 사회복지를 대표하는 ‘취약계층’의 비율은 연간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반면, ‘문화예술∙체육’의 비율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도 하나의 예일 수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백서. 제공 : 전경련

아울러 2010년 전후로 하여 DJSI(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등 기업의 CSR (또는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대응 지표들이 많아지기도 하였고, 2011년 나온 CSV를 이후 기업들이 편승하기도 하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기업들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프레임`을 계속 요구하였었지만, `기존의 프레임`을 계속 강조하는 비영리 기관의 논리는 이미 기업에게는 내재화되었기 때문이죠.

여기서 잠시 기업의 `사회공헌`을 피라미드처럼 그려보면, 기업이 학습화가 되었던 순서대로 제일 하단에는 임직원 봉사활동, 그 위에는 사회공헌 홍보(마케팅), 그 위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대응의 논리로 점차 피라미드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피라미드를 왜 그리느냐고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논리와 가치가 위로 쌓여 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와 이야기하면, 기업이 희망하는 바와 비영리 기관이 추구하는 관점의 차이로 파트너십의 수평관계가 균열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계속 그 관계가 고착화 되어야 할까요?

2016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전 세계에 공표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전 세계의 빈곤 종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였다면, 이제는 ‘인류의 공존과 발전을 위해 글로벌 문제 해결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가 SDGs의 기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목표도 모두 이해하기 쉽게 17개로 이루어져 있고요! 근데 SDGs의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정부만 기업만 비영리만 각각 움직여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 모아 다 함께` 움직여서 해결하자가 요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SDGs는 비영리 기관에게는 `파트너십`을 회복할 중요한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비영리 기관은 전통적으로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아주 뛰어 납니다. 기업이 똑바로 보기 어려운 다른 시각의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거죠! SDGs 이전의 MDGs(새천년개발목표)가 빈곤종식에만 초점이 되어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이끄는데 한계를 보인 것처럼, 비영리 기관도 대상자 프레임에 갇혀있거나 기존의 프레임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확장의 한계를 보이게 된 거죠. 근데 SDGs는 전 세계의 모든 문제에 접근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가 함께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거고요!

그래서 이게 바로 비영리 기관이 기업에 제시해야 할 `새로운 프레임`이라고 보여집니다. 기업은 기후변화, 아동 인권, 기아해결, 교육기회 제공 등에 접근해야 하는 방식을 잘 알지 못합니다. 더불어 그런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기업이 어떤 비즈니스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아울러 최근 공공기관에 사회적 가치 경영평가가 포함되기도 하였습니다. 민간기업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기에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기업에 요구되는 시대의 요구는 단순한 이익이 아니라 사회와 발맞춘 공생으로 가자고 하고 있는 거고요!

정리하면 깨졌던 사회공헌 파트너십이 다시금 수평적 관계로 회복될 기회입니다. 비영리 기관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넓히고,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다시금 배우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이죠! “기업과 비영리 기관의 공동의 성장을 위해!”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사회공헌 파트너십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이종일 KT 글로벌 지속가능추진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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