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이 화두인 2018년입니다. 올해 들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근무 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었습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에서 '삶의 질 향상' 즉 워라밸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돼버렸죠.


미디어SR이 많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기업이 무엇보다 가장 귀 기울여 경청하고 섬세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 곧 조직 내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라는 부분입니다. 조직 내 직원들의 삶이 행복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에 미디어SR은 우리 사회의 워라밸을 점검해 보았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뗀 사회 초년생들과 기성 세대들 간의 워라밸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를 점검해보았고, 그 사이 낀 세대인 중간관리자급들의 워라밸에 대한 인식도 더듬어 보았습니다.

조직 내 워라밸 문화가 견고하게 자리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조직 속 현실적인 목소리들도 실었습니다.

또 북미 지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워라밸 문화에 대해서도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전문 경제신문, 미디어SR은 조직 바깥 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지켜져야할 가치와 책임에 관해서 꾸준히 독자들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정부부처의 다양한 워라밸 인증과 인증마크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열풍이 뜨겁다. 정부에서도 챙기기 시작했다.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기업`, 고용노동부의 `일가양득 캠페인 사업장`, 산업통상자원부의 `우리지역 일하기 좋은기업` 등 정부의 지원과 기업 인증, 제도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정부에서 워라밸이 훌륭하다고 인증해준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산자부로부터 2015년 `우리지역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된 재료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A 씨는 "외부에는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많이 알려졌죠. 그런데 대부분 직원이 남자들이라 군대에 온 것 같아요. 스트레스 받을 때가 많아요"라며 "소통 교육을 많이 하는데 윗사람들이 더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2014년 가족친화인증기업에 선정된 의료용품 제조 업체 연구개발 부서에서 근무하는 B 씨는 "업무 편중이 심해요. 정시퇴근이 힘들어지고 있고요. 인지도에 비해 연봉이 적은 것도 있고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공위성시스템 개발 회사에 다니는 C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서 간 문화 차이가 큽니다. 야근이 잦아 정시에 퇴근하는 경우는 드물고요. 특근 수당도 없죠. 야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면 특근 수당이라도 줬으면 좋겠네요." C 씨의 회사는 2015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일가양득 캠페인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이처럼 정부 인증을 받은 기업의 근로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것은 정부가 워라밸 우수 기업을 평가할 때 참고하는 요소들을 근로자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알려진 음식배달 플랫폼 회사 홍보팀 D 씨는 전 직원이 칼퇴근하는 워라밸이 우수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어 연락했다는 기자의 말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워라밸이 좋은건가요? 열심히 일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건 당연한 거죠."

실제 고용노동부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10대 혁신 제안을 살펴보면 불필요한 야근 줄이기, 퇴근 후 업무 연락 자제, 똑똑한 회의, 명확한 업무지시, 건전한 회식문화, 연가사용 활성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고용노동부는 혁신 제안이라고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워라밸이 우수한 기업은 이런 조건들이 당연히 충족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 잡플래닛이 2016년 한 해 건설, 교육, 기관, 미디어, 서비스, 유통 등 분야의 광범위한 임직원 평가 데이터 분석을 선정한 일하기 좋은 기업에 대한 근로자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품질 일등이라는 가치관이 확고하며 개인역량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회사", "경영진이 분기별 회사 실적, 주요 이벤트 등을 내부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공유 및 커뮤니케이션",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기업 문화. 칼퇴근과 더불어 회사 내 수평적인 분위기가 장점"

근로자들이 워라밸을 정시 퇴근 이후의 삶에 대한 만족을 넘어서 직장 생활 자체의 만족으로 그 의미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8 워라밸 현장점검①] 청년층과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워라밸, 어떻게 다를까?
[2018 워라밸 현장점검②] 중간 관리자, 워라밸을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
[2018 워라밸 현장점검③]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는데... 워라밸은 '남 얘기'인 특례업종 종사자
[2018 워라밸 현장점검④] 정부와 개인이 워라밸을 바라보는 간극
[2018 워라밸 현장점검⑤] 세계 속 워라밸 천국은 어딜까? 북미 vs 유럽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